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구도 사치였다는 어느 젊은이의 죽음

이마트 조회수 : 3,535
작성일 : 2014-12-23 17:39:1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

친구도 사치였다는 어느 젊은이의 죽음

황승원, 지난 7월2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마트에서 냉동기 수리를 하다 동료 인부 3명과 함께 질식사한 대학생입니다. 그의 장례식이 여러 가지 문제로 미뤄지다 죽은 지 45일째인 8월 15일 치러졌습니다.

우연히 그 소식을 상세하게 전한 인터넷신문인 <민중의소리>에서 그의 어머니가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쓴 편지글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번에 췌장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는데 아들 장례식 때에 의사의 허락을 받아 간신히 나오게 됐답니다.

편지 제목이 '우리 승원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이고, 그 아래에 '황씨의 어머니가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쓴 편지'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어머니의 아픔과 사랑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면서 그와 같은 환경에 놓여 있는 수많은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렵게 대학에 다녔던 옛날 일도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어머니의 편지를 보면서 아들이 당신의 말 그대로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병으로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은 알 겁니다. 쥐꼬리만큼 적은 월급이 얼마나 쉽게 없어지는지를. 이런 것 저런 것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군대 월급인데, 그는 그것을 적금으로 모았고, 제대 후에 깨서 어머니에게 주었습니다.

휴가, 얼마나 기다렸던 시간인가요? 나도 3년 가까운 근무 동안에 보름씩 세 번 휴가 나왔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친구나 친척을 만나거나 가까운 곳에 바람 쐬러 갔다 오면 귀대할 때가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휴가 나왔을 때도 집안을 돕기 위해 알바를 했고, 제대 하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일하다가 그만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그런 아들을 보며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집안 사정만 괜찮다면 그런 일이 없을 텐데, 몹시 곤궁하다 보니 그는 오직 집안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정고시로 힘들게 대학은 들어갔지만 엄청난 등록금 때문에 그는 또 거친 현장으로 발길을 내디뎌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재미있게 대학 생활을 하기를 바랐습니다. 기차간에서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노는 대학생들을 보며 아들도 그렇게 살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처지가 되지 못했습니다. 친구 좀 만나고 다니라는 어머니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제게 친구도 사치예요. 친구들을 만나면 돈을 써야 하거든요."

이 부분을 읽다가 마음이 몹시 아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전태일 평전>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공장 주인이 집을 비우게 되어 그의 딸과 같이 지내게 되었답니다. 한창 젊은 나이이기에 사랑을 주고받으며 추억을 만들 시기인데도, 전태일은 그것을 자기의 현재 상황에서 사치라고 생각하고 꾹 참았습니다.

황승원씨의 죽음,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에게 친구 사귀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전태일이 예쁜 주인집 딸과 정담을 주고받는 것도 사치였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자신에게 허락이 안 되었던 그 아픔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머니는 아들을 가리켜 애인이자 자식,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가까웠으면 아들을 애인이라고 말했을까요. 남편이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있고, 집안의 대소사를 아들이 다 나서서 믿음직스럽게 했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 

IP : 207.244.xxx.13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2.23 6:15 PM (125.131.xxx.56) - 삭제된댓글

    언젠가부터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 아니다란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 2. ...
    '14.12.23 6:21 PM (61.106.xxx.237)

    이런데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로 명예와 돈을 번 어른나이의 인간분도 있고...

  • 3. ....
    '14.12.23 6:50 PM (211.202.xxx.170)

    그러게요. 행동이 아니라 말로 버셨죠.

