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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영어과외비

hwe 조회수 : 2,038
작성일 : 2014-12-04 00:38:58
영어를 가르칩니다.
2008년에 가르치기 시작한 학생.
고등학교 입학 전 그러니까 내년 2월말 수업이 끝납니다.
과외비를 한번도 올리지않았습니다.
교재 판매한분이 그 교재로 수업 해 달라고 소개시켜주셔서 수업비를 적게 받고 시작했거든요.
해가 지나도 수업비 올린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작은평수의 집이라 어려워보였거든요
몇년 뒤 다른동 큰평수로 이사하셨길래 이야기를 꺼내볼까했는데 막둥이를 가지셨습니다.
아이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들겠다싶어 말 못 했어요.
아기가 태어나고 수면조끼 선물로 드렸습니다.
명절에 양말세트 챙겨주셨거든요.


3년 정도 흐르고 학생수나 배로 늘어나면서 자연히 이 학생을 그만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말씀 드렸더니 안된다고 말씀하시길래 시간을 쪼개서 수업했습니다.
그때 수업비 얘길 못한게 후회되더라구요.

결국 5년을 15만원 받고 일주일에 두번씩 세시간을 했어요.
하하하하.

몇년 지나니 명절에 양말선물도 없고 재작년인가 발포비타민 하나 받아봤어요.
수업비도 늦게 주시고 말을 안하니 한달 넘게 밀리시고....휴....


학생이 일이 있어 수업 못한 적이 있었는데.. 알려주지않아 기다리다가 전화하니 깜빡했다길래 그러구 나오는 길에 교통사고 나서 입원을 한 적도 있어요. 문병은 안오시더라구요.
엄만 그런 싸가지 없는 집 하지말라고 화를 내셨구요.

그런데 제가 계속했어요.
학생이 저랑 하는걸 너무너무 좋아했고 똑똑해서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니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그리구 돈얘기 정말 못하겠더라구요
가르치는 재미로 인간대인간으로 보고 하는건데 물질에 욕심갖지말자 그건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나쁜 생각이야. 이렇게 생각하고 살았어요. 돈에 안쫓기니 더 그랬나봐요..


끝날때가 다 되어가니.... 그동안을 돌아보며.. 난 진짜 상등신개호구였구나 싶어요. 참 독하고 못된 사람을 만났구나 앞으로 나도 내것 다 챙기며 살아야겠다싶어요.

수업 끝내며 그동안 서운했던거 다 퍼붓고싶은데 제가 바보인데 누굴 탓하나싶어요.

그나저나 1년 전 Apple도 못 쓰던 학생 내신 70점 올려줬는데 내년부터 수업비 인상하고픈데 말할 걱정에 글 남겨봤습니다....
여전히 바보같이 사네요 ㅠ

+
학생이 노스잠바 입었길래 큰 돈 쓰셨네..싶어 학생 보고 유행 쫓아 그런 옷 사고 그러지말라고 잔소리했는데 알고보니..
차가 두대인걸 알고 충격. 얼마 전 신차 뽑은 거 알고 충격. 고가캠핑장비사서 주말마다 놀러가는거 알고 충격...

제가 그들보다 더 저소득층이었네요 아이구야 ㅋㅋㅋ

IP : 110.70.xxx.10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we
    '14.12.4 12:49 AM (110.70.xxx.105)

    네 그렇죠 맞아요. 사실 돈 생각 든 건 이렇게 몇년간 수업한 다른 학생 어머니들이 먼저 수업료 올려주겠다.하시길래 비교하게 되서 이런 생각이 든 것 같아요. 속좁은 마음 꼬집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차.싶네요

  • 2. HY
    '14.12.4 12:56 AM (211.211.xxx.135)

    애초에 시작할때부터 고등학생되면 얼마 고3되면 얼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시작하세요
    저 학생때 과외선생님들 다 저렇게 하셨는데 ..

  • 3.
    '14.12.4 1:13 AM (175.223.xxx.94)

    돈 제대로 받고 하세요
    가난해 보여서 적게 받으면
    님 실력이 딸려서 그런 줄 알구요
    수업료 올리면
    그동안 고마운줄은 모르고
    원래부터 그 금액대의 과외 쌤 찾아요
    원래부터 높은 금액이 잘 가르치는줄 알거든요

    수업료 깍지마세요
    학부모들은 수업료가 비싸야 잘가르치는 줄 알아요

  • 4. ...
    '14.12.4 1:31 AM (121.136.xxx.150)

    처음부터 교육비 문제는 확실하게 해놔야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없습니다.
    저도 원글님 같은 경우를 많이 겪어봤어요.
    결국 그들은 고마운 것도 모르더라구요.

  • 5. ..
    '14.12.4 7:29 AM (27.35.xxx.143)

    첫댓글님 겁나 이성적이면서 대인배네요. 전 읽는내내 참나 이 아줌마 염치도 없다 진짜..철판깔았네 하고있었는데.

  • 6. ....
    '14.12.4 8:54 AM (14.46.xxx.209)

    저도 공감가네요..전 피아노 개인레슨하는데 저도 초창기 멋모르고 형편어렵다고 징징대는 일찍결혼한 친구의 아이ㅡ작은평수아파트 질끈묶은머리 츄리닝바람친구보니 정말 힘들구나 싶었음- 거의 말도안되는 비용으로 5년을 가르쳤는데 해외어학연수에 별의별것 다 하는것보고는 헐~~ 그렇게 아끼더니 큰집사서 이사가고 좋은차 부부각각 운전하고 그 아이가 지금커서 학비비싼 자사고 다니네요. 이후 친구나 아는사람은 레슨안해요..나도 나름 바쁘고 시간 없는데 다른 고액레슨 들어오는것도 시간안맞아 거절하면서 까지 가르쳐줬었는데 시간흐르고 보니 고마워하지도 않아요.그냥 내수준이 그런줄 아는듯한 뉘앙스..헐~~

  • 7. ...
    '14.12.4 10:50 AM (211.208.xxx.136)

    사정 봐줘서 레슨비 적게 받으면 그게 교사 실력인지 안다는 말 정말 공감해요
    크게 데이고 나서.. 절대로 적게받지 않아요. 첫달에만 고마워할까..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사람 무시하더군요
    사람 맘이 참 웃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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