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1월 17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840
작성일 : 2014-11-17 07:41:10

_:*:_:*:_:*:_:*:_:*:_:*:_:*:_:*:_:*:_:*:_:*:_:*:_:*:_:*:_:*:_:*:_:*:_:*:_:*:_:*:_:*:_:*:_:*:_

기차가 오기에는 아직 이른 시각이다
대합실내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나무의자
일몰의 그림자 길어지면 차갑게 흔들리는
철로 주변의 측백나무 사이로 쓸쓸히 흘러가는 저녁
종착역을 알 수 없는 낯선 사람들 지루한 표정
딱딱한 마분지 차표를 건네는 매표원의 가느다란 손가락
아무도 일러주지 않는 출발과 도착의 낡은 시각표
의미 없는 부호처럼 굴러 다니는 비닐 봉지
너무 일찍 나온 것이다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기차가 보였지만
기차는 서지 않고 역을 지나쳐 간다
역을 지나쳐 가는 저 열차처럼
삶도 그냥 지나쳐 가야 할 때가 있는 것일까
대합실 밖에서 흔드는 이별의 손짓도
더 이상 슬프지 않다
이별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하는 것과
재회를 꿈꾸며 사는 것도
열차가 다시 제 철로를 밟고 돌아오는 것처럼
생의 어느 지점에서 떠났던 사람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때에
한 번은 돌아올 것을 믿는 때문이고
자신이 타야 할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침묵이
세상의 침묵으로 이해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나는 천천히 돌아서 본다
수은등이 켜지기 시작하는 역 광장에
이별의 그림자처럼 서성이는 작은 별이 뜨고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내가 보인다, 그러나
아직 이른 시각이다, 기차가 오기에는


                 - 이궁로, ≪기차역에서 서성이다≫ -

* 농민신문 2001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1월 1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11월 17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11월 1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64751.html

 

 

세상에 공짜는 많지만 너희 것은 아니란다.

 

 

 
―――――――――――――――――――――――――――――――――――――――――――――――――――――――――――――――――――――――――――――――――――――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을 그냥 덮고 지나가지 마라.
사랑한다고 해서, 나이가 많고, 직위가 높다고 해서
상대가 나를 마음대로 휘두르게 둬서는 안 된다.”

              - 배르벨 바르데츠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中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0624 1365봉사실적 나이스로 전송 이제 안되나요? 2 .. 2015/07/03 748
    460623 묵은지등뼈찜에 어울리는 반찬 뭐가 있나요? 8 오늘 저녁 .. 2015/07/03 865
    460622 이것도 치질인가요? ddd 2015/07/03 542
    460621 기말고사 앞둔 아들 머릿속엔 온통 노래방생각뿐...ㅠㅠ 3 중2아들 2015/07/03 820
    460620 영어공부할려는데 미드는 수준이 어느정도 되나요?? 4 rrr 2015/07/03 1,646
    460619 코 옆 모공 ㅠㅠ 어떻게 없애나요? ss 2015/07/03 1,129
    460618 게시글 지나간것 좀 찾아주세요..(주방인테리어관련) 물병자리 2015/07/03 429
    460617 나랏일 걱정안하고 생업에 종사하고 싶습니다. 3 노걱정 2015/07/03 635
    460616 완전컴맹인데 4 hh 2015/07/03 892
    460615 델타항공 뉴욕 145만원 가격 괜찮은가요? 8 항공료 봐주.. 2015/07/03 1,512
    460614 복면 검사 보세요? 3 복면검사 2015/07/03 946
    460613 메르스·가뭄 추경에 웬 대통령 순방 예산? 세우실 2015/07/03 502
    460612 '님과함께'재방 보구있어요.레이디제인 애교 쥑이네요 2 .. 2015/07/03 2,280
    460611 항상 먼저 인사하면 호구같나요? 6 고구마 2015/07/03 3,506
    460610 ‘무신론자를 위한 선데이 어셈블리’가 뜬다 2 휴머니즘 2015/07/03 720
    460609 육두문자쓰는 하소연 어떻게 할까요 1 화나요 2015/07/03 546
    460608 시골 사시는분 계신가요?집짓기 11 시골 2015/07/03 3,352
    460607 실외 걷기 운동할때 최대한 안타는 방법이 뭘까요? 7 어부바 2015/07/03 2,164
    460606 우리나라 좋은것 좀 알려주세요.. 15 레고공주 2015/07/03 1,500
    460605 악덕기업cj대한통운을 규탄합니다 아고라펌 1 몽이깜이 2015/07/03 748
    460604 켜켜이 올린 케이크를 뭐라 부르는지 모르지만 9 케이크인데 2015/07/03 1,702
    460603 미국 가서 사오면 좋은 2 가방또는 2015/07/03 913
    460602 40대 남자 선물, 어떤게 무난할까요 4 선물 2015/07/03 1,212
    460601 영화 마돈나 보신 분 스포 좀... 비매너 2015/07/03 1,035
    460600 올케가 딸을 낳았네요 47 뭘가지고 갈.. 2015/07/03 13,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