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농담처럼 들었던 출산 포기의 이유

경향오피니언 조회수 : 1,885
작성일 : 2015-01-05 22:46:49
 http://opinionx.khan.kr/2395

대선 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을 보면서 두 후보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첫 번째 주제인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이야기할 때였다.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두 후보는 비슷한 인식을 하는 듯했다. 한마디로 아이 키우기 힘든 환경 탓이고, 출산·육아·보육에 따르는 개인적인 부담을 국가가 분담하겠다는 것이었다.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엉뚱한 기억이 떠올랐다. 오래전에 흘려들었던 한 지인의 출산 포기 이유였다. 인간이 사는 이 지구에서 자신의 아이를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공약을 단순화하면 나는 평범한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과 번영이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과 그것이 미래까지 이어질 수 있는 비전을 만드는 일에 후보 모두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행복이 현재형이라면 번영은 미래형이다. 이를 정치적 표현으로 좀 더 구체화하면 민생과 지속가능성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출산 문제는 분명히 미래와 더 관련이 있다. 가깝게는 자녀, 멀게는 후손의 번영, 그것은 우리 부모와 선조가 추구했던 최고선이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를 놓고 벌인 토론은 민생과 더불어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에 접근하는 작은 단초라고 할 만했다. 가임 부부가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역시 두 가지로 단순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형인 행복의 침해, 다른 말로 민생고 때문이거나 아니면 미래형인 번영에 대한 회의, 역시 다른 말로 지속가능성의 불투명성 때문이라는 얘기다. 나는 대선 때마다 집중되는 민생 의제 대신 늘 소홀하게 취급됐던 지속가능성 문제를 얘기하고 싶다. 


환경·에너지 문제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지금의 문명, 나아가서 인류 전체의 운명과 관련된 거대 의제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또한 미래 의제이기 이전에 당장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임도 알 것이다. 그런데 이번 18대 대선에서는 중심 의제로 떠오르지 못했다. 세 차례 대선 후보 TV토론 주제에서도 빠져버렸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공약집에서 한 부분을 차지했을 뿐이다. 박 후보는 14대 과제 중 ‘지속가능한 국가’, 문 후보는 10대 공약 중 ‘지속가능한 환경과 농업’을 각각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적어도 세 가지의 대형 이슈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자력발전 정책의 재정립, 강한 반대 여론과 부작용을 낳고 있는 4대강 사업의 향방,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비전 등이다. 문 후보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노후 원전 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 4대강 사업의 진상규명과 훼손된 환경 회복,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박 후보는 공약집에서 안전우선주의에 입각한 원전 이용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제도 혁신을 약속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런 주제가 그제 TV토론의 ‘범죄 예방 및 사회안전 대책’과 ‘과학기술 발전 방안’ 분야에서 견강부회식으로 다뤄지긴 했지만 충분한 토론이 되지 못했던 것은 이미 아는 바다.


환경·에너지 분야가 대선 국면에서 소홀하게 취급된 것은 현재를 위해 미래를 외면한 결과라고 본다. 환경의 희생과 에너지의 투입에 의존한 성장이라는 기존 도식에 사로잡혀 있다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원전을 지어 30~40년 전기를 쓰고는 그 후 수십·수만년간 폐원전과 핵폐기물 관리의 짐을 후세에게 지우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면서 전기요금을 얼마 올리는 불편은 참을 수 없다면 그렇다.


서초구 저출산 극복 홍보활동 (출처: 경향DB)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서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인디언 격언에서 따온 이 말은 환경문제와 관련해 사람들이 즐겨 인용하는 경구 가운데 하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10월30일 국회 연설에서 “우리는 다음 세대로부터 이 지구를 빌려 쓰고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확대, 즉 막대한 핵폐기물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은 단순히 미래세대의 몫을 빌리는 정도가 아닐 것이다. 세계적 환경석학 레스터 브라운의 저서 <우리는 미래를 훔쳐 쓰고 있다>가 말하듯 그들에게는 미래를 훔쳐 쓴 선조로 기억될 것이다. 그때까지 그들의 삶이 지속된다면 말이다. 농담처럼 들렸던 지인의 출산 포기 이유가 뒤늦게 섬뜩하게 떠오른 까닭이다.



IP : 209.58.xxx.136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9964 봉하마을 다녀온 후 마약 조사 받은 양반... 10 기가차 2015/08/05 3,447
    469963 입술끝에 진물이 잡히는거 완치가능한가요? 4 ㅠㅠㅠ 2015/08/05 1,833
    469962 서초동 우성5차(서운중) 근처 재건축 시끄럽나요. 1 파랑이 2015/08/05 1,331
    469961 혹시 우체국암보험 아시는분 5 보험 2015/08/05 2,036
    469960 김치 얼린 새우젓으로 담가도 되나요? 3 깍뚜기 2015/08/05 1,322
    469959 우울증약 잘 아시는분이나 드셔보신분께 여쭤봅니다. 4 7 2015/08/05 1,620
    469958 회사업무가 한가할때 무지 한가하다가 일이 몰리는편인데.. 1 ,, 2015/08/05 1,193
    469957 염새하면서 머리결 좋아지게 하는 방법 있을까요? 5 2015/08/05 2,707
    469956 하위권 고3들, 대학 어떻게들 준비하고 계세요? 5 고3 2015/08/05 2,573
    469955 냉동된과일 어떻게 만들어먹어야 맛있을까요? 3 코스트코 2015/08/05 1,118
    469954 그런데 결혼할 때 집을 남자가 해가면 10 mac250.. 2015/08/05 3,112
    469953 개한테 프론트라인 발라줘보신분 계세요? 4 ... 2015/08/05 1,008
    469952 원룸 기한 9개월 남았는데. 세입자 아닌 제가 6개월동안 살아.. 3 Ww 2015/08/05 1,217
    469951 대학강의 비용 이상으론 안받겠다는 과외샘 2 이런경우 2015/08/05 1,468
    469950 뉴스타파 친일파 특집방송 널리널리 알려주세요~ 4 8월6일부터.. 2015/08/05 835
    469949 약국차리는데 자본이 얼마나 들까요 2 ㄷㅎ 2015/08/05 1,809
    469948 명일동 가려는데 근처 커트 잘 하는 곳 추천 좀^^ 3 미용실 궁금.. 2015/08/05 1,084
    469947 서울 한양대병원 저녁시간 7시대에 영이네 2015/08/05 1,247
    469946 헐 기자들이 검찰총장을 거시기했네요 4 참맛 2015/08/05 2,023
    469945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는 남친에 매달리는 딸아이. 7 2015/08/05 2,461
    469944 인터넷 화장품 샘플 판매하는거 진짜일까요? 5 샘플 2015/08/05 5,165
    469943 어느 95세 노인의 회한(펌) 2 ㅇㅇ 2015/08/05 2,991
    469942 강아지라면 질색하더니 ㅋㅋ 막상 키운지 3년 되니 엄청 이뻐하네.. 11 신기해 2015/08/05 2,678
    469941 20대때랑 나이먹은 지금 중에 외모에 관심이 ..??? 1 ... 2015/08/05 1,201
    469940 ˝빨갱이 보상에 나라망해˝ 시의원 카톡 파문 3 세우실 2015/08/05 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