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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넘치는 주말거리를 걷는데
웬소리가 있어 두리번거렸더니
저마다들 다 저 갈 길을 가고
저 할 말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괜히 무안해져 나도 갈 길을 가야지
서 너 발짝을 떼었다
다시 웬 우뢰와 같은 소리가 있어
이번에는 진짜 뭔가 있으려니
길 복판에 서 사방으로 눈을 돌렸다
아득히 다가오는 손 한 장이
그냥 궁해 보이길래 엉겁결에 마주잡고 말았다
그 손바닥에 힘이 주어지는가 싶더니만
아래 위로 흔들리며 반갑다 오랜만이다
아까부터 불렀는데 못 들었으냐고 한다
당황스러워지며 불쑥 한마디 튀어나와
내가 서 있는 거리는 청력을 잃어버렸고
나를 어떻게 불렀소
나를 어떻게 불렀소가 화면 위에 새겨졌다
광활한 정적이 왔던 길과 갈 길과
옆 길과 뒷 길과 사잇길과 그 길 위의
사람들과 건물들과 또 모든 것들 전부를
간 곳 없게 하였다 블랙홀같은 정적이
아가씨들 박자 맞춰 껌씹는 자국이
차차 물방울처럼 볼룩해지는가 어디론지 떨어지는가
딸랑하는 소음에 시선을 옮겼더니
허공에 뜬 구두 사이로 은색 창연한 동전이 누웠다
얼른 집어들고 성큼성큼 도망하듯 걸어갔다
어지간히 감각이 돌아와서
숨돌리고 꽉 쥐었던 손을 펼쳤는데
한 손에는 빛나는 한국은행 동전 하나가
한 손에는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이름 박힌
낯선 명함 한 장이 거기가 지네 집 안방이라도 되는 양
뻔뻔스럽게 자빠져 있었다.
- 한광인, ≪거리를 헤매이다≫ -
* 강원일보 1994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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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4일 경향그림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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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4일 경향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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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4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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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고 해서 꿈과 이상이 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영화 "서칭 포 슈가맨"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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