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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24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564
작성일 : 2014-12-24 08: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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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넘치는 주말거리를 걷는데
웬소리가 있어 두리번거렸더니
저마다들 다 저 갈 길을 가고
저 할 말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괜히 무안해져 나도 갈 길을 가야지
서 너 발짝을 떼었다
다시 웬 우뢰와 같은 소리가 있어
이번에는 진짜 뭔가 있으려니
길 복판에 서 사방으로 눈을 돌렸다
아득히 다가오는 손 한 장이
그냥 궁해 보이길래 엉겁결에 마주잡고 말았다
그 손바닥에 힘이 주어지는가 싶더니만
아래 위로 흔들리며 반갑다 오랜만이다
아까부터 불렀는데 못 들었으냐고 한다
당황스러워지며 불쑥 한마디 튀어나와
내가 서 있는 거리는 청력을 잃어버렸고
나를 어떻게 불렀소
나를 어떻게 불렀소가 화면 위에 새겨졌다
광활한 정적이 왔던 길과 갈 길과
옆 길과 뒷 길과 사잇길과 그 길 위의
사람들과 건물들과 또 모든 것들 전부를
간 곳 없게 하였다 블랙홀같은 정적이
아가씨들 박자 맞춰 껌씹는 자국이
차차 물방울처럼 볼룩해지는가 어디론지 떨어지는가
딸랑하는 소음에 시선을 옮겼더니
허공에 뜬 구두 사이로 은색 창연한 동전이 누웠다
얼른 집어들고 성큼성큼 도망하듯 걸어갔다
어지간히 감각이 돌아와서
숨돌리고 꽉 쥐었던 손을 펼쳤는데
한 손에는 빛나는 한국은행 동전 하나가
한 손에는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이름 박힌
낯선 명함 한 장이 거기가 지네 집 안방이라도 되는 양
뻔뻔스럽게 자빠져 있었다.


                 - 한광인, ≪거리를 헤매이다≫ -

* 강원일보 1994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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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4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2/23/20141223-grim.jpg

2014년 12월 24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2/23/20141223-jangdori.jpg

2014년 12월 24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70509.html

 

 

말이 되게 만들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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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고 해서 꿈과 이상이 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영화 "서칭 포 슈가맨"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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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02.76.xxx.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늘 감사드립니다.
    '14.12.24 9:30 AM (59.14.xxx.9)

    아침마다 처음 열어 보는 글이 세우실 님 글입니다.
    만평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지만 이렇게 댓글을 남기는 것은 거의 드문 일이네요.
    많이 보든 안 보든, 사람들이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상관 않고
    묵묵히 날마다 이렇게 뉴스 올리시는 세우실 님 같은 분 때문에
    한 가닥 희망을 지우지 못하나 봅니다.

    마음이 스산한 요즈음 울컥해서 마음을 전해봅니다.
    우리 지치지 말자고!
    매일 아침 정성스런 마음으로 님의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시라고!.

  • 2. 한국지
    '14.12.24 9:35 AM (112.217.xxx.107)

    십장시가 활개치는 한국지...

  • 3. ..
    '14.12.24 10:48 AM (61.254.xxx.213)

    저도 늘 감사드려요~
    세우실님 성탄 잘 보내시구요.. 따뜻한 송년되세요~~~

  • 4. .....
    '14.12.24 10:53 AM (182.212.xxx.129)

    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5. ...
    '14.12.24 2:18 PM (180.227.xxx.92)

    좋은 글 잘 보고 있어요
    감사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6. 덜덜
    '14.12.24 11:10 PM (173.61.xxx.12)

    삼국지마저 울고가는 한국지.
    장도리 천재설이 다시한번 입증되네요.
    어디 장도리같은 용기있는 정치인 없나요? 단 한명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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