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어디 가서 노가다를 하면 말이 안 나오겠지”지난 3~4월 정윤회와 가진 인터뷰 내용 공개
“내가 뭐 미행을 시켰다 어쨌다 그런 얘기가 있어 가지고….”
지난 3월21일 금요일 오후 5시30분쯤. 한창 기사 마감 중이던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발신번호 표시 제한’ 메시지가 떴다. 누굴까 궁금해하며 통화 버튼을 누르자 중저음의 중년 남성이 차분한 목소리로 기자를 호명했다. 그는 자신을 ‘정윤회’라고 소개했다. 최근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바로 그 정윤회씨였다.
시사저널은 당시 ‘박지만 미행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 박지만 EG 회장이 자신을 미행하던 정체불명의 사내를 붙잡았는데 이 사내가 ‘정윤회씨의 지시로 미행하게 됐다’고 실토했다는 내용이었다. 박 회장이 현직 대통령의 동생이고 정씨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거론돼왔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본지 기자 3명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당연히 정씨에게도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오기 2주가량 전부터 정씨를 찾아 나섰다. 정씨가 거주한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ㅁ빌딩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정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사무실 여직원은 “미리 연락해서 약속을 하고 와야 된다”고 했다. 건물 관리인 등에게 메시지와 명함을 건네주며 꼭 전달해달라고 부탁도 했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찾았다. 정씨와 부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승마선수인 딸의 훈련장과 경기장을 자주 찾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경기도 안성의 한 승마훈련원과 과천 서울경마공원 승마연습장, 그리고 전국승마대회가 열린 경북 상주 국제승마장까지 갔다. 정씨 딸이 연습과 경기를 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했다. 멀찌감치 떨어져 정씨가 왔는지 확인만 했을 뿐 정씨 딸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정씨 딸에게 승마를 가르치는 신 아무개 코치를 두 차례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정씨의 딸)이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애를 데리고 와서 자주 봤지만 뭘 하는 분인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명함을 건네주며 또 연락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후 신 코치를 통해 정씨와 연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연락을 할 입장이 아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박지만 미행’ 기사 마감일인 3월21일 신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정씨와 연락이 되는지를 다시 물었다. 같은 답변이 반복됐다. 그런데 얼마 후 신 코치가 전화를 걸어와 “무슨 일인지 얘기부터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전까지 정씨에게 직접 확인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지만 최종 마감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 대략의 설명을 해줬다. 정씨가 직접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건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였다. 전화통화는 4월10일까지 10차례 넘게 이어졌다.
시사저널이 3월23일 보도한 ‘박지만 “정윤회가 날 미행했다”’ 기사와 4월8일 보도한 ‘“정윤회가 승마협회 좌지우지한다”’ 기사. ⓒ 시사저널 이종현■ “나를 씹는 사람이 세상에 한두 명이냐”
정윤회씨는 박지만 회장 미행 건과 관련해 “확인된 사항이냐”고 재차 물었다. 그는 “내가 왜 박지만 회장을 미행하라고 시키나”라고 반문하면서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 “요즘 벽만 보고 있다, 벽만 보고 있어”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청와대 보좌진과는 연락을 끊고 산 지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들을 ‘그 친구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 노가다만 하던지...
지금 대한민국의 밤의 대통령
배갯머리 송사의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