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제 곧 서른인데 20대를 뒤 돌아보니 진짜 웃기게 살았네요.

29세 조회수 : 5,180
작성일 : 2014-12-17 20:22:29

아직 싱글인데 올 겨울은 옆구리가 시려서 내가 뭘 하고 살았나 생각해보니

19세 은따겸왕따 +  마음의 안식처로 팬질을 시작 +수능폭망

20세 어쨌건 대학입학 +팬질 + 친척들때문에 스트레스 받기 시작.

21세 휴학 후 백수 +히키코모리짓 +팬질 + 좋아하는 가수의 일본진출로 일본어공부에 매진

22세 휴학 후 백수 +히키코모리짓 여전 +팬질 + 일본어공부

23세 2학년으로 복학 +반히키코모리짓  +스트레스로 살이 찌기 시작 + 일본 투어 따라갔다옴+부모님돈으로 등꼴브레이커

24세 다시 휴학 살이 폭발적으로 찜 + 히키코모리짓 시작 +팬질의 무상함(그래봤자 남의 인생인것을..)을 느끼고 그만둠. 일본어 공부는 계속 함.

25세 3학년으로 복학함 살이 폭발적으로 찌고 안빠지기 시작. 히키코모리짓의 절정 +일본어 배우다 일본 연예인덕질을 시작함. 일본어가 능숙해지기 시작함..;;;;;; 

26세 정신차려보려고 10kg을 겨우 감량. 그래봤자 88kg 4학년이 된 뒤 C,D,F를 벗어나 A+을 받기 시작. 교수님이 놀라심.

27세 학점이 그지라서 한학기 더 다님  A+로 학점을 보수하기 시작함. 살은 그대로 쪄있음.

28세 인간관계가 그지 같아진 상황을 깨닫고, 자다가 깨서 이대로 죽었음 좋겠다. 눈을 뜨기 싫다. 그러다 파란 신호등불에서 건너는데 급격히 달려오는 차를 보고서도 뭐 어때. 하는 생각을 하는 나를 보고 기겁하며 24kg 감량. 취업활동 시작과 다이어트 지속함. 연애 시작.

29세 여전히 왜 사는지 모르겠다 싶었고, 정서적 불안이 너무 심해짐.  하지만 그래도 살아보겠다며.. 정신차릴려고 한 운동으로 살을 20kg 더 뺐고, 계속해서 상담도 받고 책도 읽고 절에도 다님..  그러다 취업.. 현재는 싱글.. 소개팅을 앞두고 있음.. (소개팅 남이 참 마음에 듬ㅋㅋ 저 시집가고 싶어용... 4살 연상이시던데...ㅋㅋㅋ)

하루하루 무료하고 지옥 같고 온가족과 전쟁을 버린 20대가 참 부끄럽네요.. 특히 동생한테 부끄럽고 부모님께는 죄송해요.

그러면서도 이미 누군가한테 열광할만큼 열광해봤고.. 돈이고 정신이고 다 쏟아봐서 이제는 뭐 열광도 안하고, 쓸데 없다 싶어서 돈도 안쓰고 뭔가 무념무상이 되었네요. 딱히 취미생활도 이젠 질리고 지쳐서 없어요...;; 다 부질없다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부모님덕에 돈도  그냥 마구 생각없이 써 봐서 지금은 부모님께 받은거 드릴려고 열심히 벌어서 드리고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없고 복 받은 환경이였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건 거의 다 해봤네요..

원래 자잘한거에 돈을 많이 쓰지 큰 가격대의 물건(명품같은거나 고급취미용품 같은..)에 욕심은 없었던지라 원없이 하고 싶은거에 돈 써봤다고 생각되서 그런지 물건에 대한 욕심도 전혀 없네요.... 이것 역시 사봤자 나중에 다 버려. 짐만 돼. 쓰레기 돼... 이런 마인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혼자 속을 많이 쓰려봐서 그런지 상처를 받아도 그래.. 뭐 어쩌겠어.. 내가 싫은가보지.. 하고 무던하게 넘어가는 편이 되었고요.. 이미 남한테 보이는 삶으로는 바닥까지 가본 적이 있어서 누가 날 어떻게 보는가가 더 중요했던 과거와는 달리. '내가 어떻게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이미 뭐 히키코모리짓 수년 했는데 여기서 더 내려갈게 어디있겠어요.

