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후 시신기증에 대하여...

심플 조회수 : 3,120
작성일 : 2014-12-14 14:50:35

혹시 알고 싶어하는 분이 계실까 싶어서 정리해 봅니다.

저희 친정어머니가 이미 십수년 전부터 대학병원에 시신기증약속을 하셨더랬습니다.

기증서 작성할 때 자식들도 동의를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딸만 셋이라 부담주기 싫어서 그러시나 해서 반대를 했습니다만 엄마의 뜻은 확고했습니다. 

죽으면 아무 소용없는 몸인데 죽어서라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외할아버지가 의사셨거든요.  

엄마가 중풍을 앓으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대체로 맑은 정신이셨고 (피부가 소녀같이 예뻤어요..)

거동은 못하셨지만 유머감각까지 잃지 않으셨습니다. (작년,87세에 돌아가셨습니다.)

임종하시고 병원 영안실에 모시고 (기증하신 대학병원이 아니고 다른 병원이었어요) 담당자에게 알려드리고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보통 3일째 되는날 발인을 하고 장지로 가야하는데 이런 경우엔

돌아가신 다음날 바로 대학병원에서 엄마를 모시러 오더군요.

새벽에 우리 가족끼리 조용히 엄마를 보내드렸습니다.

장례비용 중에 시신을 냉동고에 안치하는 냉동고 사용료란게 있는데 이걸 지불해 주고 가더군요.

모시러 온 분들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정중하게 모셔갔습니다.

저희들은 삼일장이니 다음날까지 문상객을 받았구요.  삼일째 되던날 발인없이 장례식장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를 모시고간 대학병원에서는 일년 안에 연락을 줄거라고 하더군요.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엄마는 지금쯤 어디 계실까? 궁금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했죠.

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납골당에 모신 것도 아니니 그냥 사라져버린 것 같은 허한 느낌.

10달이 지난 뒤 화장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희 가족 화장장에 가서 관으로 엄마를 다시 만나고 화장이 끝나길 기다려 유골함에 수습했습니다.  그날 합동으로 10구 정도 같이 화장을 했네요.

혹시 시신이 바뀌지나 않았나 염려했는데 화장이 끝난뒤 보니 생전에 엄마가 다리에 박았던 핀이 그대로 나온 걸 보니

엄마가 틀림없구나 싶었지요.  화장절차도 굉장히 정중하게 잘 해 주더군요.

한달뒤 합동장례식을 의과대학에서 한다면서 초대장을 주고 유골함을 모시고 가더군요.

교내에 납골당이 있어서 우선 거기에 안치해 두고 유가족이 원할 때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다네요.

그로부터 한 달 뒤 저희들은 의과대학교정에서 합동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그 장례식이 참으로 엄숙하고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의과대 교수진들과 의대생들이 모두 검은 정장차림으로 끝까지 서서 진심어린 애도를 표하더군요.

영정앞에 한 사람 한 사람 국화꽃을 바치고, 각 종교별로 진혼행사를 하고

의대학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의 조사 낭독...(조사가 정말 명문이었습니다)

지금 엄마는 의과대학교 납골당엔 잘 안치되어 있는데 조만간 좋은 곳에 수목장으로 모실까 합니다.

처음에....엄마를 보내고 몇 달 동안 아무 기별이 없을 때는 걱정도 되고 후회도 되었습니다만

일련의 과정을 지나고 나니 엄마의 결정을 따르길 잘했다 싶네요.

저희는 종교는 없구요 죽고 나면 그냥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기억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거지요....

저도 장기기증, 시신기증을 하려고 합니다.

시신기증을 한 경우 어떻게 처리되는지 혹시 궁금한 분이 계실까 싶어서 긴 글 적어봤습니다.

