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에 가끔 올라가는데, 한번은 열흘 넘게 기도원에 있었어요.
숙소에서 30대 초반의 여자를 만났는데, 난 20대 후반.
어쩌다 보니 대화하며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어요.
얼마 안 하는 돈이라 치사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 씀씀이가 좀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라 글을 쓰는데..
제가 과자 광이어서 밥보다는 과자를 더 먹는 편인데 (돼지 아니에요. 보통 체형)
한 번은 제가 과자를 권했어요.
과자를 먹으면서 둘이 대화를 하는데 여자가 잘 먹더라고요.
같이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 오거나 예배드리러 갔다 와서는
또 짬에 과자를 먹는데, 다시 권했더니 또 먹어요.
어쨌든 하루에 서너번은 제 과자를 같이 먹었습니다.
그게 이틀이 되고 삼일이 되니까
처음에는 그냥 과자값 얼마나 한다고.. 생각하며 권하던게
좀 돈이 아깝게 생각되더군요.
왜냐하면 그 여자가 저보다 더 먹었거든요.
(설명하자니 정말 웃기긴 한데 ㅋ)
과자 10봉지가 들어있는 게 있으면
말하면서 얼마나 빨리 까먹는지 6봉지는 그 사람이 먹고 4봉지는 내가 먹는 식.
게다가 칙촉이나 홈런볼등 양 적고 가격 나가는 것만 제가 사먹기 때문에 가격 신경 쓰였어요.
매점가서 3만원어치 정도 사오면 저 혼자서 먹는 거라면 오래 먹었겠지만
그 여자가 함께 먹기에 3~4일만에 다 먹곤 했거든요.
생판 모르는 사람 과자값 대주는 게 짜증나던 차에
한 만난지 5일쯤 되었을 때 과자 사러 기도원 매점을 같이 갔어요.
그 여자가 저 사는 거 구경만하고 자기는 고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언니도 골라요. 그랬더니 자기는 살게 없다네요.
제가 사놓는 과자는, 주인인 저보다 더 먹는 사람이.
제가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는 타입이라 정말 안 살 거냐는 질문만 한 번 더 하고,
더는 못 물은채 저만 과자를 사들고 왔어요.
예배시간이 다 되어서 과자를 숙소에 넣어두고 예배를 드리러 갔다왔죠.
예배드리고서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그 여자가 하는 말.
"아.. 저녁이라 그런가? 단 게 땡긴다. 너 아까 음료수 사온 거 있지? 그거 같이 먹자. 단 게 왜 이렇게 땡기지?"
전 진짜 속으로 짜증났네요. 아까 매점 갔을 때는 살 게 없다면서
사라고 두번 권했는데도 안 산다고 하더니, 예배 드리고 오자마자 단 게 땡긴다면서 내가 사온 거 같이 먹자니!!!!!
와 진짜 그 화를.. 어디다 풀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염치없는 사람들을 진짜 싫어하는 타입이거든요. 남한테 뭐 얻어먹거나 빌리지 못하는 타입이고,
또 남한테 기대려 하는 사람들을 보는 걸 싫어해요.
근데 과자 가지고 말을 한다는 게 참 뭐해서.. 말이 안 떨어져서,
아무렇지 않은 듯 과자 꺼내고 먹었어요.
그 여자랑 그때부터 서서히 말을 덜 하려 했고, 숙소도 왠만하면 딴데로 옮겨 있으려 했어요.
너무 짜증나서 같이 못 있겠더라고요.
어쨌든 2~3만원어치 사왔던 과자 음료수 봉지에 담겨 있던 것은,
뻔뻔하게 원하던 그 여자 때문에 같이 먹다시피 했고..
그러는 내내 정말 기막혀 했네요.
그렇게 과자 얻어먹으면서도, 2000원짜리 기도원 식권살때는 철저히 너는 니꺼 구입 나는 내꺼 구입이예요.
절대 한 번 사겠다는 말 안 하고.
너무 뻔뻔했네요.
근데 더 충격인건, 그 여자 목사가 되어야 할지 선교사가 되어야 할지 아니면 목사 부인이 되어야 할지
그 진로 고민 때문에 기도원에 왔던 여자에요.
셋 중에 어느 걸 할지 모르겠다면서.. 교사직 그만 두고 왔던데.
진로 고민하지 말고, 그 이전에 인간이나 되었으면..
그 여자 생각하면 지금도 짜증나요.
님들이 제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셨을 거 같아요?
성인인데..
과자값으로 대놓고 말하기가 진짜 민망해서 말이 안 떨어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