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19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571
작성일 : 2014-12-19 07:17:59

_:*:_:*:_:*:_:*:_:*:_:*:_:*:_:*:_:*:_:*:_:*:_:*:_:*:_:*:_:*:_:*:_:*:_:*:_:*:_:*:_:*:_:*:_:*:_

원래의 길이 지워진 녹슨 나사를 풀다가
나는 보았다. 녹이 벗겨지고 잇몸만 남은 수나사에 비해
아직은 생생히 남아 있는 암나사의 해묵은 틈,
이가 주저앉은 자리마다 세월의 꽃이 피어 원래의
청춘을 버리고 그리움의 뒤안길로 견뎌온 우리들의
녹슨 골목길도 함께 보인다.
빠진 못자리처럼 녹슬고 지친 눈빛을 닦으며 돌아오는 길
나무 아래 작은 벌레들의 울음에도 헐거운 발길을
곧추세우는, 평생 샛길 한번 내지 못한
골목과 골목 사이 우리들의 작은 풍경.
문패가 바뀌고 늦은 귀가의 흐느적한 노랫소리 지워졌어도
그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텅 빈 정적을 흔들어 깨우는
습관의 해묵은 자리는 깊은 밤 떠난 사람 아닌
우리들의 몫이다.
밤새 서성이던 골목도 잠들어 이제는 눈 좀 붙여야지, 하며
혼자만의 일상에 머리를 낮추는 짧고 나른한 잠의
담장 너머…한 폭 수채화처럼 걸리는 아침 햇살.
긴 잠에서 풀려나는 심장의 박동과 눈곱에 매달린
하루의 무게를 다스리기 위해 몇몇은 수돗가로 혹은
십분만 더, 하며 쥐죽은 듯 물러나는 해목은 틈, 닦고 털어내도
녹슬고 있었다.


                 - 박경원, ≪해묵음에 대하여≫ -

* 문화일보 1996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19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2/18/20141218-grim.jpg

2014년 12월 19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2/18/20141218-jangdori.jpg

2014년 12월 19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69845.html

 

 

그 어느 때보다 닮았다.

 

 

 
―――――――――――――――――――――――――――――――――――――――――――――――――――――――――――――――――――――――――――――――――――――

”세상은 영웅들의 거대한 힘뿐 아니라 정직한 일꾼들의 작은 힘이 모여 움직인다.”

              - 헬렌 켈러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3375 천장에 물이 떨어졌는데 공사를 꼭 당장 해야하나요? 7 집에 물이 .. 2015/08/18 1,078
    473374 열차 바로 옆 아파트 소음--어느 층이 나아요? 7 기차 2015/08/18 4,508
    473373 오나귀에서 레옹머리 그분... 6 노래정말 잘.. 2015/08/18 2,367
    473372 삼성 모션씽크 청소기 써보신분들 계신가요? 4 청소기 2015/08/18 3,045
    473371 맛있는 김치만두 좀 추천해주세요~ 5 추천 2015/08/18 2,417
    473370 암보험 추천 8 30대 남자.. 2015/08/18 1,505
    473369 오나귀보고 눈물 글썽이는 남편.. 3 40대 2015/08/18 2,124
    473368 직장맘 집 이사 고민입니다~(무플 절망) 4 호호아즘마 2015/08/18 1,100
    473367 콩가루로 콩국수 만들어먹을 수 있나요? 2 ㅇㅇㅇ 2015/08/18 1,335
    473366 옷걸이에 모든옷을 걸어서 수납하는 건 어떨까요? 7 고민고민 2015/08/18 2,842
    473365 박명수 보다 한국말 더 잘하던 외국인 11 놀라워라 2015/08/18 3,427
    473364 뇌사 판정 여고생…4명에게 새생명 주고 떠나 4 세우실 2015/08/18 1,489
    473363 산사태가 나는 꿈 4 꿈해몽 2015/08/18 7,120
    473362 어떡할까요 (재테크고민) 08 2015/08/18 845
    473361 지압해서 효과 보신 분 계세요? ..... 2015/08/18 472
    473360 대학병원갔다왔는데 의사들 멋있네요ㅎㅎ 10 ㅇㅇ 2015/08/18 5,357
    473359 강용석은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을까요...? 23 자업자득 2015/08/18 8,371
    473358 울외 파는곳 아시는 분? 3 dork3 2015/08/18 1,736
    473357 어린이 놀이터에 대한 단상ㅠ 17 ㅜㅜ 2015/08/18 2,257
    473356 고딩 야자끝나고 밤에 간식 뭐 먹나요? 9 2015/08/18 2,099
    473355 커피 전자동 머신 3 ... 2015/08/18 1,272
    473354 갑질하는 남친에게 헤어지자고 못하겠어요... 19 2015/08/18 7,933
    473353 대장금 엄마아빠 이야기도 참 좋네요. 4 opus 2015/08/18 1,751
    473352 메르스 35번 환자(의사)는 어찌 되었나요? 완쾌하셨나요? 19 .... 2015/08/18 6,330
    473351 늙은호박가루 단호박가루 어디서 구입하시나요 1 호박 2015/08/18 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