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식구들이랑 동해로 여름 때 여행을 갔었어요. 십수년 전 일이죠.
사촌 동생 중에 고등학생 중학생 형제가 있었는데, 얘네 둘 다 뚱뚱했어요.
가끔은 보는데 평소에도 자주 어울리는 편은 아니어서
걔네가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 음식 습관 같은 건 알지 못했어요.
어쨌든 여행 중에 싸간 돼지갈비도 굽고 해산물도 굽고 회도 사오고, 펜션 마당에다 저녁 때 만찬을 벌였어요.
스물다섯명 정도가 다 같이 먹고 있었죠. 전 걔네가 어떻게 먹고 있는지 보지는 않았어요.
근데 식사가 중반을 넘어섰을 때 쯤 이모들이 어수선~ 외숙모가 왔다 갔다.. 속닥속닥.. 거리더라고요.
뭔가 이상했지만, 전 그냥 먹었네요. 근데 여동생이 제게 귓말을 해줘요.
"언니, 쟤 ** 똥 쌌대. 바지에다가. 그래서 외숙모가 팬티 빨아주고 있대."
저는 경악.
제 귀를 의심......
"뭐???" "뭐???" 몇 번을 되묻고. 믿기지가 않고.
나중에 식사자리 끝나고야 자세한 걸 알았는데
중학생이던 사촌 아이가 똥이 마려운데도 불구하고 음식을 더 먹고 싶어서 똥을 참아가며 먹었다고 하더군요.
똥이 마렵기는 한데 음식은 더 먹고 싶고, 음식 더 먹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어서
계속해서 참아가며 먹다가 결국에는 팬티에다 싸버렸대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고
엄마가(제게는 외숙모) 팬티를 빨아줬다니.
그래서 물었죠. 너무 급하면 싸고 와서 다시 먹으면 될 거 아니냐.
그랬더니 똥 싸고 오면 맛있는 음식이, 사람들이 먹어서 다 사라져버릴까봐 가지 못했다고 했다더군요.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때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너무 괴물 같았고, 너무 인간 같지 않았고, 짐승 같았던 그 애.
이후로 그 애를 보면 똥 생각밖에 나지 않아요.
걔가 공부도 잘 하고 우애도 좋아 반장도 하고 좋은 대학도 갔는데
그냥 미련한 인간으로밖에 보이질 않네요.
초등 저학년이 그래도 놀라운데 중학생이
끔찍하지 않나요?
그래서 뚱뚱한 사람 보면 좋은 눈으로 보이지만은 않아요. 걔 때문에.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