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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오는 베이비붐세대의 비극
불황때문 구조조정 칼바람… 은퇴 시기는 더욱 빨라져
준비없이 창업, 폐업 속출
2014년 부도 80% 50대 이상
#1. K씨(50)에게 지난 크리스마스는 끔찍했다. 12월24일 오후 6시 느닷없이 해고를 통보 받았다. 임원 승진한 지 1년 만이다. 명문대 출신, 빠른 승진이란 이력은 구조조정의 칼날 앞에서 무의미한 것이었다. 주변의 위로와 격려로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 그는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 지난해 부도를 낸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은 50대 이상이다. 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기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난 자영업자가 227명인데, 50대가 97명(42.7%), 60대 이상이 74명(32.6%), 40대가 51명(22.5%)이었다. 20∼30대는 5명(2.2)에 불과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비극이 시작된 것인가. 경기침체로 정리해고까지 겹쳐 은퇴는 더욱 빨라지는 기류다. 전후 높은 출산율로 인구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창업의 폭주와 실패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부도 자영업자 중 50대 이상 비중은 2011년 70.6%에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8월 자영업자 가운데 50대 이상은 409만4000명으로 1년 전 403만4000명에서 6만명이 늘었다. 50대 이상 비율은 2007년 47.5%에서 지난해 57.6%로 높아진 상태다.
창업 실패의 이유로는 준비 부족과 과당 경쟁이 꼽힌다. 충분한 준비 없이 은퇴한 뒤 대출을 받아 치킨집, 음식점 등 이미 공급과잉 업종에 진출했다가 부도를 내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빈발한다는 것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년층의 자영업 진출은 재취업할 곳이 없는 상태에서 노후 대비 등을 위한 비자발적인 창업 성격”이라며 “빚을 얻어 과당 경쟁 업종에 진출하고서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부도를 내거나 폐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