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5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69
작성일 : 2014-12-05 08:16:36

_:*:_:*:_:*:_:*:_:*:_:*:_:*:_:*:_:*:_:*:_:*:_:*:_:*:_:*:_:*:_:*:_:*:_:*:_:*:_:*:_:*:_:*:_:*:_

자동차에 오르자 곧 내 숨통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푹신한 의자와 안전벨트의 포옹 속에서
부디 즐거울 수 있기를 내 여행에 시동을 걸며 나직이 중얼거리면
벌써 나는 행복해진다
창 밖으론 흥겹게 눈이 내리고 있고
사람들 또르르 미끄러져 백미러 뒤로 사라지는
거리는 돌아가는 한 편의 무성영화처럼 추억을 상영한다

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
너무 어렸거나 너무 몰랐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피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그중에는 눈처럼 맑은 음으로 나를 허물고 지나간
내 인생의 곧은 발자취가 되어준 사람들과의 만남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듣는 흘러간 노래의 리듬처럼 익숙하지만 더러는 잊혀진
그러나 삶의 창가에 문득문득 하얗고 깨끗한 성에처럼 어리는
그들을 통해서 나는 부드러운 커브의 곡선처럼 완만해지는 법을 배웠다
이제 나는 급제동을 걸지 않고도 그 옛날의 자리에 멈추어 서서
지금의 내 속도를 스스로 통제해야 하는 삶의 이유를 안다

길은 금방 미끄러워져 세상은 느린 춤곡으로 움직이고 있고
쌓인 눈 속에서 투명한 얼음의 눈이 내다보고 있을 세상엔
길 위에서 만나는 얼굴 익은 사람들 깔깔깔 엉덩방아 찧는 사람들의
풍경들이 한 화면에 슬로로 천천히 지나가고 약속이나 한 듯
길 위의 발자국들이 어깨동무로 하나 둘씩 일어나
눈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다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을
저렇게 이웃처럼 살다가 가야 할 곳 거리에서
힐끗 돌아본 그들 속에 내가 환하게 웃으며 서 있다
아예 핸드브레이크를 당겨놓고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나는 노래한다
그리고 오늘도 무사히 인생에 도달할 수 있기를


                 - 최금진, ≪길에서 길까지≫ -

* 강원일보 1997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5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2/04/man1205.jpg

2014년 12월 5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2/04/jang1205_2.jpg

2014년 12월 5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67623.html

 

 

맞아. 십상시"도" 문제인 거지.

 

 

 
―――――――――――――――――――――――――――――――――――――――――――――――――――――――――――――――――――――――――――――――――――――

”그리움만으로 동동 발구르기보다
기다림을 만남으로 바꾸어
그대의 품 속에 파고들어
사랑만 했으면 좋겠다.”

              - 용혜원 "가슴 앓아도 가슴 앓아도" 中 -

―――――――――――――――――――――――――――――――――――――――――――――――――――――――――――――――――――――――――――――――――――――

지나가다 본 김에... 제가 용혜원 시인을 좋아해서요...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bc
    '14.12.5 9:50 AM (58.233.xxx.87)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8332 저보다 나이 많은 분이 자꾸 언니라고 부를떄... 13 언니 2014/12/23 2,574
448331 갈색병 낮에 쓰면 안되나요? 4 나이트 2014/12/23 4,851
448330 르쿠르제 주물냄비 안쪽으로 실금이 갔어요 르쿠 2014/12/23 519
448329 상처에 밴드? 연고?? 반짝반짝 2014/12/23 611
448328 미국 시애틀.포틀랜드에 있는 칼리지 가면 일년에 학비가 어느정도.. 9 주립대학이나.. 2014/12/23 1,794
448327 삼시세끼 인절미가 어른거려요 13 삼시 2014/12/23 3,446
448326 코스트코 인도커리 먹을만 한가요? 크리스마스 케익도 고민.. 2 .. 2014/12/23 1,256
448325 내년에 수능최저기준 없애는 대학 또 있을까요 4 한양대처럼 2014/12/23 1,623
448324 미니 오븐 어떤 것이 좋나요? .... 2014/12/23 293
448323 테팔 에어포스 무선 청소기 청소기 2014/12/23 945
448322 눈앞에 분비물이 자꾸 끼이는데요 2 ,. 2014/12/23 1,029
448321 왜 레깅스만 입고 돌아다닐까요 58 , 2014/12/23 25,697
448320 대만여행, 자유여행이랑 패키지 중에 어떤게 나을까요? 7 여행 2014/12/23 1,963
448319 꽁치통조림 동,샘,펭귄 중 어디게 맛있나요? 9 동원,샘표,.. 2014/12/23 2,401
448318 슬픈 크리스마스.. 7 소금 2014/12/23 1,247
448317 관상볼 줄 아는데 어디서 써먹을 만한 곳 있을까요? 33 ㄱㄱ 2014/12/23 5,862
448316 자식 결혼할때 돈 안보태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세요? 19 ㅇㅇ 2014/12/23 3,037
448315 궁금 1 .. 2014/12/23 267
448314 집에 계신분들.. (이라 쓰고 주부님께 질문) 9 내가 제일.. 2014/12/23 1,116
448313 남녀결혼비용차는 더 더 나야합니다 7 .. 2014/12/23 1,555
448312 웃을때 생기는 팔자주름 없애는 시술 흔한가요 5 . 2014/12/23 2,023
448311 가열한 무우도 소화에 도움이 될까요 1 소화 2014/12/23 773
448310 부산분들... 크리스마스에 어디들 가세요들? 7 초딩중딩 델.. 2014/12/23 753
448309 차 아시는 분들 조언부탁드려요 6 고민아짐 2014/12/23 716
448308 서태지, 크리스마스이브에 300명 집들이? 29 애쓴다 2014/12/23 4,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