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머물때의 이야기예요.
그날따라 신랑이 일찍 들어와서 생토노레 거리에 있는 단골 라멘집에 갔다가 볕이 좋아서 방돔광장까지 손잡고 걸어갔었어요.
방돔광장은 보석상이나 고급호텔이 있지만 딱히 관광거리가 없어,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가한 편인데
방돔 리츠 호텔 앞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있더라구요. 그리고 카메라를 든 기자들도 몰려있구요.
궁금해서 가서 같이 구경하는 듯한 현지인에게 지금 누구 기다리냐 누가 호텔에서 나오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 현지인이 상기된 얼굴로 가수 마돈나가 곧 나온다고 하는거예요.
진짜 놀라서..저 학창시절에 가수 마돈나 CD 다 샀거든요. 초기 CD.
신랑에게 가수 마돈나가 나올거래..지금 곧 나올거래..여기 공연왔나봐..했더니 신랑이 제 손을 잡고 기자들과 구경꾼들의 벽을 헤치고 맨앞은 아니고 중간쯤으로 데려다줬어요.
이미 앞쪽은 수많은 기자들. 그리고 팬들. 현지인들이 저처럼 두근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1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후레쉬가 번쩍번쩍 터지면서 호텔정문에서 정말 마돈나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서 나왔어요.
-_-
생각보다 몸이 왜소하고 키도 작고 제 키가 167 정도인데 저보다 3~4센치는 작아보였고 무척 말랐더라구요.
피부가 매우매우 하얗고 머리는 금발로 . 검은 선글래스에 검은 자켓을 걸쳤는데 아주 심플하고 악세사리 하나 걸치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걸어 나와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보고 손을 흔들어주었어요. 주변에서 계속 후레쉬 터지고 팬들은 막 소리지르고 신랑도 마침 카메라 있어서 사진 계속 찍었구요.
그 와중에 어떤 10대 소녀가 꽃다발과 선물을 앞으로 내밀었는데 경호원이 막았거든요. 그랬더니 마돈나가 직접 경호원 제지 하고 선물과 꽃다발을 받아서 흔들어주었고 그 소녀는 막 울더라구요.
그렇게 몇분정도 사진세례를 받더니 검은 리무진이 와서 마돈나도 경호원도 차에 탔는데, 차에 타서도 유리를 내리고 방돔광장 떠날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어주고 활짝 웃어주었어요.
지금도 잊을수가 없어요. 그 아우라를..그 미소를... 꽃다발을 받아주던 하얗고 마른 팔을..
나중에 신랑이 찍은 사진들 보니 거의 콩만하게 찍히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추억이었어요.
그리고 알렉 볼드윈 본 이야기도 하나.
우리 아파트가 샹젤리제 거리에서 가까운 2차대전 직후에 지어진 아파트였는데, 1층에 무척이나 유명한 중국요리 레스토랑이 있었어요. 무척 비싼집으로 드레스코드 갖춘 중국 요리집이었거든요.
신랑이랑 어디 가려고, 주차장에서 차 빼온다고 해서 중국집 앞에서 기다리는데, 키가 크고 덩치 있고 잘생긴 남자와 그냥 안잘생긴 남자 2명이서 중국 요리집 앞에서 역시 차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그 동네가 동양인 주민이 우리밖에 없는 동네여서 그랬나 쳐다보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그 잘생긴 사람을 쳐다봤어요. 어디서 봤지..어디서 봤지 하면서..
신랑이 차를 갖고 와서 빵빵하길래..신랑에게 저 3명중에 가운데 사람 잘생긴 사람..어디서 본것 같아. 혹시 자기 회사 사람인가? 회사 일로 만났었나? 그랬더니 신랑이 무심하게 출발하면서
'알렉 볼드윈이네...' 이러는거예요. -_-
그러고보니 알렉볼드윈이었다는... 아...알았으면 가서 사인이라도 해달라고 하는건데..왜 생각이 안났었는지
저 알렉볼드윈 예전에 날씬했었을때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본 알렉볼드윈은 배도 나오고 약간 뚱뚱하고
러시아 아저씨 같은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어요. 뭐 그래도 잘생기긴 했지만요.
한국의 유명인들은 꽤 봤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니 가수 마돈나와 알렉볼드윈이 제가 본 이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었던것 같아서 영양가 없는 이야기 남기고 사라져요
행복한 저녁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