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5년 1월 5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621
작성일 : 2015-01-05 07:49:58

_:*:_:*:_:*:_:*:_:*:_:*:_:*:_:*:_:*:_:*:_:*:_:*:_:*:_:*:_:*:_:*:_:*:_:*:_:*:_:*:_:*:_:*:_:*:_

그날, 아버지가 앉았던 풀밭 주위에는 풀뿌리들이 하얗게 녹이 슬었다
내디딜수록 풀 길 없이 조여지는 어둠 속에서 지상은 비틀거리고,
 
말도 통하지 않는 지하영세 전자부품공장 안,
온몸에서 흘러내린 땀내와 함께
납이 타는 냄새로 통풍되지 않는 공장은
더 이상 썩지 않는 쓰레기장 같았다
하루종일, 납땜 인두만 만지고 계시는 아버지ㅡ
소화가 잘 안되신다며 빈 속만 자꾸 게워내셨고
가끔 머리카락이 힘없이 빠지곤 했다
식구들이 잦은 빈혈의 조각들처럼 구석에 쌓여 있는
전자부품들 위를 이빠진 선풍기가
심한 요동을 치며 어지러운 세상살이와 함께 돌아간다
끝내, 저녁이 되면
납땜 인두공 아버지 손은 오그라들고 펴지지를 않았다
가랑잎처럼 삭은 어머니의 손이 아무리 펴보려 해도
아버지의 굳은 손은 더욱 펴지지를 않았다
강물 쪽으로 외롭게 내린 뿌리들이
속살 찢어 서러움 빚어내고 우리 식구들은
별빛이 흐려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아버지의 오그라든 손을 두고 밤새 울었다
 
납빛 십자가, 풀밭 속에 파묻혔다
어둠이 절뚝절뚝 사라진 풀밭 속에서
무언가 물을 수 없는 말을 던져 놓으며
꽃잎들이 피어났다.


                 - 박종명, ≪꽃피는 아버지≫ -

* 서울신문 1992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5년 1월 5일 경향그림마당
[※ 김용민 화백 휴가로 ‘그림마당’ 일주일 쉽니다.]

2015년 1월 5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5/01/04/20150105_jang_01.jpg

2015년 1월 5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72089.html

 

 

그래도 만세 불러주겠죠. 잘 한다고.

 

 


 
―――――――――――――――――――――――――――――――――――――――――――――――――――――――――――――――――――――――――――――――――――――

”아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될 것이다.”

              - 에리카 종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7814 남편이 지금 사고치고 있어요 11 루비 2015/01/18 5,332
    457813 마음이 급해서. 아이허브요. 5 아침 2015/01/18 1,402
    457812 크라운 한 이가.. ㅇㅇ 2015/01/18 673
    457811 허위 설정한 근저당... 어쩌나요.. 1 ..... 2015/01/18 1,863
    457810 부잣집딸로 태어나진 않았지만 현재의 삶에 만족합니다 11 ... 2015/01/18 3,199
    457809 기내 면세품, 월매출 170억 넘는데도 승무원은 '한숨' 3 대한항공 2015/01/18 2,442
    457808 요플레 먹으면 장에 좋나요? 3 요플레 2015/01/18 1,936
    457807 가정용 소형 난방기 중 그나마 전기세 덜 나오는 건 뭘까요? 3 난방 2015/01/18 7,632
    457806 재능교육, 튼튼영어 같은거 직업으론 어떤가요? 7 학습지? 2015/01/18 1,785
    457805 월세계약후 사정이생겨 계약파기하면 두배물어줘야해요? 4 2015/01/18 1,534
    457804 애들하고 잘 놀아주는 키즈카페 있을까요 9 혹시 2015/01/18 1,275
    457803 다이어트 중 변비 어떻게 해결하세요? 6 40대 중반.. 2015/01/18 2,239
    457802 [네티즌수사대 자로] 야당 전당대회를 겨냥한 여론조작 정황포착 14 ........ 2015/01/18 1,090
    457801 이참에 어린이집 시스템을 바꿔야 되는거 아닌가요 3 2015/01/18 772
    457800 깡패 고양이 못생김 10 ... 2015/01/18 1,964
    457799 지멘스 전기 렌지 vs 보쉬 전기렌지 1 코알라 2015/01/18 10,895
    457798 유기농강황을 구입 3 아침 2015/01/18 2,196
    457797 교육청 과외신고 하려면 무직상태여야하는건가요? 과외 2015/01/18 943
    457796 살때는 망설였는데 비싼값 톡톡히 하고있는 물건 있으세요? 172 질문 2015/01/18 25,966
    457795 전문직에 종사하는 기혼인데 왜 싸우나요? 7 이해불가 2015/01/18 2,151
    457794 파주사시는 분들 호텔 좀 추천해주세요 6 은빛달 2015/01/18 1,395
    457793 국정원애들이 대선때 하던짓 야당 전당대회에도.. 13 노란달 2015/01/18 1,114
    457792 신혼살림 친구선물 어디까지 받으셨나요 3 신혼 2015/01/18 1,320
    457791 전업이 어린이집 보내는게 왜 잘못입니까? 22 koap 2015/01/18 3,816
    457790 엄마가 불쌍한 자식들.. 2 오유 2015/01/18 1,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