 

 

 

 

IP : 123.213.xxx.54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4.12.14 2:52 PM (61.254.xxx.206)

    감사합니다. 저도 시신기증을 생각하고 있는 터라 글 감사히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 2. ㅇㅇㅇ
    '14.12.14 2:55 PM (211.237.xxx.35)

    아 이글 반갑고 감사해요.
    저도 진즉이 장기기증 시신기증 서약해놨습니다.
    아이한테도 남편한테도 말해놨고요.
    저희 아이는 이제 스무살이 되는데 고등학교 들어갈무렵에 말해줬어요.
    남편한텐 진작에 말했고요.
    한줌 재로 돌아갈텐데 후손에게 조금이라도 기여가 된다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 3. ...
    '14.12.14 2:55 PM (211.36.xxx.191)

    정작 의사 지인들은 반대를...

  • 4. 감사합니다
    '14.12.14 2:57 PM (1.231.xxx.36)

    저희도 진즉에 장기기증은 해놓았는데 시신기증은 망설이고 있었는데 글 보니 결심이 서네요^^

    아빠랑 저랑 두 여동생이 같이 했거든요..
    좋은 곳 가시길 빌께요. 평안하세요

  • 5. --
    '14.12.14 3:01 PM (220.118.xxx.248)

    저 역시 장기기증은 진즉에 서약했지만 사후 시신기증은 좀 안 좋은 소리들이 있어서 주저하고 있다가 이런 글 읽습니다. 남편과 둘 다 장기기증할 예정인데 시신기증은 좀 주저하고 있었어요. 훌륭한 결정 하셨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 6. 원글
    '14.12.14 3:01 PM (123.213.xxx.54)

    외할아버지가 큰병원 원장이셨어요.
    예전에 돌아가셨으니 외할아버지 의견은 여쭙진 못했죠.
    그래도 엄마가 그런 결심을 하셨으니 그냥 엄마의 의견을 존중했습니다.

  • 7. ...
    '14.12.14 3:28 PM (180.229.xxx.38)

    자식없는 이모가 돌아가시면서 대학병원에 시신기증을 한뒤 아직 병원측 연락이 없어서 궁금했었는데 절차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8. 저희 엄마
    '14.12.14 3:33 PM (222.112.xxx.188)

    50여년을 심장병을 앓으며 사셨어요.
    엄마처럼 고통스럽게 살지 말라고 심장병 환자들을 위해
    시신 기증 하시겠다고 하시는데 말리지 못했어요.
    사후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몰랐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9. 저도
    '14.12.14 4:06 PM (211.36.xxx.140)

    사후 시신기증을 하려고 생각해둔지 오래네요
    사실 우리나라 의학발전을 위한다면 좀 더 많은 기증자를원한다합니다
    기증시신이적어 중국에서 시신을 사 온다는 기사를 본적도 있네요
    더 많은 의학도 나 의료발전을 위하여 꼭 그리할 생각입니다
    댓글을 적으며 원글님께도 감사합니다 또한 숭고한 선택을하신 어머님
    께도 감사드립니다 저 또한 울컥합니다 ㅠ

  • 10. 안구 장기기증 까진 했는데..
    '14.12.14 4:29 PM (59.26.xxx.155)

    장기기증까지는 했는데 시신기증은 아직 마음 먹질 못하고 있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50대쯤 되면 기증할

    준비가 되질 않겠나 생각입니다.

  • 11. 시신기증..
    '14.12.14 5:04 PM (110.13.xxx.13)

    상세한 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론..희귀난치병이나 선천성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시신기증을 하면 관련 전문의가 연구하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좋겠어요. 일반 시신은 의과대학에서 교육용으로 쓰임받겠지만..이런 시신은 그쪽 분야를 연구하는 의사들, 교수들이 연구용으로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12. 고맙습니다
    '14.12.14 5:13 PM (121.144.xxx.194)

    친정엄마가 며칠전 시신기증신청을 하셨습니다
    자식된 맘으로 선뜻 동의하기 힘들었지만 엄마의견이 완강하셔서 별수없었습니다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읽고 울적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올려주신 소중한 경험담으로 다소 맘이 가볍네요

    어머님이 평안하신곳에 계시리라 믿습니다

  • 13. 감사
    '14.12.14 5:40 PM (119.194.xxx.239)

    소중한 글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우신 어머님이셨네요.
    저도 서약해놓았습니다. ^^

  • 14. 감사요
    '14.12.14 6:15 PM (211.59.xxx.232)

    소중한정보감사합니다.
    저랑 남편이 딩크라서 나중에 시신기증할 생각입니다.
    저흰 장례식때 와줄 사람이 있을지모르겠지만..
    죽으면 끝이라 생각해서 괜찮을것같습니다.

