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1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676
작성일 : 2014-12-01 08:02:20

_:*:_:*:_:*:_:*:_:*:_:*:_:*:_:*:_:*:_:*:_:*:_:*:_:*:_:*:_:*:_:*:_:*:_:*:_:*:_:*:_:*:_:*:_:*:_

1.
주연이 없었다 우리집에는
하릴없이 바쁜 아버지 운명 가끔 빨래처럼 펄럭였다
빈 수숫대 몸 비비며 자진모리로 쓰러지는 바람에
삼류극장 영화처럼 썰렁한 안방에 모여 쿨럭쿨럭
희망의 아랫목에 발목을 묻고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우리는 추억의 푸른곰팡이로 주린 배를 채우고
새벽 휘파람 소리에 골목길 빠져나가던
돌아오지 않은 어머니 오래도록 기다렸다

2.
만화경 같은 세상 문득 멀미를 하고
어지러워, 회전목마는 타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없는 것이 많아서 더욱 부끄러운 스무 살
남루를 걸치고 외출한 내 청춘은 귀가하지 않았다
끝내 돌아오지 않을 한 계절의 끝에서
식구들은 저마다 단역배우가 되어 서성거렸고
음정 박자 놓친 늙은 개구리 울음 같은
추억이 우울한 목청으로 우우우 노래 불렀다
아아, 잊고 사는 아름다움이 물결보다 고울까
오래 배고팠던 하루의 피곤함이
덜컹거리는 세월의 수레바퀴에 매달려 아슬아슬 지나갔다
바람이 결석한 날은 추위가 때로 악수를 청하고
동상 걸린 손으로 어린 동생이 코스모스 같은 이웃들이
가슴에 지느러미를 달고 항해를 계속하였다

3.
제 몸짓에 어지러운 한 시절
소화불량에 걸린 꿈을 하역하며
빗물에도 얼룩져 흐르던 슬픈 나이를 다독였다
습관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별을 우러르고
추락하지 않기 위해 끼룩끼룩 끝없이 날갯짓하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물새떼 그림자
썰물 사이로 찢길 대로 찢긴 폐선이 보이고
희망의 소금밭을 찾아 집을 떠나 온
돛도 닻도 없는 작은 배들이 불안하였다 -아버지, 나는 당신의 포구에 정박하고 싶습니다


                 - 김민희, ≪가족사진≫ -

* 전북일보 1998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1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1/27/man_1128.jpg

2014년 12월 1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1/27/jang_1128.jpg

2014년 12월 1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66850.html

 

 

십상시라는 말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그 당시나 지금이나 별로 다른 걸 모르겠어서?

 

 

 
―――――――――――――――――――――――――――――――――――――――――――――――――――――――――――――――――――――――――――――――――――――

”신기한 말을 하는 것이 귀함이 아니라 실행함이 귀하다.”

              - 이태백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5237 나만의 뷰티타임! 1 초희 2015/01/12 1,277
    455236 이래서 자식때문에 힘들어도 사나봐요~~ 7 미운다섯살 2015/01/12 3,121
    455235 들을만한 인문학 사회학 강좌 부탁드립니다. 5 dma 2015/01/12 1,574
    455234 오래전 키플링 빅백 as 1 가방질문요 2015/01/12 1,594
    455233 저만 이렇게 느끼나요..그 승무원들 68 폴고갱 2015/01/12 21,464
    455232 육아가 힘들어요 그냥푸념... 12 !! 2015/01/12 2,626
    455231 죽어야 끝날까요... 52 ... 2015/01/12 16,716
    455230 여수 관광할만한가요? 7 2015/01/12 2,363
    455229 아프면서 알게된 것들 166 asha 2015/01/12 23,329
    455228 일요일 저녁 집주인 전화 받은거 푸념... 2 boo 2015/01/12 1,919
    455227 남편없이 처음 제사지냈어요.. 6 rudal7.. 2015/01/12 2,429
    455226 막걸리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7 마시기싫네 2015/01/12 1,893
    455225 반려견 떠나보내고 후유증 극복하신분 19 ... 2015/01/11 9,184
    455224 연예인 성매매 2탄-브로커 수첩 속 특급 리스트 공개 83 넌누구 2015/01/11 196,511
    455223 유부남 업소이용과 술담배에 관해 제 생각 (남자) 3 곧서른ㅠㅠ 2015/01/11 2,823
    455222 몸이 너무 피곤하면 어떻게 푸나요? 6 2015/01/11 2,356
    455221 넬리 어떤가요? 2 ... 2015/01/11 1,746
    455220 오뎅탕 맛있게끓이는법요? 11 저요 2015/01/11 3,919
    455219 (교회 다니는 분들만)목장 모임 하시는 분 있으세요? 10 싫은데 2015/01/11 2,742
    455218 성격이 유순하면서 논리적이고 의지 강할 순 없나요? 8 요로코롬 2015/01/11 2,160
    455217 강박장애로 치료받는데 아시는분? 10 도움 2015/01/11 2,933
    455216 작사가 되려면 인맥이 제일 중요한 걸까요? 5 궁금이 2015/01/11 2,278
    455215 여대생 자녀 두신분 3 .. 2015/01/11 2,572
    455214 82cook 접속하면 광고로 넘어가여요 4 뭐가문제 2015/01/11 911
    455213 루이까또즈 카드지갑 속지필름 따로 살 수 있나요? 2 혹시 2015/01/11 1,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