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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게임으로 무기력했던 조카의 변화...기특하고 고마워요.

이모 조회수 : 3,020
작성일 : 2014-12-19 10:05:05

제 큰언니에게는  연년생으로 딸,딸,아들....이렇게 삼남매가 있습니다.

막내인 조카가 올해 군에서 제대를 했어요.

오늘 조카의 문자를 받았는데 복학하자마자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고 하네요.

너무 기쁘고 고마웠어요.

너무도 마음이 쓰였고 애정이 갔던 조카였었거든요.

조카는 중학교,고등학교 때 게임에 빠져서 거의 18시간을 게임만 하던 아이였습니다.

다른 사고를 친 적은 없지만 이모집에 와서도 밤 새 게임만 하던 조카였어요.

언니가 미치겠다면서 툭하면 저희집에 보내서 뭐라도 좀 깨우치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었던 조카예요.

오랜 무기력을 접고 요즘은 공부에 재미를 느껴서 정말 수업이 재미있다면서

제 아들에게도 든든한 사촌형 노릇을 해 주니 너무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 조카가 언니 배 속에 있을 때 쯤 부터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 형부랑

이 조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언니가 이혼을 했어요.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이혼을 안하고 살았기 때문인지

딸인 첫째와 둘째 조카가 중학교 때 부터 집을 나가기 시작했었어요.

유난히 착했던 막내 조카는 바로 위 누나들의 숱한 일탈을 지켜보다가, 아빠의 외도와 엄마의 불행을 지켜보면서

함께 무기력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것 같아요.

제 기억엔 조카가 수학에 소질을 보였던 건 있었던것 같아요.

그런데도 공부는 안하더라구요.

몇 년을 미친듯이 게임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더니 지방에 있는 대학에 겨우 가긴 했어요.

입대전 상황도  담배피고 술 마시는 누나가 너무 미워서 대판 싸우고

한 학기 보내고 바로 입대를 해 버렸었거든요.

입대전에 저희집에 왔을 때 여러가지 책을 챙겨주다가

'***의*투를 빈다'를 무슨 일이 있어도 읽어보라고 줬었거든요.

아무래도 조카에게는 ***의 박력과 자존감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제대후에 저희집에 왔었는데 조카가 너무나 눈빛이 달라져서 정말 놀랐어요.

군대에서의 시간이 조카에게는 오히려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던가 봐요.

암튼 복학 후에 공부가 너무 재미있다면서 토론시간에 정말 흥미를 많이 갖게 되었다고 하더니

진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나봐요.

아..그렇게 무기력했던 아이도 다시 바뀔 수가 있군요.....

조카는 어쩌면 부모가 만든 환경에 대한 불만 때문에 게임속으로 도피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할만큼 해봐서 그런지,

아니면 현실에 대한 불만에 대해 그렇게 표출을 다 해봐서 그런지

이젠 진짜로 게임이 재미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농담삼아 "너 정말 그 때 사람같지도 않더라. 얘... 넌 그 때 폐인 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그랬더니

"아.. 정말 미친거지요..ㅎㅎ 제가 그땐 모범이 되는 사람이 옆에 없어서 뭘 몰랐었는데

이젠 사촌 동생들한테라도 정말 모범이되는 형이 되어주고 싶어요."

이렇게 문자가 왔어요.

불행했던 가정에 대해 아이들은 그렇게 저항을 했던 것 같아요.

모든 게 부모의 문제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몇 년 전 82 자게판에 게임에 빠진 조카 어떻게 잡아 줄 수 있겠냐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문제의 조카가 이렇게 성장했네요.^^

큰언니에게 문자로 이렇게 보내줬어요.

언니, ㅇㅇ이는 정말 이쁜 녀석이야. 돌아돌아서 제자리로 온 것 같아.

절대로 도와주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용돈도 벌게 하면서 언니 행복하게 사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고요.

IP : 183.96.xxx.13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
    '14.12.19 10:07 AM (211.178.xxx.90)

    설마 책광고 하시는건 아니죠..? ㅜㅜ

  • 2. ..
    '14.12.19 10:09 AM (183.101.xxx.50)

    책광고라도 좋으네요

    조카의 앞날에 화이팅을 보냅니다!!

  • 3. 이모
    '14.12.19 10:11 AM (183.96.xxx.136)

    ㅎㅎ 책 광고요? 땡땡처리할게요^^ 암튼 너무 기쁜 나머지...

  • 4. 못된 첫댓글들,,
    '14.12.19 10:15 AM (112.155.xxx.39)

    여전하네..
    얼마 안남았다 정신 차려라~

  • 5. 고모
    '14.12.19 10:24 AM (115.140.xxx.16)

    아!! 제가 감정이입돼 가슴이 찡하네요
    제게도 저의 아킬레스건이던 조카가 있거든요
    저는 막내고모, 조카 돐 무렵 남동생이 이혼을하고 친정엄마가 키웠어요
    우리 아들과 한 살 터울 할머니집 보다는 형 누나가 있는 고모집을 좋아했고 조부모의 지극한 사랑도
    조카의 가슴을 다 채울 수는 없더라구요
    제 눈에서 눈물도 많이 뽑아냈던 내 조카, 고등학교때 유학을 가더니 얼굴 빛이 달라지더라구요
    세계 손가락안에 꼽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국내유수기업에 입사해서 능력을 과시하고 있네요
    서른 두살의 청년 절 만나면 고모 건강해야돼하면서 끌어 안을때 난 울지 않을 수가 없네요
    부디 마음 따뜻한 아가씨 만나 행복한 가정 꾸리길 기원한답니다

  • 6. 세상사에서 그렇듯
    '14.12.19 10:26 AM (211.194.xxx.16)

    누군가가 올바름에 이르기까지에는,
    스스로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주위의 진실한 보살핌이 있었왔지요.
    이모와 자랑스런 조카에게 격려를 드립니다.

  • 7. 플럼스카페
    '14.12.19 10:26 AM (122.32.xxx.46)

    이게 어떻게 책광고로 읽히는지...나온지도 한참 된 책이구만.

    조카님 앞으로 더 나은 삶만 이어지길 바랍니다^^

  • 8. 아.....
    '14.12.19 10:49 AM (183.109.xxx.30)

    이 글을 클릭하길 정말 잘 했네요.
    원글 읽으면서 눈물나더니 고모댓글에서 팍 터지네요.
    글 올려주신 원글님과 조카의 애틋한 마음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저도 공부 안하고 딴짓거리에 바쁜(?) 딸래미 때문에 늘 마음이 싱숭생숭 하는데
    이 글 덕분에 기운 잔뜩 얻고 갑니다.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려요.~~~~~
    또 자랑하실만한 일이 생기면 올려 주세요.~~~~~^*^

  • 9. ...
    '14.12.19 1:52 PM (175.194.xxx.222)

    어떤책인지 알고 싶네요
    나온지 오래된 책이라면 알려주셔도 될것 같은데요

  • 10. 라일락꽃향기
    '17.11.13 5:40 PM (182.230.xxx.179)

    저도 책제목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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