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디서 읽어보니 고양이가 비닐이나 노끈 등 아무 것에나 입을 대고,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주인과 서열이 확립되지 않아 그렇다는 겁니다. 야생에서는 대장 고양이가 먹이를 다 차지하고 나머지 놈들을 영역 밖으로 밀려나가거나, 대장이 먼저 먹고 나머지를 먹는다네요. 그래서 고양이가 주인을 대장 고양이로 인지해야 말을 잘 듣고 위험한 짓을 안 한답니다. 그래서 제가 대장 고양이 역할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음...일단 쓰레기통-이것도 틈만 나면 뒤져서 뚜껑 달린 쇠 쓰레기통을 장만했는데 그 뚜껑을 재주도 좋게 손으로 염-을 뒤지려고 할 때, 큰 소리로 나무라 보았습니다. 꿍얼거리기만 하고 눈도 깜짝 안 합니다ㅜㅜ 제가 막 잡으러 달려가면 휙 뛰어나와서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떼고 저를 쳐다봅니다. 이런 가증스런 것.
다음은 버리려고 꺼내놓은 음식물 쓰레기 뒤지다 딱 걸렸습니다. 이마를 톡톡 쳐가며 나무라도 눈만 끔뻑 할 뿐 도망도 안 갑니다. 제가 밥을 먹을 때 그는 언제나 밥그릇에 손을 넣는데, 이 것도 마구 나무랐습니다. 이름을 크게 부르고 바닥을 치면서...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개의치 않습니다. 밥을 달라고 끈질기게 졸라대고, 제가 안 보면 하나 물고 도망가려고 호시탐탐 노립니다.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그냥 고양이가 어쩐지 우울하고 조용해 보일 뿐.
작전은 그만두고, 우리는 전처럼 친구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삼 년 동안 안 하던 대장 노릇을 새삼 성공하기는 어렵겠지요. 부디 말썽부려도 좋으니 건강하기만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