24시간 중 20시간을 잘 정도로(이 정도로 자면 허리 아프더라고요..)한없이 게으름도 피워봐서 그런지 나름 엄청 부지런합니다. 5시 반에 일어나서 새벽 운동갔다가 출근함 -_-V.. 하도 20대 내내 늘어지게 쉬었더니 일을 아무리 뺑뺑이로 돌아서 해도 '아 하루만 쉬고 싶다.' 이게 아니라 '아~ 이미 남들보다 훨씬 많이 쉬었으니 더 쉴 필요 있나~'이게 되고요...

살도.. 뭐 옷도 안들어가던때가 있는데 들어가면 되는거지~ 하면서 오히려 무던하게 반응하네요.. 먹고 토하고 굶던 고도비만시절과는 다르게 많이 먹으면 다음날 더 열심히 운동하고 먹는데 죄책감을 가지지 않게 되었고요.

처음엔 왜 저렇게 밖에 못 살았나 하면서 너무나 힘들고 제 자신이 밉고 원망스러웠는데

저런 삶도 제가 살아온 길이고 아무리 똥 같아도 똥이 쌓여서 앞으로의 삶에 비료라도 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냥 제 20대를 되돌아봤는데 여전히 후회가 남지만 10년 뒤 40살을 앞둔 12월에 제 30대를 회상해보면은 '나 진짜 기특하게 잘 살았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IP : 218.37.xxx.8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동안의 삶이
    '14.12.17 8:26 PM (59.7.xxx.240)

    하나하나 모여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원글님이 있는 거에요.
    의미 없던 일이 아니었던 거죠.

  • 2.
    '14.12.17 8:32 PM (180.224.xxx.207)

    나름 보람있게 보내셨는데요.
    나름의 깨달음과 자기 극복- 다이어트- 일본어가 남았잖아요? 팬질로 한거든 뭐든요.
    원래 놀때 많이 놀아본 사람이 나중에 다른거 할때도 잘해요.
    연애하면 대화 소재도 많고 재미있는 분일것 같아요.

    저는 지금의 님 나이때 결혼을 했고 지금은 큰애가 초등 4학년이에요.

    이상 마흔 코앞인 아줌이^^

  • 3. 행복
    '14.12.17 8:33 PM (122.32.xxx.131)

    기특하네요
    방황은 했지만 길을 잃지는 않았네요
    아파봐야 타인의 고통도 이해하고
    성숙해지더라구요
    잘 살겠어요

  • 4. 나랑비슷
    '14.12.17 8:34 PM (175.223.xxx.18)

    ㅋㅋ 지금 하는건다르지만 혹시 서울이시면
    저랑 만나 치맥이라도 한잔어때요? 제가살게요
    동갑이에요 저도여자 ㅋㅋ 우리의 이십대를 마무리하며!!

    한번보고말사이지맍서로의 삼십대를 응원하는 !!!

  • 5. 난행복해
    '14.12.17 9:01 PM (182.214.xxx.21)

    저런 삶도 제가 살아온 길이고 아무리 똥 같아도 똥이 쌓여서 앞으로의 삶에 비료라도 되겠지...
    너무 멋진 말입니다..
    누군가 삶의 무게로 넘어졌을때 힘내 화이팅 이런말보다
    훨씬 위로가 될수있는 말입니다..
    진지한 삶의 자세를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님보다 9살 많은 언니가~~
    p.s : 혹 그 팬질 동방신기?

  • 6.
    '14.12.17 9:01 PM (110.13.xxx.37)

    힘들었던 시절을 삶의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시키시는 힘이 있는 분이시군요
    그리고 일본어 실력도 쌓았잔아요..^^

    20대때는 좀 힘들어야 합니다... 사람이 젊을때 너무 편하고 풍족하면 참 보수적으로 변하더라구요
    20대 고생고생해보고 질릴때까지 놀아도 봐야.. 그 다음의 인생이 더 편해지고 깊어집니다.

    저도 20대 후반에 진짜 더 이상 떨어질데가 있을까 하고 생각할만큼 추락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새 애기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 7. .......
    '14.12.17 9:13 PM (218.37.xxx.84)

    리플들 감사합니다!!! 저도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본어는ㅋㅋㅋ 정말 덕질로 배웠네요ㅠㅠ~~

    난행복해님ㅋㅋㅋ 맞아요... 지금은 어마어마한 흑역사지만 일본어 하나 남았네요..ㅋㅋㅋㅋ

    나랑비슷님 저는 경기도요!! 아쉽네요!!!ㅋㅋㅋㅋ 삼십대는 멋졌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 8. ....
    '14.12.17 11:41 PM (112.155.xxx.72)

    중년 되어서 술 마시고 이상한 짓 하고 다니는 아줌마들이 대부분
    20대 때 모범적으로 살았더군요.
    술 마실만큼 마시고 사고 칠만큼 쳐 본 아줌마들은
    그까이것 하면서 중년을 모범적으로 살고 있구요.
    미친짓도 젊었을 때에 해 보는 게 나을 듯 해요.

