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474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1825 생콩가루 세안 글 지웠나요? 12 세안 2015/08/13 3,764
    471824 2015년 8월 1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5/08/13 473
    471823 부경대와 창원대 고민 8 입시 2015/08/13 3,559
    471822 당뇨가 있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감미료.. 19 ... 2015/08/13 3,048
    471821 나얼은 콘서트 안하나요? 4 휴2 2015/08/13 1,219
    471820 목소리 쥐어짜지 않고 고음 편안하게 잘 부르는 가수 19 가수 2015/08/13 3,985
    471819 삭히지못한 분노의 배출구인가요 ## 2015/08/13 672
    471818 방학동안 일기 쓰는걸 힘들어 해요ㅜㅜ 5 초등4학년 2015/08/13 783
    471817 0ㅖ전 고소미가 먹고싶어요 11 ㅂ거고파 2015/08/13 1,382
    471816 중국 텐진 시내에서 큰 폭발 있었네요 4 헐 ㅠㅠ 2015/08/13 3,360
    471815 언니 칠순 5 생신 2015/08/13 1,865
    471814 곧오십 3 ** 2015/08/13 1,893
    471813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둘 다 써보신 분 뭘 추천하시겠나요? 26 궁금 2015/08/13 4,263
    471812 이게 국가냐? 국회 여야 의원들이 합심해서 청와대를 공격하고.... 3 개국가 2015/08/13 985
    471811 시어머니가 생활비 안드린다고 화내셨어요..(펑예정) 14 ㅜㅜ 2015/08/13 7,855
    471810 다이어트 2년차...푸념 및 고민들어주세요. 19 다이어터 2015/08/13 4,613
    471809 생콩가루세안 좋긴한데 눈속에 들어가서 아파요 3 콩가루 2015/08/13 1,493
    471808 여드름 자국 피부과 시술 4 여드름 자국.. 2015/08/13 2,065
    471807 초등학교 영어 읽기 어떻게 하죠? 4 ^^ 2015/08/13 1,555
    471806 미주신경성 실신 증상 있으신 분 7 . . 2015/08/13 2,772
    471805 김태희가 액션연기를 잘했다면 배우 인생이 달랐을걸요 11 무비라이프 2015/08/13 3,210
    471804 자격증 질문요~ 1 할수있다 2015/08/13 672
    471803 자꾸 억울한 생각이 듭니다.. 4 한숨 2015/08/13 1,828
    471802 빵 만들고 있어요(임금님 귀는 당나귀) 39 빵빵빵 2015/08/13 5,208
    471801 심한 기침..지금 잠도 못자고있어요 9 ㅂㅈㄷㄱ 2015/08/13 1,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