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닌거에 너무 신경 쓰는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마음에 걸려, 항상 좋은 조언을 듣는 82에
또 한 번 여쭤봅니다.
시댁 고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저희 시어머님이 장례식에 오시지를 않았어요.
물론 다른 일가친척들은 다들 오셨고, 저희 부부도 가고, 시동생은 가까이 살아 장지에도 갔구요.
제 남편은 그 고모님 아들인 시촌형에게 마땅히 장지에도 와야하나 거리도 멀고, 직장때문에 또 오기 힘들어
미안하다고 했고, 친척들도 다 이해하는 분위기였구요.
다른 연세드신 친척들과 자유업에 종사하는 젊은 친척들은 다들 장지까지 갔구요.
평소 각자 제사를 모셔서 명절에는 못 만나지만 벌초, 환갑, 칠순, 결혼 등 집안 대소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칼같이 모이는 집안입니다. 과하게 며느리들 일 시키는 것도 아니라 다들 어느정도는 즐겁게 모이구요.
그러니까 저희 시어머니께서 고모님 장례식에 오시지 않은 것은 큰 사건이 됐어요.
시어머니께서 오시지 않은 표면적 이유는 "몸이 좋지 않아서"이지만 아무도 믿지 않구요.
진짜 이유는 그 고모님과 저희 시어머니가 평소에 사이가 좀 좋지 않으셨어요. 딱히 무슨 일이 있어서 싸우신 것이
아니라 만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들을 하시지만 속으로는 앙금이 있는 듯 하셨어요.
만나면 하하호호 하시다가 헤어지면 각자 자식에들에게 서로 뒷담화를 하시는 그런 사이.
그 고모님은 모르겠지만 저희 시어머니는 남 뒷담화가 취미시라 자식들은 뭐 또 그러시나보다 했는데
장례식에 얼굴도 비치시지 않았으니 다들 멘붕 상태에요.
사시는 곳도 바로 옆동네고요.
이 상황에서 저의 우려는 -물론 스스로도 쌩뚱맞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어머니의 이런
독한 행동의 여파가 어머니를 비롯하여 저희 가족에게 안좋은 불똥으로 튀지 않을까 하는 것이랍니다.
불의의 사고나.... 뭐 그런거요.
나이가 50이 다 되가는데도 이런 생각을 하는 저를 보며 스스로 아직 철이 안들었나 하다가도, 불안한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듭니다.
친척들은 장례식에 오시지 않은 어머니를 단순히 욕하지만, 저는 시어머니가 참 모질고 독하다는 생각에
일순간 정이 확 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고, 왠지 안좋은 일이 생길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계속 엄습해요.
사람이 끝까지 가면 안되는데, 시어머니가 끝까지 갔으니 이제는 뭔가 불행이 찾아올 차례라는 그런 생각이요.
이런 생각 다 기우겠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