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454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1328 이 남자는 저에게 관심이 없다고 봐도 되겠지요? 9 보니 2015/01/01 3,630
    451327 광주에서 가족사진 잘 찍는곳 추천해주세요. 3 사진 2015/01/01 1,841
    451326 이 여자의 심리 상태는 도대체 뭔가요??? 17 mulzom.. 2015/01/01 5,444
    451325 도와주세요. 테팔vs해피콜 결제직전 15 결제직전임 2015/01/01 9,337
    451324 시아버님 폐렴으로 입원 어떡하면 좋나요? 3 라라라 2015/01/01 2,467
    451323 택배를 받았어요 3 하하ㅠㅠ 2015/01/01 1,314
    451322 나씨 여자아기 이름 봐주세요~ 11 고민 2015/01/01 3,703
    451321 손석희씨는 뭐랄까 잔잔한 감동을 주는것 같아요 4 .... 2015/01/01 1,973
    451320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할머니, 지금은 어디에서 사시나요.. 1 . 2015/01/01 4,203
    451319 배고픈거 참는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지않나요? 2 아아아 2015/01/01 1,351
    451318 이혜훈은 정체가 뭐예요 11 이상해 2015/01/01 4,917
    451317 서태지 지난 22년간 소송의 역사 4 ... 2015/01/01 2,135
    451316 멍게젓갈이랑 어리굴젓 맛있는 쇼핑몰좀 알려주세요. 1 2015/01/01 922
    451315 압구정 백야 ‥압둘라 왕자 21 뭔가요 2015/01/01 5,172
    451314 독일 영주권이나 시민권신청시 . . 2015/01/01 831
    451313 가정적이지 않은 여자친구.. 64 ㅇㅅㅇ 2015/01/01 17,724
    451312 리모컨 키로 트렁크 버튼 눌렀는데 다른차 트렁크가 열릴수도 있나.. 1 질문 2015/01/01 1,864
    451311 결혼은 싫은데 너무 외롭고 ..연애도 힘들고 .. 12 마피아 2015/01/01 4,454
    451310 오르다 , 가베 -> 시키면 수학에 도움 되나요? 16 조언기다림 2015/01/01 4,209
    451309 불륜두 아닌데 연애야 자유겠지요... 7 건너 마을 .. 2015/01/01 3,148
    451308 재치는 노회찬님이 낫지만,,토론의 갑은 유시민님같아요. 7 지금토론 2015/01/01 2,203
    451307 외롭네요 많이... 6 ::::::.. 2015/01/01 1,909
    451306 55년생 잿빛양의 공포는 시작되었다. 2 ... 2015/01/01 2,712
    451305 아이들 자원봉사 3 중딩맘 2015/01/01 937
    451304 요즘 키자니아 사람 많나요? 1 ㅋㅣ자니아 2015/01/01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