  • 15. 맑은날이좋아
    '14.12.14 6:32 PM (125.178.xxx.166) - 삭제된댓글

    마음 아프실텐데 소중한글 감사합니다
    저도 이십중반쯤 기증서약서에 서약했는데
    저런절차로 진행되어지는지 몰랐어요

  • 16. ...
    '14.12.14 8:58 PM (210.183.xxx.174)

    사후시신 기증은 장기기증과
    함께 할수있나요?

  • 17. 리차드
    '14.12.14 9:14 PM (180.224.xxx.177)

    저희부모님도 시신을 기증하신상태인데요
    글을읽으니 정말 가슴이 먹먹하네요
    좋은 글 써주셔서 미리 알게되어 감사합니다.

  • 18. 오수정이다
    '14.12.15 1:44 AM (112.149.xxx.187)

    소중한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1014 예전 국내여행 댓글 많이 달린 글 ㅁㅁ 2015/07/06 824
461013 거짓말? 아님 사실 (자녀 유학 보내보셨던분) 13 ..... 2015/07/06 4,562
461012 꼼장어 한번도 못먹어봤는데 무슨맛이랑 비슷한가요? 7 촌년 2015/07/06 9,769
461011 덤벨로 근력 운동 하시는 82분들,,,,몇키로 짜리 쓰세요? 4 운동 2015/07/06 1,678
461010 쇼파 쿠션커버 어디서 사시나요? 2 쿠션커버 2015/07/06 934
461009 사람들이 인생에서 한번씩은 하는것, 뭐가 있을까요 15 거북 2015/07/06 2,988
461008 포트 딥파스타볼 사고 싶어요 2 수지 2015/07/06 690
461007 은동아 22 운동화말고 2015/07/06 3,572
461006 피자치즈는 어디것이 맛있나요? 5 다비 2015/07/06 1,611
461005 전남 광주나 그주변에 괜찮은 노인병원 추천부탁드립니다 3 .. 2015/07/06 428
461004 반에서 꼴찌하는 중1. 공부시켜볼려는데.. 2 ~~ 2015/07/06 1,378
461003 위대한 조강지처 김지영씨. 5 .. 2015/07/06 15,040
461002 간단 가지볶음 팁 좀 알려주세요~~^^ 20 비법 2015/07/06 4,525
461001 올해 연대입학한 학생들 6 ..... 2015/07/06 3,379
461000 동유럽???? 5 동유럽 2015/07/06 1,093
460999 치매약은 먹다가 중단해도 괜챦나요? 7 무식 2015/07/06 2,812
460998 위기의주부들 캐릭터들 참 6 졸려 2015/07/06 1,979
460997 왜그렇게 인간관계들 실망하고 사세요? 19 oo 2015/07/06 8,446
460996 아들 둘다 공부를 지지리 못하면 8 중1엄마 2015/07/06 2,954
460995 친정부모 욕은 제 얼굴에 침뱉기겠지만.... 4 ........ 2015/07/06 1,876
460994 남편을 좋은 쪽으로 잘 다루시는 분들 방법 좀 털어놔 주세요. 21 그린티 2015/07/06 4,618
460993 약간 쉰냄새나는 밥,, 버리긴아까운데 9 바람 2015/07/06 8,403
460992 중딩아들 사람이 아니네요 50 샤넬 2015/07/06 20,691
460991 소수의견 ....스포아님 1 조조 2015/07/06 647
460990 피부 관리 1 오십초 2015/07/06 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