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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협박녀’ 이지연 부모 심경 고백
‘이병헌 협박녀’ ‘꽃뱀’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모델 이지연. 하지만 알고 보면 그녀도 누군가에겐 착하고 귀한 딸이다. 금지옥엽 기른 딸의 옥살이에 가슴이 찢어진다는 그녀의 어머니를 두 차례 만났다. 한 달 새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온몸을 휘감던 지난 11월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50억 음담패설 논란’의 주인공인 배우 이병헌이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했기 때문. 하지만 이날 재판은 이례적으로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됐고, 변호인 및 당사자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법정에 입장하지 못했다. 이지연의 부모도 마찬가지. 답답함에 가슴을 치는 이지연의 어머니, 아버지와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오갔다. 억울함보다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진심이었든 아니든 자신의 딸이 이병헌에게 금품을 요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돈을 노린 꽃뱀은 절대 아니라고 토로했다. 부모의 옷차림에서도 형편상 어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기사를 보니 지연이가 가정형편이 어려워 범행을 모의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글을 보고는 황당해서 말도 안 나왔어요. 아주 큰 부자는 아니어도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거든요. 지연이에게 매달 부족하지 않게 생활비도 보내줬고요. 돈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아빠가 암 투병 중이라는 내용도 나왔던데 위암을 초기에 발견해서 수술을 한 것은 맞아요. 하지만 지연이가 치료비를 걱정할 상황은 전혀 아니에요. 사치와도 거리가 먼 아이고요.”
함께 있던 이지연의 외삼촌은 이지연 부모의 재산 상황까지 설명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형님(이지연 아버지)께서는 남에게 신세를 지기는커녕 도와줄 정도로 재력이 충분하신 분이에요. 번듯한 상가 건물도 2개 갖고 있고 과수원도 크게 하시고요. 제가 공인중개사라 직접 매입해드렸으니 이건 거짓말이 아니에요. 인근에서 형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니까요. 필요하다면 부동산 등기부등본도 보여드릴 수 있어요.”
도주를 위해 항공권을 알아봤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표시했다. 이병헌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는 앞서 보도 자료를 통해 “이번 건은 사전에 범행 후 도주를 위해 유럽 여행권을 미리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모의해 협박을 하고 금품을 갈취하려 했던 명백한 계획 범죄”라고 밝힌 바 있다.
“매년 지연이랑 해외여행을 다녔어요. 작년에는 터키를 다녀왔고요. 올해도 유럽 쪽으로 가보자고 해서 지연이가 그쪽 항공권을 검색해본 거예요. 어느 누가 물가 비싼 유럽으로 도피를 하나요? 도망갈 생각이었다면 경찰이 찾기 어렵고 오래 머물 수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를 알아봤겠죠. 설령 50억을 받는다고 해도 그 많은 돈을 가지고 나가지도 못하고요. 답답할 따름이에요.”
누구보다 외롭게 추운 겨울을 보내는 딸 얘기에는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지연이는 정말 착한 아이예요. 자라면서 속 한 번 썩인 적이 없고요. 지금도 면회를 가면 자기는 괜찮다고 엄마·아빠 걱정을 더 많이 하는 애예요. 또 어릴 때는 버스비를 아껴 할아버지 선물 살 용돈 모은다고 한 시간씩 학교까지 걸어가기도 했어요. 다 큰 요즘도 아빠 발 마사지 해준다고 할 정도로 살가운 딸이고요.”
조용히 옆에서 듣고 있던 이지연의 아버지도 딸의 성격 이야기가 나오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병헌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협박할 정도로 딸아이가 영악하지 않다는 것. 오히려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 이런 일이 생겼다고 했다.
“지연이가 원체 끼가 없고 순진해요. 성격도 조용하고요. 연예인 할 만한 자질이 안 되는 걸 알기에 반대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본인이 하고 싶어 하니 시키긴 했는데 대신 계약서는 쓰지 말라고 했어요. 생활비 충분히 줄 테니 활동해서 버는 돈은 회사에 다 주라고도 했고요. 지연이는 이병헌과 처음부터 사귈 생각도 아니었어요. 톱스타인 이병헌이 만나자고 하니 신기하고, 업계 선배이니 연예계 생활에 도움이 될까 싶어 친하게 지낸 것이죠. 이병헌이 매너 좋게 잘해주고 꾸준히 연락하니 나중에는 마음을 조금 연 것 같아요. 그런데 이병헌 입장에서는 막상 만나보니 지연이가 호락호락한 아이가 아닌 거죠. 그래서 정리를 하자고 한 것일 거예요.”
곱게 기른 딸이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몰리기까지 부모로서 가장 안타까운 점을 물었다. 이지연의 부모는 무조건 자식을 감싸지는 않았다. 이병헌의 태도가 괘씸하고 배신감을 느껴 홧김에 1회성으로 협박을 한 것이라도 잘못은 잘못이기 때문이란다.
