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한 일본영화의 매력은 그렇게 담백한 맛에 빠져드는 데 있다
자극 없이 풍미가 느껴지는 음식은 별 생각 않고 손이 간다
그렇게 저렇게 일본영화는 좋아하는 취향 중 하나가 됐다
너무나 적요해서 하품하기도 번거로운 영화도 있고
지나치게 만화 같아서 저건 뭐지 하고 또 끝까지 보게 하는 힘
일상을 미세하게 분해해서 철학을 찾아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에서 사실 좀 무섭기까지 하다
최근에 본 "행복한 사전"이 그렇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치열한 땀으로 필름은 흥건하게 전쟁을 치를 것이다
단어 하나에 십수 년을 연구하고 다시 검증하는 그들의 집요함
민족적 DNA라 할 수 있는 자국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
그렇다고 전통에 급급하지 않는 유연성까지
느릿느릿하지만 절대 터럭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는다
이건 어떤 기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뿌리 깊은 장인정신이 곳곳에 숭고한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왜곡이든 창조든 그들은 그 길을 갈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독도엔 관심도 없었던 일본 국민들이
서서히 그 존재감을 인지하고 있다고 하니
시끄럽게 분란 일으키고 국제적인 조롱과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또 갈 것이다
목소리는 우리가 더 큰데 왜 매번 지는 느낌이 들까...
유적지 갈아 엎고 유물도 하찮게 여기는 우리를 보면 참 할 말이 없어진다
나라 뺏은 나쁜 호로새끼라고 욕할 만한 자긍심이 우리한테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위안부의 절규는 이리 묻히고 말 것인지...
초등학생들에게 동화구연하듯 독도의 존재를 알리는 수더분한 할머니의 목소리도 그렇고
너무나 얄밉게 찬찬히 저들은 원하는 것을 향해 무서운 집중력을 낸다
남이 알아주든 말든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결과를 낸다
그 정중동의 힘이 국가로 집결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생각만 해도 싫다
예전처럼 일본 특유의 정조에 빠져 영화를 보지 못했다
마지막 감동스런 찰나에도 저들은 소리도 고함도 치지 않는다
조용한 눈물과 성찰로 그 축제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