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463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7613 바람 많이 불어요 22 ... 2015/08/31 2,351
    477612 미국 금리 인상 9월 확실시 17 2015/08/31 6,018
    477611 돌지난 아들..넘넘 이뻐요ㅠㅠ 29 ㄹㄹ 2015/08/31 4,177
    477610 10년 넘게 잊혀지지 않는 사람.. 힘들어요.. 5 .. 2015/08/31 2,529
    477609 남자가 말 거는거 7 2015/08/31 2,527
    477608 영화 미라클 벨리에 보고 왔어요. 6 ..... 2015/08/31 1,864
    477607 아이 다리 길이가 5미리 정도 차이난다는데요.. 1 걱정걱정 2015/08/31 985
    477606 스쿨존 사망사고 보니 우회전 신호등 설치했으면.. 4 안타까워 2015/08/31 1,840
    477605 주민세 내려고 봤더니..인터넷 10시까지네요. 14 잘배운뇨자 2015/08/31 2,419
    477604 냉부 넘 재밌어요~~~~ 22 냉부팬 2015/08/31 9,968
    477603 반도체공장 위험한가요 6 궁금 2015/08/31 2,542
    477602 5.6.7살정도 아이들 몇시간씩 자나요? 7 2015/08/31 1,193
    477601 일드 고독한 미식가 보시는 분들 계세요? 7 .... 2015/08/31 2,092
    477600 그리스 속담이라는데 무슨 뜻일까요? 2 속담 2015/08/31 1,423
    477599 소비전력=파워 맞나요????? dd 2015/08/31 794
    477598 오늘 오세득파스타 1 000 2015/08/31 2,386
    477597 발가락 교정기 써보신분 계실까요? 3 2015/08/31 2,486
    477596 참존쓰시는분들 질문있어요 3 매끈 2015/08/31 1,819
    477595 폴 오스터 좋아하는 분들~~~~~!! 16 뉴욕 3부작.. 2015/08/31 1,882
    477594 나는 아닌데 자기는 나를 친구로 생각했다고 3 인간관계 2015/08/31 1,593
    477593 도둑질 오케이 맘충이 어때서 10 완전 충격 2015/08/31 2,773
    477592 10층이상 로열층 호가가 6억2000천이면 7 2015/08/31 1,851
    477591 잘했다고 해주세요ㅠㅠ 6 내가찼어 2015/08/31 1,475
    477590 세월호503일) 아홉분외 미수습자님,가족들과 꼭 만나시게 되기를.. 11 bluebe.. 2015/08/31 513
    477589 정착하지 못하고 이사가고싶은것도 병이죠? 14 ㅂㅂ 2015/08/31 2,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