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598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6630 싱가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가볼만 할까요? 13 여행 2015/11/01 5,621
    496629 전기장판 저는 이렇게 써요 24 전기장판 2015/11/01 21,709
    496628 아기들 다툼에 엄마가 중재하는것 어디까지일까요... 2 ... 2015/11/01 909
    496627 과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요즘 과외 시세 어떤가요? 2015/11/01 937
    496626 외모 강박...심하다 3 ㅇㅇㅇ 2015/11/01 1,748
    496625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제가 궁금했던 동네가 나오는것 같아서요 어딜까 2015/11/01 641
    496624 도시 이름 여쭤요. 7 .... 2015/11/01 1,460
    496623 미드 로스트룸 무서운 장면 혹시 있나요? 4 ㅇㅇ 2015/11/01 1,252
    496622 1년 전 한 통의 전화가 상주터널 대형참사 막았다 3 샬랄라 2015/11/01 2,607
    496621 편의점 티머니충전할 때 폰케이스 씌운채로 되나요? 1 ... 2015/11/01 617
    496620 저도 실비보험 질문이요 1 11월 2015/11/01 675
    496619 국정화와 감금 서민 2015/11/01 549
    496618 아이폰 유저분들 색상 혹시 뭐쓰시나요~? 9 .. 2015/11/01 1,678
    496617 쿠션 팩트 추천해주세요 2 화장 2015/11/01 1,842
    496616 오늘 동물농장 5 ... 2015/11/01 1,849
    496615 여러분들 자녀들이 이렇게 나선다면 .... 2 .... 2015/11/01 1,002
    496614 “믿고 싶어하는 역사 만드는 건 위험천만” 1 샬랄라 2015/11/01 506
    496613 틱장애 치료는 어느 병원으로 가야하나요? 4 괴롭다 ㅠㅠ.. 2015/11/01 2,105
    496612 모범생 친구한테 받았던 상처.. 9 ... 2015/11/01 3,287
    496611 일방적으로 잘해주는 사람 거절 어떻게하나요 2 ㅇㅇ 2015/11/01 1,605
    496610 10월들어 자살한 학생이 81명이래요 -총리서신 4 충격 2015/11/01 2,725
    496609 오늘 저녁약속인데 털코트 오버인가요?? 14 코디 2015/11/01 3,012
    496608 대전 한밭대는 2 ... 2015/11/01 1,642
    496607 일반고와 자사고 궁금해서요 6 초보맘 2015/11/01 2,192
    496606 김무성 부친 1961년 의원시절 '친일 발언' 확인 1 샬랄라 2015/11/01 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