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알고 싶어하는 분이 계실까 싶어서 정리해 봅니다.
저희 친정어머니가 이미 십수년 전부터 대학병원에 시신기증약속을 하셨더랬습니다.
기증서 작성할 때 자식들도 동의를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딸만 셋이라 부담주기 싫어서 그러시나 해서 반대를 했습니다만 엄마의 뜻은 확고했습니다.
죽으면 아무 소용없는 몸인데 죽어서라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외할아버지가 의사셨거든요.
엄마가 중풍을 앓으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대체로 맑은 정신이셨고 (피부가 소녀같이 예뻤어요..)
거동은 못하셨지만 유머감각까지 잃지 않으셨습니다. (작년,87세에 돌아가셨습니다.)
임종하시고 병원 영안실에 모시고 (기증하신 대학병원이 아니고 다른 병원이었어요) 담당자에게 알려드리고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보통 3일째 되는날 발인을 하고 장지로 가야하는데 이런 경우엔
돌아가신 다음날 바로 대학병원에서 엄마를 모시러 오더군요.
새벽에 우리 가족끼리 조용히 엄마를 보내드렸습니다.
장례비용 중에 시신을 냉동고에 안치하는 냉동고 사용료란게 있는데 이걸 지불해 주고 가더군요.
모시러 온 분들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정중하게 모셔갔습니다.
저희들은 삼일장이니 다음날까지 문상객을 받았구요. 삼일째 되던날 발인없이 장례식장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를 모시고간 대학병원에서는 일년 안에 연락을 줄거라고 하더군요.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엄마는 지금쯤 어디 계실까? 궁금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했죠.
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납골당에 모신 것도 아니니 그냥 사라져버린 것 같은 허한 느낌.
10달이 지난 뒤 화장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희 가족 화장장에 가서 관으로 엄마를 다시 만나고 화장이 끝나길 기다려 유골함에 수습했습니다. 그날 합동으로 10구 정도 같이 화장을 했네요.
혹시 시신이 바뀌지나 않았나 염려했는데 화장이 끝난뒤 보니 생전에 엄마가 다리에 박았던 핀이 그대로 나온 걸 보니
엄마가 틀림없구나 싶었지요. 화장절차도 굉장히 정중하게 잘 해 주더군요.
한달뒤 합동장례식을 의과대학에서 한다면서 초대장을 주고 유골함을 모시고 가더군요.
교내에 납골당이 있어서 우선 거기에 안치해 두고 유가족이 원할 때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다네요.
그로부터 한 달 뒤 저희들은 의과대학교정에서 합동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그 장례식이 참으로 엄숙하고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의과대 교수진들과 의대생들이 모두 검은 정장차림으로 끝까지 서서 진심어린 애도를 표하더군요.
영정앞에 한 사람 한 사람 국화꽃을 바치고, 각 종교별로 진혼행사를 하고
의대학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의 조사 낭독...(조사가 정말 명문이었습니다)
지금 엄마는 의과대학교 납골당엔 잘 안치되어 있는데 조만간 좋은 곳에 수목장으로 모실까 합니다.
처음에....엄마를 보내고 몇 달 동안 아무 기별이 없을 때는 걱정도 되고 후회도 되었습니다만
일련의 과정을 지나고 나니 엄마의 결정을 따르길 잘했다 싶네요.
저희는 종교는 없구요 죽고 나면 그냥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기억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거지요....
저도 장기기증, 시신기증을 하려고 합니다.
시신기증을 한 경우 어떻게 처리되는지 혹시 궁금한 분이 계실까 싶어서 긴 글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