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코에 잔뜩 주름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통통한 손마디가 약간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갑자기 모든 동작은 0.8배속으로 느려졌다. 천천히 분홍색 스웨터의 단추를 잠그기 시작했다. 감정이 격해져 있는 것 치고는 꽤나 정성스러운 동작이었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아직은 그녀의 발에 큰 뽀로로 수면양말이 말리면서, 그녀는 잠깐 휘청거렸다. 그러나 타고난 운동신경이 자존심 구겨지는 순간에서 그녀를 구했다. 이내 몸은 바로 섰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무슨 의식을 치르는 사람처럼 천천히 현관으로 나갔다. 주섬주섬 도라 캐릭터 운동화를 집어들었다. 언제나처럼 왼발에는 오른쪽 신발을 오른발에는 왼쪽 신발을 끼고서 결연하게 현관문 앞에 섰다. 약 5초간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결심한 듯 까치발을 하고 현관 문고리를 돌렸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를 남겼다. " 나 정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