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는 시골 사람들이라 그런지 무슨 날이건 무슨 행사건 잘도 모여요.
회갑도 한 명도 안빠지고 전부 잔치하고 사돈의 팔촌의 누군가가 결혼한다고 하면 결혼 전에 전부 인사 받구요.
뭐 그런게 갑자기 바뀔 수 없는거라면 그런가보다 하고 말겠어요.
그런데 힘든건요.
그렇게 모임이 있을때마다 며느리들은 일상 다 재쳐두고 가서 하녀처럼 일을 해야하는데요.
같이 밥을 못먹게 하세요.
어른들 식사 하는 동안 반찬 떨어진거 리필, 물 대령해야하고 식사하는거 지켜보고 있다가 끝남과 동시에 얼른 싹 치우고 술상 대령해야하거든요.
술 마시고 다들 배 두들기며 하품하고 계실때 그때서야 며느리들은 한술 뜹니다.
뭐 여기까지도 입술 깨물고 참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정말 참을 수 없는건요.
친척들 모이기만 하면 노는 문화가 술마시고 고스톱 치고 노래방 가는게 전부에요.
술과 고스톱은 하건말건 제 알 바 아닌데요.
노래방에 끌려가는건 정말 미치도록 싫어요.
전 노래방이란 공간을 아주 싫어해서 개인적으로 가본 일이 없구요.
혹시나 모임에서 가자고 해도 차라리 술로 한 차를 더하고 말지 노래방 가는건 싫다고 강하게 어필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시가 어른들은 가기 싫데도 어디 며느리가 빠지냐면서 그러는거 아니라고 빨리 신발 신으라고 합니다.
노래방 끌려가면 어른들이 골라놓은거 기계에 예약 입력해야하구요.
신나는 노래 나오면 춤춰야해요.
맥주 나오면 그거 따라드리고요.
아....쓰면서도 노래방 접대 도우미 된거 같아 기분 정말 더럽네요.
그런데 그들 속에도 노래방에 대한 엄격한 규율이 있더군요.
자기들 한 곡씩 다 돌기전에 다른 사람이 또 하면 아주 죽여버려요.
한 번은. 시모 동생이 연속으로 두 번 불렀는데 작은 아버님이 맥주병을 깨트려서 죽인다고 했었어요.
손바닥 쫙 나가서 병원 가서 꼬맸다 하더라구요.
전 피바다가 된 이유를 나중에야 안거에요.
설마 노래 두 곡 연속으로 불러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나요?
도대체 왜 그런 싸움이 난건지 궁금해서 나중에 조용히 시모께 물어보니 "내 동생이 노래를 연속으로..."
아..진짜...
노래방에서 술 취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뽕짝 부르는 시가 사람들 너무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