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592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5164 신촌 세브란스에서 수술하려면 몇달 기다려야되나요? 4 병원 2015/09/24 1,337
    485163 아고다 예약변경문의입니다. 아고다 2015/09/24 2,204
    485162 얼마전 여기 콩가루세안유행했잖아요... 팩 노하우 공유합니다. 49 79스텔라 2015/09/24 7,616
    485161 건강검진 2년마다 하는거 오늘 다녀왔어요 1 ... 2015/09/24 1,860
    485160 차례상을 간소하게 하려는데... 8 시원한 2015/09/24 1,716
    485159 우리 식구는 컵도 다 취향이 다르네요... 2 에고고 2015/09/24 1,156
    485158 교사들 대체로 인성 별로죠? 51 ㅇㅇ 2015/09/24 6,772
    485157 ㅂ ㅅ 욕한 인간들, 수*준 문제 49 (9 2015/09/24 1,018
    485156 육전은 어느 부위로 하나요? 7 .. 2015/09/24 1,968
    485155 왜 티비나 영화에서 아줌마는 정신없고 잘 잊고 늘어지고 2015/09/24 901
    485154 나이들면 남자 만나는거 무서워 질수도 있나요 ? 5 포리 2015/09/24 1,593
    485153 헤나 가루 가격차는 왜 나나요? 2 ajwl 2015/09/24 2,486
    485152 수학 계산 하나만 해주세요 ㅠㅠ 3 ... 2015/09/24 846
    485151 졸업후 취업시에 5,6 등급도 이과가 문과보다 유리한가요? 22 이과 2015/09/24 4,817
    485150 오늘 mbc 11시10분 솔리드 나온대요!!!! 4 .. 2015/09/24 1,445
    485149 국어 화법 문의드려요( 급해요) 1 국어 2015/09/24 615
    485148 용팔이 김태희 단발 진짜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12 ..... 2015/09/24 6,061
    485147 남이 내욕을 하든 말든가 신경안쓰는 강멘탈이신분 있으세요? 12 에구구 2015/09/24 4,913
    485146 아파트 옆에 지하철 생긴다는데... 5 신안산선 연.. 2015/09/24 1,851
    485145 우체국 등기 4 .. 2015/09/24 796
    485144 장례식 장에서 6 . 2015/09/24 2,247
    485143 올해 18세가 된 애 보험이 만기가 되었어요. 다른 보험을 들어.. 11 실비는 가입.. 2015/09/24 1,940
    485142 전세사는데 도배 어떻게 할까요? 5 고민중 2015/09/24 1,315
    485141 청년실업으로 20, 50대 사이 나빠지는 현실 습슬 2015/09/24 604
    485140 '대학평가 D' 건국대 충주 A학장, ˝지잡대놈아˝ 막말 물의 .. 세우실 2015/09/24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