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566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5617 강서구에 가족모임할 식당 추천 부탁드려요 1 ㅇㅇ 2015/07/21 1,031
    465616 다 타고난 그릇대로 사는거 같아요 62 팔자 2015/07/21 22,714
    465615 고양이가 끈을 뜯어 먹은 것 같아요.ㅠㅠ 5 ..... 2015/07/21 1,694
    465614 뉴욕타임스, 국가정보원 직원 자살 유서 보도 1 light7.. 2015/07/21 817
    465613 깻잎절임 짜지않고 맛있게 하는 비법 알려주세요 5 깻잎 2015/07/21 1,913
    465612 광진구 자양동쪽에 초등학생 옷 살곳 있나요 2 그냥 2015/07/21 591
    465611 압력밥솥 쿠쿠 실리트 비교후기 8 향육 2015/07/21 3,345
    465610 한강공원중 제일 예쁘게 잘 조성돼있는 곳은 어느 지구인가요? 6 궁금 2015/07/21 1,586
    465609 아들군에 보내고 1일.. 9 저릿저릿 2015/07/21 1,597
    465608 국정원 자살자 7월에 급히 구입한 마티즈 8 조작자살? 2015/07/21 3,730
    465607 지금 sbs에서 강용석 뉴스 나오네요.. 27 .. 2015/07/21 18,922
    465606 비오는날 제주여행. 5 .. 2015/07/21 1,701
    465605 코스트코 자숙냉동새우 그냥 녹여쓰면되나요? 4 ㅇㅇ 2015/07/21 4,754
    465604 2015년 7월 21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1 세우실 2015/07/21 589
    465603 화려한게 잘 어울리는 사람은 야해보이나요? 9 2015/07/21 3,149
    465602 부의금 대신 선물도 하나요? 4 어떻게? 2015/07/21 3,113
    465601 전국 양심치과리스트에요 ~ 98 치과 2015/07/21 85,447
    465600 중고딩들이 제일 좋아하는 밑반찬 3가지만 꼽아주세요 15 밑반찬 2015/07/21 4,267
    465599 이번 주말에 당일로 여행하기 좋은 곳, 어디 있을까요? 6 길치 2015/07/21 1,809
    465598 외국인에게 보여줄만한 영화는? 6 ... 2015/07/21 695
    465597 소음때문에 이사가신분 있나요? 6 2015/07/21 1,725
    465596 덥죠? 2 2015/07/21 623
    465595 웨스틴조선 vs 그랜드 하얏트 휴가 호텔 결정이요. 6 .... 2015/07/21 2,140
    465594 남자들이 골반있는 여자를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36 뭔가 억울 2015/07/21 59,032
    465593 날씬하다와 늘씬하다는 다른말인가요? 17 흐음.. 2015/07/21 3,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