  • 9. 부들이
    '14.12.18 1:59 AM (211.55.xxx.97)

    반갑습니다. 저도 곧 서른인데 연말되니 이십대를 돌아보며 자책중이었거든요... 집에있는걸 워낙 좋아해서 거의 반 히키코모리로 살며 허송세월보냈다는걸 인정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물론 일은 계속 했지만.(집에서하는일 ㅠㅠ) 그래서 그런지 삼십대가 더 기대되기도 하고그래요. 안해본게 많으니 이제 여행도 막 가고싶고 고생도 엄청 하며 열심히 살아보고싶어요. 이젠 정말 내가 사랑할수있는 내가 되고싶어요 ㅠㅠ 화이팅!

  • 10. 물품
    '14.12.18 11:03 AM (58.225.xxx.118)

    팬질하던 물품 다 버리지 마시고 알뜰하게 팔아치워서 돈을 만들어요 ㅎㅎ 해당 연예인이 폭망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기회가 돌아오고.. 특히 일본 연예인 물품은 추후라도 나름 팔리더군요 ㅋㅋㅋㅋ
    저도 팬지랄.. 사생.. 노숙.. 묻지마 지방행.. 다 추억으로 남기고.. 결혼하고 애낳고 돈벌고 열심히 사네요 ㅋㅋ 아직도 친정 옷장 깊숙한 곳의 물품들은 언젠가 금전이 되길 바라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0597 갱시기.... 갱시기가 먹고 싶네요 8 ........ 2014/12/30 1,751
450596 가죽부츠가 왜 자꾸 쓰러질까요?? 6 에헴 2014/12/30 905
450595 소아마비인 아이가 4 ss 2014/12/30 1,160
450594 폰 추천을 잘못받았어요 ㅠㅠ 교환해달라면 진상인가요 1 핸드폰 2014/12/30 504
450593 왜 나이드신 아주머니들은 화장실 문을 안잠그실까요 ㅠ 20 왜? 2014/12/30 4,982
450592 저에게 시어머니가 거리를 둔다며 섭섭해 하시네요 8 토크 2014/12/30 2,539
450591 한나절 입은 패딩 사이즈 교환 해줄까요? 18 이클립스 2014/12/30 2,917
450590 냉장고+김치냉장고 형태의 냉장고 어떤가요? 3 냉장고 2014/12/30 1,055
450589 '최저임금의 역설'…연말 경비원 '편법 계약' 기승 2 세우실 2014/12/30 506
450588 명동성당 가까운 곳에 초등학생 체험할 수 있는 곳.. 2 급질 2014/12/30 587
450587 오븐에서 고구마 몇도에서 구우세요? 3 군고구마 2014/12/30 1,132
450586 30대 중반 학교 다시 간 분 계시나요 4 고민이 2014/12/30 987
450585 유재석이 왜 최고의 mc에요? 22 궁금 2014/12/30 3,967
450584 미세먼지..오후엔 좋아질까요? 3 ... 2014/12/30 1,379
450583 피부과에서 정기적으로 시술받으시는분 계세요? 답변부탁드려요 3 정기시술 2014/12/30 1,873
450582 짧은연애의반복,사랑이란게있는걸까요?? 4 ???? 2014/12/30 1,970
450581 폴리텍대학교 아시는분 계신가요? 12 질문 2014/12/30 3,342
450580 술냄새 안나는 기정떡 알려주세요 1 증편 2014/12/30 571
450579 뉴욕 맥도날드직원 60대 한인 노인 폭행 23 ... 2014/12/30 3,154
450578 다우니 고농축 질문이요 3 섬유유연제 2014/12/30 2,170
450577 장교에 대해 아시는분 조언 부탁 드려요. 6 진로 2014/12/30 1,383
450576 시계 추천좀 부탁드려요 2 두아이엄마 2014/12/30 725
450575 와이프 사랑한다면서 너도 사랑한다는 남자 4 기괴 2014/12/30 2,379
450574 곧 38세, 흰머리 염색 고민하고 있어요 19 고민 2014/12/30 4,793
450573 이차되는 술집 꼭 넣어주세요!!! 1 mmm 2014/12/30 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