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5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87
작성일 : 2014-12-05 08:16:36

_:*:_:*:_:*:_:*:_:*:_:*:_:*:_:*:_:*:_:*:_:*:_:*:_:*:_:*:_:*:_:*:_:*:_:*:_:*:_:*:_:*:_:*:_:*:_

자동차에 오르자 곧 내 숨통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푹신한 의자와 안전벨트의 포옹 속에서
부디 즐거울 수 있기를 내 여행에 시동을 걸며 나직이 중얼거리면
벌써 나는 행복해진다
창 밖으론 흥겹게 눈이 내리고 있고
사람들 또르르 미끄러져 백미러 뒤로 사라지는
거리는 돌아가는 한 편의 무성영화처럼 추억을 상영한다

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
너무 어렸거나 너무 몰랐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피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그중에는 눈처럼 맑은 음으로 나를 허물고 지나간
내 인생의 곧은 발자취가 되어준 사람들과의 만남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듣는 흘러간 노래의 리듬처럼 익숙하지만 더러는 잊혀진
그러나 삶의 창가에 문득문득 하얗고 깨끗한 성에처럼 어리는
그들을 통해서 나는 부드러운 커브의 곡선처럼 완만해지는 법을 배웠다
이제 나는 급제동을 걸지 않고도 그 옛날의 자리에 멈추어 서서
지금의 내 속도를 스스로 통제해야 하는 삶의 이유를 안다

길은 금방 미끄러워져 세상은 느린 춤곡으로 움직이고 있고
쌓인 눈 속에서 투명한 얼음의 눈이 내다보고 있을 세상엔
길 위에서 만나는 얼굴 익은 사람들 깔깔깔 엉덩방아 찧는 사람들의
풍경들이 한 화면에 슬로로 천천히 지나가고 약속이나 한 듯
길 위의 발자국들이 어깨동무로 하나 둘씩 일어나
눈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다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을
저렇게 이웃처럼 살다가 가야 할 곳 거리에서
힐끗 돌아본 그들 속에 내가 환하게 웃으며 서 있다
아예 핸드브레이크를 당겨놓고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나는 노래한다
그리고 오늘도 무사히 인생에 도달할 수 있기를


                 - 최금진, ≪길에서 길까지≫ -

* 강원일보 1997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5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2/04/man1205.jpg

2014년 12월 5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2/04/jang1205_2.jpg

2014년 12월 5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67623.html

 

 

맞아. 십상시"도" 문제인 거지.

 

 

 
―――――――――――――――――――――――――――――――――――――――――――――――――――――――――――――――――――――――――――――――――――――

”그리움만으로 동동 발구르기보다
기다림을 만남으로 바꾸어
그대의 품 속에 파고들어
사랑만 했으면 좋겠다.”

              - 용혜원 "가슴 앓아도 가슴 앓아도" 中 -

―――――――――――――――――――――――――――――――――――――――――――――――――――――――――――――――――――――――――――――――――――――

지나가다 본 김에... 제가 용혜원 시인을 좋아해서요...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bc
    '14.12.5 9:50 AM (58.233.xxx.87)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2023 고등아이.친구집에서 잠자는 문제 5 남매엄마 2014/12/05 1,978
442022 시댁이 잘살면 용돈 따로 안챙겨 드려도 되나요? 40 ,, 2014/12/05 4,056
442021 초등 여아 3학년 생일파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짜노 2014/12/05 793
442020 슈퍼싱글 침대에 깔 이불 싸이즈요 5 알려주세요 2014/12/05 2,374
442019 탐구과목때문에 만점받고도 서울대지원불가가 무슨얘기인가요? 13 궁금 2014/12/05 1,966
442018 먼지 잘붙는 오리털 잠바 1 난감 2014/12/05 691
442017 난임검사후 호르몬에 대해 여쭤보아요 ... 1 아정말 2014/12/05 784
442016 여행 동행 구함 2 파란하늘 2014/12/05 878
442015 [최재영 목사 방북기3]유골에는 사상과 이념이 없다 3 NK투데이 2014/12/05 609
442014 전화일본어 회화 하시는 분 계시나요? 일본 2014/12/05 1,448
442013 교복엔 융레깅스 안입죠? 11 . . 2014/12/05 1,407
442012 에네스나 여자들이나 도찐개찐 18 도찐개찐 2014/12/05 3,980
442011 정윤회 등 핵심인물 시점별 위치정보 확보 나서 外 세우실 2014/12/05 1,435
442010 친구들하고 인연 끊는거 쉽게 생각하는 사람 6 이런경우 2014/12/05 3,448
442009 중딩 봉사활동 꼭 3월부터 해야 하나요? 4 .. 2014/12/05 1,012
442008 흑백프린터시 검정잉크만 사용 되나요? 프린터기 2014/12/05 603
442007 드럼세탁기 분해청소 업체 추천해주세요 세탁기 2014/12/05 559
442006 미생 14회...마부장 아오 정말.. 9 아놔 2014/12/05 3,384
442005 전열기 전선 끊어진 것도 서비스센터에서 이어주나요..? 4 .. 2014/12/05 393
442004 오늘 제주도 여행 가는 사람있을까요? 취소해야 할까요?ㅠ 14 . 2014/12/05 1,885
442003 제2 롯데 하이마트 균열... 2 ... 2014/12/05 1,631
442002 논술은 각학교마다 3 ... 2014/12/05 686
442001 박시장님께 너무 많은 걸 바란 걸까요? 19 치히로 2014/12/05 2,709
442000 벌써 둘째 초등 취학통지서가 나왔네요 1 ㅜㅜ 2014/12/05 833
441999 롯데리아 맥도날드 맛있는 햄버거 추천 9 도와주세요... 2014/12/05 1,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