“저희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직 어린 애들인 다희와 지연이가 돈을 달라고 했을 때 이병헌이 한 번도 타일러보지 않고 경찰에 신고한 거예요. 친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몇 번을 만났던 사이인데 최소 두세 번은 아이들을 만나 설득해봐야지…. 그랬다면 지금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예요. 물론 톱스타인 이병헌 입장도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애들이잖아요. 50억원이라는 돈이 현실적이지도 않고요. 속상하고 안타까워요.”
12월 16일 열린 3차 공판에서 이지연의 가족을 두 번째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차 공판 후 20여 일이 지난 12월 16일, 3차 공판 현장에서 다시 한 번 이지연의 부모를 만났다. 재판정에서 눈물 흘리는 딸의 모습에 어머니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한 달 새 흰머리가 부쩍 늘었고, 얼굴도 많이 상한 느낌이 들었다.
“기운을 내야 하니까 먹는 건 어느 정도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가 갑자기 이렇게 세었어요. 애 아빠는 밥을 잘 못 먹어서 몸이 많이 상했고요. 하지만 추운데 고생하는 지연이가 가장 걱정이죠. 큰 병은 아니지만 선천적으로 병도 갖고 있는데 그게 또 악화돼서…. 일단은 약만 먹고 있는 상황이에요.”
2차 공판 이후 이병헌 측의 합의 시도는 없었는지 물었다. 이병헌은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지연과 주고받은 친밀한 메시지에 대해 ‘농담’이었다며 교제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해당 내용은 연인 관계에서나 주고받을 법한 성적인 이야기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 후에는 없었어요. 저희도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고요. 지연이가 아주 똑똑하진 않지만 억울한 건 못 참는 성격이거든요. 자존심도 있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사귀지 않았다고 얘기하면 구형을 줄이도록 도와주겠다’라는 그쪽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지켜온 거예요. 스스로를 속이고 ‘꽃뱀’이라는 치욕스러운 수식어를 달고 사느니 차라리 감옥에서 모든 죗값을 치르고 나오겠다는 게 지연이의 생각이에요.”
이날 검찰은 이지연과 김다희에게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피해자(이병헌)를 금전 갈취의 대상으로 보고 모의해 공갈 범행을 저질렀다”며 “비록 미수에 그쳤으나, 피해자에게 요구한 금액이 50억원에 이르고 은밀한 사생활 동영상을 그 수단으로 사용해 죄질이 불량하며 반성하는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검찰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씨와 이병헌의 직접적인 만남 횟수가 3~4회로 적고, 이씨는 지난 7월까지 오모 씨와 연인관계였다는 점에서 교제 사실의 실체나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의 구형에 이지연의 변호인은 항변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남자친구라고 지칭하는 오모씨와 연락할 당시에는 이병헌이 이지연을 쫓아 다닐 때였다. 시기가 조금 겹치는 것을 검찰이 몰아가고 있다”면서 “첫 만남 자체가 이병헌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나는 여자 가슴보다 엉덩이를 좋아한다’는 말 등으로 호감을 표시하고 성관계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인 만남과 성관계를 요구한 것도 이병헌이었다”고 계획적으로 접근해 범죄를 모의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말 돈이 목적이었다면 성희롱을 이유로 민사 소송 등을 제기하는 방법을 찾지 않았겠느냐. 또 협박할 의도가 있었다면 더 확실한 동영상을 촬영했을 것이다. 깊은 스킨십도 있었는데 어설프게 음담패설 동영상으로 협박했다는 것은 그 이전에는 협박할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다”라고 변론했다.
또한 이날 법정에서 이지연과 김다희의 변호인들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을 키웠다. 이지연의 변호인은 “검찰 측이 ‘이병헌과 사귀지 않았다’고 진술하면 구형을 감면해주겠다고 이지연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김다희의 변호인 역시 “검찰이 김다희에게 있지도 않은 빚 3억원이 있다고 공소 사실에 기재하고, 회유를 통해 공모 날짜를 앞당기는 등 짜 맞춘 시나리오대로 수사를 진행했다”면서 “이병헌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대화 기록은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초췌한 얼굴로 재판에 참석한 이지연은 재판 중간중간 부모님이 앉아 있는 방청석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녀는 최후 진술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철없이 행동했던 점 반성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피해자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다희와 이지연은 지난 8월 술자리에서 찍은 동영상을 빌미로 이병헌에게 50억원을 요구했다가 경찰에 붙잡혀 9월 구속 기소됐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 열린 1차 공판부터 협박 혐의는 인정했으나 범행 동기는 부인했다. 이지연은 “이병헌과 교제를 한 사이로, 일방적 이별 통보에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병헌 측은 이지연의 교제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한편 이병헌은 현지 일정 소화를 이유로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아내 이민정도 이병헌의 출국에 동행했으며, 온갖 풍파에도 불구하고 깊은 애정을 과시하며 남편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 후문. 두 사람은 연말을 미국에서 보낸 뒤 1월 중 입국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취재_이현경 기자
사진_최항석, 오혜숙
우먼센스2015년 01월호 ** M라운지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