  • 4. 그황승원이라는
    '14.12.23 8:05 PM (1.236.xxx.8)

    분 이름으로 기부한 학생이 있더군요. 벌써 이년쨰 알바비를 모아 기부했다는데
    정말 내자신이 이처럼 부끄러웠던 적이 없더군요.
    가슴한켠이 뻐근해지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아까운 청춘이 이렇게 졌네요..;;;
    참고로 우리동네;; *마트에요

  • 5. 성격은곧신념
    '14.12.23 11:23 PM (207.216.xxx.8)

    에효... 이 기사 읽는데 눈물나네요.
    우리가 너무 쉽게 빨리 잊어가는 것 같아서 미안해요....
    ㅠㅠ... 친구이름 기억해달라며 기부한 그 친구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
    잊지말아요. 황승원.

  • 6. ..
    '17.12.16 5:08 PM (218.152.xxx.151)

    82를 오래 했는데도 이런글은 처음보네요.
    눈물나는 글이네요.
    가슴아픈 사연이 너무나 많아 혼자만 행복해서 되는 세상은 아니라는걸 늘 생각해요.
    어머님께서 얼마나 마음 아파 하셨을까요?
    저도 자식 키우는 입장이라 속이 너무 상하네요.
    이땅에 모든 고통이 어서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보는 책인 성서에서는 하느님의 정부가 이땅을 통치할때 그런 세상이 될거라고 약속하네요.
    세상의 고통을 접할때마다 어서 그날이 오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계시록 21:4을 보면 죽음과 슬픔 고통 울부짖음이 없어질거라고 약속합니다.

    https://www.jw.org/ko/publications/books/성서의-가르침/땅에-대한-하...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9595 41살, 이 옷 어떤가요? 22 고민 2014/12/27 4,458
449594 식기세척기 사려고 검색중 바퀴벌레가 생긴다는글을 읽었어요 2 궁금 2014/12/27 5,055
449593 어제 루즈앤라운지 스타일 가방 글이요. 2 방가방가방 2014/12/27 2,051
449592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친이 저를 떠났습니다... 32 카사레스 2014/12/27 12,320
449591 노후준비 안된 양가부모님 때문에 딱 죽고 싶어요 45 한숨 2014/12/27 17,462
449590 대기업 인적성 검사 1 ... 2014/12/27 1,130
449589 영화 인터뷰... 3 엥? 2014/12/27 554
449588 탄 스텐냄비 세척 ..신세계.. 6 2014/12/27 7,776
449587 초5, 초 3 남아 방학중 읽을 책 ........ 2014/12/27 410
449586 요거트 믹서기에갈면 유산균이 다 죽나요 1 유산균 2014/12/27 3,299
449585 ‘종북’ 비방 네티즌 항소심도 징역형 2 고소미 2014/12/27 594
449584 배추겉저리 고추마늘 없이 만들방법 있나요?? 2 .. 2014/12/27 1,014
449583 꿈을 너무도 생생히 꿔요ㅠㅠ 10 bb 2014/12/27 4,964
449582 유니클로초경량다운조끼 따뜻한가요 4 다운 2014/12/27 3,034
449581 지금 만화방이에요! 추천해주세요 5 호도리 2014/12/27 804
449580 디시인사이드 댓글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2 디시맹? 2014/12/27 7,959
449579 천진난만한 사람들 6 ... 2014/12/27 1,506
449578 임대 중개수수료 3 쪽빛 2014/12/27 708
449577 중딩 동창들과 30주년 태국여행..팁 부탁드려요~ 2 와우 2014/12/27 1,011
449576 요즘 중국 사람들 정말 많은 걸 실감. . 9 아무데도없는.. 2014/12/27 2,288
449575 집에서 사용할 런닝머신 추천해주세요.. 4 런닝머신.... 2014/12/27 1,027
449574 예약한 KTX표 이거 반환불가죠...??ㅠㅠ 5 속상맘 2014/12/27 1,389
449573 사람을 몰라봤어요 8 나는바보인가.. 2014/12/27 1,839
449572 이사하려는데.. 집을 전세로? 구입? 어째야 할까요. 2 전세, 구입.. 2014/12/27 779
449571 명품공유하는카페가어디예요? 1 스마일히힛 2014/12/27 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