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이가 주는 미덕을 잘 모르겠다
한 해가 갈수록 무임승차 한 것처럼 불편하고 영 내키지 않는 해의 바뀜이다
어쩌나..어찌 되겠지..에라 모르겠다...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하지만 통장 잔고와 비례하는 행복의 온도는 가차없고
적금 타면 은행에 박아놓고 열심히 모아야지 했다가
한 푼 써보지도 못하고 골로 가면 어쩌나 하는 안달복달에
휘휘 비행기 타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놀고 와 보니
다시 제로섬...
아등바등 악착같던 똑순이는 지쳤다
낯선 나라 가게 앞을 서너 번 질척거리게 만든
고가의 찻잔...
살까..말까...
이걸 사느니 차라리 명품백을 사라는 친구의 핀잔에도 첫눈에 반한
그 찻잔을 여행 마지막 날 기어이 사버렸다
분명 후회할 거라며 쯧쯧 혀를 차던 친구의 말이 무색할 만큼
지금 허한 내 맘을 잡아주는 건 요 얌전하고 지그시 빛을 내는 찻잔이다
이가 빠지고 구색이 찬란했던 내 주방이 이것 하나로 달라졌고
식탁 위, 책상 위, 베란다 가장자리..
어느 곳에 있어도 단정하고 곱다
너무 잘 샀다
정말이지 딸이 있다면 물려주고픈 간절함이 생겼을 정도다
그놈의 웬수 같은 돈이 내게 준 선물이다
맨땅에 헤딩하듯 모아서 산 것이라 이런 애착이 생겼고
큰 행복이 온 거다
서럽다가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 한 푼 두 푼 그렇게 모은 시간이
저 우윳빛 찻잔에 있다
혹여 부주의로 깨져 산산조각이 나도 아까울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남들은 죽었다 깨나도 모를 나만의 완전한 교감을 이뤘기 때문이다
우린 함께 공유하고 나누며 기쁨을 배가시킬 필요도 있지만
영원히 나만이 알아챌 수 있는 무엇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다시 허리띠 조여매고 달려야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