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456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9344 수시로 삐져서는 말안하는 남편이란 인간..참 싫으네요. 35 힘드네요. 2015/09/06 9,992
    479343 볶음우동 소스요! 2 마r씨 2015/09/06 1,879
    479342 5세 아이 ' 엄마가 죽으면 아빠가 있으니까 괜챦아' 랍니다. .. 32 아줌마입니다.. 2015/09/06 6,499
    479341 수험생 홍삼 추천 3 *** 2015/09/06 2,170
    479340 예민한 피부에 맞는 크림 추찬해주세요 4 추천 2015/09/06 1,017
    479339 양변기 비싼것과 저렴한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6 지현 2015/09/06 4,753
    479338 코스트코 과일이나 고기 어떤가요? 좀 알려주세요~ 6 ㅇㅇ 2015/09/06 3,081
    479337 무도에서 남미가는 항공이요... 5 푼타 2015/09/06 2,086
    479336 약사는 뭘하는 직업인가요? 45 2015/09/06 6,951
    479335 진짜사나이 여군특집보고있는데.. 5 mbc 2015/09/06 3,659
    479334 전세끼고 사서 세입자보고 나가달라고해도 되나요? 11 YJS 2015/09/06 3,325
    479333 진짜사나이 여군편 전미라~~ 16 마야부인 2015/09/06 11,244
    479332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혼하시겠어요? 9 ... 2015/09/06 2,340
    479331 회사 사람들이 2년이 지났는데도 적응 안되는건 저한테 문제가 있.. 6 ,,,, 2015/09/06 1,639
    479330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고2 딸 무엇을 먹여야할까요? 6 ... 2015/09/06 2,515
    479329 송사리떼가 나오는 꿈해몽 부탁드려요 3 2015/09/06 3,271
    479328 사람의 외모는 말을 해야 제대로 보이지 않나요? 7 근데 2015/09/06 2,160
    479327 분명 집 거울로 볼땐 6 괜찮았단 말.. 2015/09/06 1,862
    479326 하나은행 청약통장 1 청약 2015/09/06 1,629
    479325 효과 보신 주름화장품 있으세요? 2 치즈생쥐 2015/09/06 1,950
    479324 결핵예방 주사인가...신생아때 맞는거요. 6 ... 2015/09/06 1,522
    479323 일산 집값 2 궁금 2015/09/06 3,282
    479322 홍콩물가비싸나요 자유여행과 패키지 5 홍콩 2015/09/06 2,234
    479321 하지정맥류 수술하신분께 여쭐게요 5 수술 2015/09/06 3,516
    479320 [세월호] 17차 런던 침묵시위 4 홍길순네 2015/09/06 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