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다들 남편에게 하나쯤 포기하는 것이 있으세요?(장문)

슬픔 조회수 : 1,591
작성일 : 2014-12-24 13:08:06
쌓여있으나 참고 사는 거요.

그게 친정모독이랄지 외도경험이랄지 폭력이랄지 하면 참고 살지 못하죠.
하지만 그 정도 단계는 아닌 거요.
집안평화를 위해 마음 속에 꾹 눌러놓아 참고 포기하고 더이상 안 바라는 거요.

저는 있어요.

저는 직업이 무대에 서는 사람이고요,
제 무대에 찾아와 꽃과 선물을 준 남자와 결혼했어요.
저는 결혼적령기였고 별로 남자친구 경험도 없이
이 정도면 외모든 조건이든 보통이고 괜찮다 싶어서 결혼을 쉽게 승낙했어요.

그리고 결혼할 당시 몇명의 사람들이(제 측 사람들도 그렇고 남편 쪽 사람들도 그렇고)
학벌이나 조건 외모로 보아 '여자가 아깝다'는 소리를 하긴 했고요,
이 남자는 대범하게 그런 소리를 넘기는 사람이 아니라
꽁하게 갖고 있는 스타일이예요.
하지만 저희 집에서는 조건으로 전혀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시부모님은 저를 매우 하대했어요.
싸구려 예능인 쯤으로 치부했고요.
제가 나온 대학을 완전히 3류로 생각하시더라구요.
소위 말해 명문의 선두에 서 있는 대학입니다.

그리고 저희 집에서 반대를 안 하고 결혼허락을 한 사실로 더더욱더
제가 무슨 하자가 있어 조건좋은 딸을 아무 집이나 밀어넣으려 한다는 식으로 대했고요.
시어머니는 아주 집요하게 너희 집안은 왜 이 결혼을 하게 하느냐고 물어왔고
제가 '저희 부모님은 조건을 보는 분이 아니다'라고 답하면 무섭게 노려보곤 했어요.
시부모님만 그랬다면 되겠지만, 남편도 거기에 어느 정도는 동조를 한 거나 다름없어요.
시어머니와는 지금도 사이가 좋지 않아요.

또한 아이가 아기침대에 누워지낼 때 아이가 울면
제가 연주를 해서 아이를 달래주곤 했거든요.

어느날 갑자기 방문이 확 열리더니
연주를 하는 제 앞에서 아기침대에 놓인 아기를 확 "나꿔채" 간 적이 있어요.

왜 그러냐고 제가 그것을 따지자 바로 부부싸움이 되었고요.
남편은 어머니 말을 인용하며
아이가 예능을 가까이하면 큰 화를 입을 거라고 하더군요. 저를 째려보고 노려보며 그러더라구요.
전 그저 어린 아기를 달래는 방편으로 연주를 해 준 거예요.
아기는 울다가도 제 연주를 들으면 안 울었고요.

그리고 제가 연주를 할 때 '꽃 들고 오셔~'라고 농담하면
눈이 그렇게 매서워질 수가 없었어요.
결혼 이후로는 제 무대에 온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한번은 정색하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왜 내 무대에 남편으로써 한번도 보러오지 않느냐고.

그러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가 가고 싶겠냐!!!!!!!!!!!!!!!!!!!!!!!!!!!!!!!!!!!!!!!!!!!!!!

이게 무슨 뜻인지를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후로는 전혀 묻지 않았고 무대는 언제나 저 혼자 합니다.
아이가 커서 엄마의 매니져처럼 함께 있어주긴 하는데
좀더 어렸을 땐 남편이 절대로 엄마의 무대에 데려오지 않았어요.
혼자 연주장소로 가기 전에 남편이 안고 있는 아이를 들여다 보며 잘 하고 올께~하고 말했을 때 남편이
싹.....아이얼굴을 제가 못 보게 싹 돌아서 버린 적도 있답니다.
그런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철렁해요. 뇌에 박힌 무서운 기억입니다.

한번은 무대 후 저를 데리러 온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몰려와서 XXX씨 남편이냐 아는 척하고 무대를 보았느냐 하니
완전히 개똥이라도 씹은 듯한 썩소를 짓더라구요.

그 외엔 어떤 남편인 줄 아세요?
가정밖에 모르는 아주 성실한 착한 남편입니다.

하지만 전 오히려 가정밖에 모르고 마누라에게 뭘 못 해줘서 안달인 모습이
무섭기도 해요.
뭐든지 엄마 먼저, 엄마 뜻에만 따르려는 착한 아버지 코스프레를 할 때 소름이 끼칠 때도 많아요.
IP : 46.165.xxx.22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있죠
    '14.12.24 1:45 PM (118.38.xxx.202)

    돈 많이 못버는 거..
    결혼해서 뭐든 한두가지는 포기하고 사는 것 같아요.
    대부분.

  • 2. ..
    '14.12.24 1:46 PM (211.36.xxx.135)

    댓글들이 핵심을 짚은거 같아요. 존귀해보이는 님과 결혼했는데 아내가 빛날수록 본인이 초라하게 느껴지니 공격적인 태도가 나오나봐요. 아내가 떠날까봐 가정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0507 2008 금융위기.다시 생각해보면 4 리먼 2015/09/09 1,720
480506 하나고 학부모들, 공익제보 교사 사퇴 요구. 14 ... 2015/09/09 3,586
480505 괄약근 수술도 되나요? 2 혹시 2015/09/09 1,512
480504 인터넷 면세점 이용하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8 ... 2015/09/09 2,245
480503 2015년 9월 9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5/09/09 604
480502 82님들,세종시 버스출퇴근 가능한 대전지역 알려주세요~~ 5 포리 2015/09/09 1,665
480501 연브라운 시스루 상의에 어울리는 코디는요?? 1 2015/09/09 1,144
480500 아침에 즙 한잔만 달랑 마시고 가네요. 8 탄수화물 2015/09/09 2,531
480499 잠 좀 많이 자고싶어요 ㅜ.ㅜ 3 ... 2015/09/09 1,658
480498 예능 육아와 현실 육아의 간극, 슈퍼맨 아빠들에 좌절하는 보통 .. 4 ㅇㅇ 2015/09/09 3,338
480497 어휴..김동욱 47 루비 2015/09/09 21,402
480496 지금 어쩌다 배달의무도보는중인데.. 8 무도 2015/09/09 2,707
480495 왜왜 잠이안오는걸까 2 자고싶다 2015/09/09 993
480494 말린약쑥과 질염 약쑥 2015/09/09 1,290
480493 지나간 인연은 그대로 끝인가요? 5 2015/09/09 5,267
480492 논술보러 이동시 퀵서비스 10 고3맘 2015/09/09 1,441
480491 90년대 초반 서울 사립대학 등록금 얼마정도였나요? 40 .. 2015/09/09 12,524
480490 양평역 앞에 흉물스러운 건물이 떡하니.... 9 그게머지 2015/09/09 2,696
480489 과선택이 고민입니다 1 수시등록 2015/09/09 1,083
480488 개인이 머리 아무리 다듬어도 드라이만 못하나요? ... 2015/09/09 1,042
480487 야 이 비싼 고양아 6 ..... 2015/09/09 2,140
480486 고3 수시.. 문과인데 경희대 한의예과 많이 불리한가요? 4 ... 2015/09/09 2,603
480485 영화제목좀 알려주세요 1 . 2015/09/09 727
480484 돌고래호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3 궁금 2015/09/09 1,386
480483 고춧잎나물 어떻게처리할까요? 2 아이고오 2015/09/09 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