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살려달라 안녕들 못하셨습니까?

마지막희망 조회수 : 554
작성일 : 2014-12-26 14:23:4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6&aid=000...


살려달라, 제발 살려달라

혐오의 폭력은 미쳐 날뛰고 인권의 가치는 무너지고 법은 목숨을 배신하고…
2014년, 마지막 희망마저 꺾인 이 땅 곳곳에서 여전히 안녕하지 못하다는 절규

안녕들 못하셨습니까?

2013년 마지막 인사가 ‘안녕들 하셨습니까?’였다면, 2014년의 마지막 인사는 ‘안녕들 못하셨습니까?’일지 모른다. 그만큼 좋았던 기억이 없는 해였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아니 살아남은 자의 치욕만큼 올해에 어울리는 말도 없다.
농담을 하곤 했다. “그래도 한국엔 좋은 점이 딱 2개는 있지.” 98개가 나빠도 2개는 나쁘지 않았다. 농담의 첫째는 “담뱃값이 싸다”, 둘째는 “혐오폭력은 없잖아”였다. 동방예의지국의 유구한 전통은, 그러나 무너졌다. 담뱃값이 2배로 뛰듯 혐오가 미쳐 날뛴다. 혐오의 수치도 폭력의 수준도 폭등했고, 인권의 가치는 무너졌다. 이제는 ‘아베의 일본’이 아니라 ‘푸틴의 러시아’로 치닫지 않을지 걱정만 쌓인다.

사법제도는 갈수록 목숨을 배신했고, 고장난 정치는 오작동만 반복했다. 도대체 당신들은 누가 위임한 권력으로 마지막 희망마저 꺾는가? 쌍용자동차의 노동자 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은 통곡의 벽을 세우는 것과 같았다. 회사는 정당성의 증명서를 얻었다. 이제 제도로 해결할 방법은 없다. 정치는 없다. 작동하지 않는다. 오로지 남은 희망은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인지상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지금도 보는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김정욱·이창근은 미친 겨울의 한파 속에 공장의 70m 굴뚝에 올랐다. 먹먹한 그들의 결단 앞에 우리는 지금 천천히 운다. 얼지 마, 얼지 마, 얼지 마. 그저 하늘을 향해 기도한다.

“살려달라, 살려달라, 제발 살려달라.” 부끄럽지도 창피하지도 않다. 목숨이 백척간두라 한 발만 내디디면 절벽일 것 같아서 무서운 사람은 당연히 “살려달라”고 외친다. 이것은 결코 부끄러운 애원이 아니다. 이창근 쌍용차 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굴뚝에 오른 것이 아니라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고 무서움 또한 많고 여린 인간인지를 알리기 위해” 올라왔다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것이 애원으로 들린다면, 이 말이 비참하다면, 당신이 절실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친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 70m 고공에서 울리는 간절한 고백의 기도가 들린다. 법적 구제, 제도적 해결의 한순간이 마감된 자리에서, 가장 진솔한 인간으로 그들은 굴뚝에 올랐다. 호소하기 위해서다. “식도를 슬로프 삼아 따뜻한 밥알이 내려갑니다. 회사와 공장 안 기업노조의 배려와 도움 탓입니다. 우린 지금 회사와 공장 안 동료들과 이곳 굴뚝에서 따뜻한 밥을 나눕니다. 이렇게 밥 나누면 곧 마음도 풀리겠죠.” 오직 고드름만이 자라는 고공에서 이창근은 김정욱과 뭇국과 콩밥을 넘기며 그렇게 썼다.

일찍이 시인은 노래하고 촌장은 반주했다.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시인과 촌장 <풍경>) 쌍용, 밀양, 강정…. 노동자는 굴뚝에서 공장으로 돌아가고, 할매들은 농성장에서 밭으로 돌아가고, 제주의 어부는 다시 바다로 나가고. 이들은 다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나약한 난쟁이들의 70m 굴뚝은 가장 낮은 곳이 되었다. 지금, 두 노동자가 위험하다. 그들을 살리지 못하면 우리는 어떠한 세계도 살리지 못한다.

