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526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2621 세타필크림 1 건조해 2015/01/04 1,988
    452620 천국의 눈물 보셨던 분 1 드라마 2015/01/03 904
    452619 옥주현 필라테스&발레스트레칭 DVD 딸아이(예비초2)가 .. ... 2015/01/03 1,766
    452618 동서땜에 남편과 싸웠어요 83 경우 2015/01/03 19,772
    452617 한약먹고 생리양 줄었는데 ?ㅡ 2015/01/03 1,857
    452616 사회적지위,돈은 남자가 여자보다 평균적으로 훨씬 높거나 많은데 7 asd 2015/01/03 1,822
    452615 출혈성위염 4 아시는분 부.. 2015/01/03 1,215
    452614 강하늘 앞으로가 촉망되는 배우에요^^ 5 장백기 2015/01/03 2,781
    452613 타임머신 토토가 2015/01/03 589
    452612 늦은 나이 학위 취득이 도움이 될까요? 9 학위 2015/01/03 2,069
    452611 담배끊는다고 상전노릇하는 남편 12 갑과을 2015/01/03 2,430
    452610 아무리 의젓하다 해도 아이는 아이인 듯 ㅋㅋ 5 다케시즘 2015/01/03 1,629
    452609 이사날 정리정돈 도와주는 그런건 없겠죠? 8 이사날 2015/01/03 2,110
    452608 김건모 콘서트 가보는게 소원이에요. 6 김건모 2015/01/03 2,051
    452607 물속으로 가라앉는 당시의 사진 - 세월호 마지막 사진 25 참맛 2015/01/03 5,041
    452606 잘버리는사람이..저네요~ 12 .. 2015/01/03 5,722
    452605 조성모 옛날엔 안그랬지 않나요? 33 토토가 2015/01/03 16,025
    452604 "상의원" 보고왔어요 11 쿠이 2015/01/03 4,283
    452603 지금 전설의 마녀 보시는 분들~ 2 토요애청자 2015/01/03 2,875
    452602 91년도쯤의 100만원짜리 의류 지금이면 어느정도 할까요..??.. 18 ... 2015/01/03 4,127
    452601 상체비만은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요? 4 상체비만 2015/01/03 3,572
    452600 바느질 고수님들한테 문의드려요. (펠트관련) 2 초보 2015/01/03 840
    452599 (서울)긴머리 부시시함을 커트로 차분히 만들어 주는 디자이너 추.. 1 2015/01/03 1,620
    452598 친정엄마 환갑 생신이세요. 요즘 5~60대 여성들에게 핫한 아이.. 11 2015/01/03 2,690
    452597 초등학교 동창이 텔레비전에 나오네요. 신기~ 10 ... 2015/01/03 4,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