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이 어제밤에 82글보고 글쓰셨나,,
제발 크리스마스 모텔데이 제발 그만좀........
크리스마스=커플데이..우리 아이들 세대에선 제발 이런 인식없어졌으면..하네요..
"일 년 열두 달 중에 단 하루 섹스를 해야 한다면? 바로 크리스마스 밤이지~!"(영화 '해피에로크리스마스' 중)
"크리스마스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24일에 수면제 먹고 잠들어서 26일에 일어날 겁니다."(이모씨·24)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개신교 절기의례인 크리스마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는 '연인들의 기념일'로 통한다. CF의 한 장면처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선물을 주고받을 애인이 없는 '솔로'들은 크리스마스에 수면제 복용이나 불쌍한 시선 받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크리스마스는 언제부터 연인들의 날이 됐을까.
◇한국 크리스마스의 역사…기독교 축제에서 상인의 축제로
크리스마스는 1890년대에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개신교 선교의 일환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1920년대 이후 '모던걸''모던보이'가 서구문화 수입을 선도하면서 크리스마스 문화는 경성의 상업적 도시문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1936년 12월25일자 '매일신보'는 '기독교인들의 손에서 상인들의 손으로 넘어간 크리스마스'란 제목의 기사에서 당시 백화점의 '쇼 윈도우'와 '크리스마스 추리'를 언급하며 크리스마스의 상업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는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정에 의해 공휴일로 지정됐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중후반부터 일찌감치 크리스마스는 젊은이들에게 '광란'과 '향락'의 날로 향유됐다. 당시 신문은 1960년대부터 여관이 '초만원'이었다고 증언한다.
강준만 교수는 '한국 크리스마스의 역사: '통금 해제의 감격'에서 '한국형 다원주의'로(2007)'라는 논문에서 "1981년까지 지속된 야간 통행금지로부터의 해방감과 엄격한 반공 이데올로기 체제하에서의 친미의 상징적 가치, 서구화에 대한 열망, 크리스마스 상업주의와 대중문화의 연계효과, 세계와의 일체감, 계절적인 영향으로 한국에서 크리스마스가 최대의 '놀자판 축제'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상업화된 크리스마스…배제되는 솔로들
초기 종교적 의미나 '통행금지'와 '군사독재'의 억압이 사라진 오늘, '소비주의' 문화의 잔재는 남았다. 주된 타깃은 '커플'이다. 서양에서 크리스마스가 주로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여겨지는 반면 설날이나 추석 등 전통 명절을 지닌 한국에서 성탄절은 연인들끼리 보내는 날로 차별화된 경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중매체와 각종 상품 마케팅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를 끊임없이 보급하며 '애인'이나 '금전적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다.
직장인 김모씨(29)는 애인이 없는 이번 크리스마스를 '술'로 보낼 예정이다. 김씨는 "(남자) 친구들이랑 이태원에 가서 최대한 더럽게 놀 계획"이라며 "낮부터 취해있을 예정이다. 주님을 위한 날에 절 다니는 사람들까지 커플들끼리 요란스럽게 놀러다니는 건 한국의 유난스러운 특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크리스마스는 솔로들이 가장 외로움을 타는 날로 꼽힌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솔로 미혼남녀 304명을 대상으로 '1년 중 가장 솔로로 보내기 싫은 때는 언제인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크리스마스'(40%)가 1위를 차지했다. '발렌타인데이/화이트데이'(23%), '생일'(15%), '12월31일'(13%)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김미연 듀오 홍보팀 주임은 "12월엔 크리스마스와 파티 등 연인 간 행사가 많아 외로운 남녀의 가입문의 건수가 2배가량 증가한다"며 "실제 듀오가 조사한 결과 미혼남녀 83.5%는 연말 분위기가 연애욕구를 부추긴다고 답했으며 이에 따라 12월엔 '솔로 탈출'을 돕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포세대'의 달라진 사회 풍경
그러나 이러한 이상화된 '흥청망청' 크리스마스 이미지는 2000년대 이후 녹록치 않은 현실과 큰 간극을 갖는다. 현실 속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로 일컬어지는 젊은이들 대다수는 취업과 생계 전선 속에서 대중매체가 그리는 이상적인 크리스마스를 맞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캐럴 소리가 갈수록 사라지고 크리스마스 기대치가 낮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 18~19일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6%가 '집에서 쉰다'고 답했으며 54.4%는 단순 '휴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가 점차 축제라기보다 치러야 할 '미션'으로 여겨지면서 솔로뿐 아니라 커플과 가장 등 많은 이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어 의미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모씨(32)는 "결혼 초 유부남에겐 크리스마스에 뭘 할지 큰 스트레스"라며 "식당 예약도 꽉 찼고 공연은 다 매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타파크로스가 지난해 SNS 등 소셜데이터 200만건을 분석한 결과 한국인들의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생각 중 '누구와 보낼지' '무엇을 할지' '무엇을 선물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인들은 특별한 데이트를 고심하고 솔로들은 새로운 인연을 찾아 소개팅을 하거나 고백을 하는 등 '준비'를 한다는 설명이다.
한 현직 교회 전도사는 "본래 크리스마스는 가장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오신 아기예수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하는 시간인데 축일에서 축제의 대상이 빠지고 세속화되면 자연스럽게 소비적 문화가 된다. 밸런타인데이나 할로윈데이도 마찬가지"라며 "이를테면 산타클로스도 성 니콜라스가 가난한 자들을 돌보며 선물을 주던 것에서 유래했는데 그 정신이 빠지니 연인들이나 자식들이 선물을 요구하는 등 본질이 퇴색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석훈 경제학 박사는 "서구의 크리스마스가 결코 떠들썩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가족행사의 의미를 띄는 데 비해 한국에선 유독 연인들끼리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 애인 없는 사람들이 반 이상이고 갈수록 가족이 없는 이들도 많아 현재 크리스마스는 한국에서 가장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날이자 파편화된 개인들이 상업성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시간이 됐다. 꼭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소외된 이웃과의 나눔과 사랑이라는 축제 본연의 공동체적 성격을 환기시키고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