날아오는 소식마다 비보다. 저성장의 흉흉한 소문은 마음을 뒤숭숭하게 하고, 그나마 남은 안정된 일자리를 위협하는 뉴스는 날마다 날아든다. 청와대발, 여의도발 뉴스가 목숨들을 위협한다. 우리는 천천히 한 명씩 70m 굴뚝에 올라가는 존재가 되리란 공포에 젖는다. 저성장의 예감은 우리 안의 악마를 깨웠다. 그래서 묻는다. 이런 비루한 삶마저 지속 가능한가? 이제 누가 저항할 힘이 남았나? 저항마저 지속 불가능한 사회는 오는가? 제발 틀렸다고 말해달라. 제발 틀렸다고.

마치 번복되지 않을 판정을 기다리는 선수처럼 우리들은 하염없다. 공정하지 못한 오심으로 시합은 패배로 끝났다. 판정은 번복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끝을 내지 못한다. 그것은 다음이 없는 목숨에 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쌍용차 노동자, 코오롱 해고자, 밀양 할매들의 얘기가 아니다.
IP : 178.162.xxx.221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1737 새해 9세 된 여아..오르다 시켜볼까요? 9 궁금 2015/01/01 1,942
    451736 디오스 양문형?4도어?..어떤게 나을까요?? 3 부자맘 2015/01/01 1,923
    451735 미혼인데요, 남동생이 먼저 결혼했는데 저의대한 호칭 10 사람의 마음.. 2015/01/01 2,466
    451734 여행 싫어하는분 계세요?? 24 ㅇㅇ 2015/01/01 7,150
    451733 1년 연봉을 걸치고 다니는 여자라네요. 12 이정재 2015/01/01 6,568
    451732 오늘 팽목항 3 유리동자 2015/01/01 1,214
    451731 왜 낳았냐고 원망할까봐 4 아이 2015/01/01 2,059
    451730 전세들어갈 집.. 짐 빼고 나니 벽지에 곰팡이... 집주인이 해.. 3 곰팡이 2015/01/01 4,498
    451729 지 뱃속만 편한 큰 아들... 5 ㅠㅠ 2015/01/01 2,734
    451728 국민티비 노종면 국장님 제발 돌아와 주세요~ 1 국민티비 2015/01/01 1,544
    451727 40중반 아줌씨들 7 ㅁㅇ 2015/01/01 5,287
    451726 입시에 대해서 여쭤볼게요. 6 엄마 2015/01/01 1,344
    451725 세월호261일) 새해 첫날.. 아직 차갑고 어두운 곳에 계신 분.. 11 bluebe.. 2015/01/01 504
    451724 남편이 있어서 좋은 점?? 굳이 이 사람일 필요가??? 13 모르겠다 2015/01/01 3,933
    451723 침대사야하는데요. 1 .. 2015/01/01 917
    451722 ㅇ ㅎ ㅅ 14 짜증 2015/01/01 2,859
    451721 인터넷 보세쇼핑몰에서 오리털패딩 구입하신분 계신가요? 1 지름신 2015/01/01 853
    451720 중국어학원 추천 부탁드려요 3 궁금이 2015/01/01 1,332
    451719 서태지콘서트 다녀왔어요 28 joy 2015/01/01 4,188
    451718 명품 가방 좀 추천해주세요. 7 육아맘 2015/01/01 2,519
    451717 국가장학금 받을때 공인인증서요 3 .. 2015/01/01 1,454
    451716 남대문 아동복 도매/사입에 관해 궁금해요 8 아동복판매 2015/01/01 5,932
    451715 제가 심심하니 조카 데려다키우라는 농담하는 시어머니 38 농담? 2015/01/01 14,521
    451714 이 식품이 뭘까요? 2 ^^;; 2015/01/01 1,024
    451713 양재역쪽에서 아산병원이 먼가요 9 2015/01/01 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