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임이든 구성원들 중엔 눈에 띄는 이가 있다
문제는 스스로 드러내려 안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후자에 속하면서도 유독 눈길이 가는 사람을 좋아한다
결국 언니라 부르며 따르게 됐다
40 중반에 머리는 은발이다
30초반부터 세더니 염색으로는 감당이 안 돼 자포자기했단다
그 우울감과 상실을 다 견디고 마주하니
거울 속에 웬 반백의 젊은 여자가 있더란다
근데 이상한 것이 염색을 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젊어보이려 안간힘을 썼을 땐
검은 머리를 한 할머니 같더니
어느 날 사람들의 기이한 부러움을 받고 있었다는 것...
내 첫인상두 그랬다
문을 열고 들어와 앉는데 일제히 사람들의 시선은 그분을 향하고 있었다
빼어난 윤곽이나 악세사리도 없고 멋을 부렸다기보다는 그저 몸에 걸쳤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늘어지면서도 생동감 도는 얼굴...
처음 접하는 부조화의 분위기다
염색이 빠져 얼룩얼룩한 내 머리카락은 볏단을 묶어놓은 것 같이 거친데...
어느 미용실 최고의 손을 거친다 해도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머릿결과 선명한 팔자주름
살아온 시간의 중력이 고스란히 새겨진 잡티들...
그 언니의 얼굴을 보면 내맘이 편해진다
고상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입을 열면 방종에 가까운 말들을
살살 뱉어낸다
그래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저건 분명 욕인데... 그리 들리지 않는다
입에 발린 말도 인사치레도 없는데 사람들은 좋아라 한다
아침에 일어나 훅 꺼진 눈이나 볼을 보면 자신도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아 하루종을 우울하단다
그럼 그렇게 음침하게 그 하루를 다 쓰고 절망하며 지내는 게 즐겁게 사는 비결?이라는데...
아직은 집착하며 늘어지는 내 성질로는 다가갈 수 없는 자유다
무척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도 못 했다
몰래몰래 초코렛 드리고 꼬박꼬박 인사하는 것으로 그분과의 인연은 끝이다
가끔 나이에 여자에 세월에 공포가 들면
40대의 예쁘장하던 그 언니의 은발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