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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머님, 안스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0_0 조회수 : 2,479
작성일 : 2014-11-12 23:48:15

며칠전에 따로사시던 어머님이랑 남편,나,애 이렇게 타지에 갔다올 일이 있었어요

가서 처리해야할 일이 좀 골치아픈 일이어서 제가 지나가는 말로

어머니, 부담가지지 말고 여행가는 것처럼 기차에서 계란도 까먹어가면서 재미있게 가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계란5개 삶아서 가방에 넣고 갔는데 어머님이 큰 배낭을 들고 오셨어요

그리고는 기차가 출발하자 배낭에서 까만 비닐에 싸온 계란을 꺼내서 주시는 거에요

ktx한가운데 테이블에 앉아서 계란을 맛있게 얌얌 먹었지요

이때까지는 괜찮았어요

좀 있다가 어머님이 배낭에서 비닐에 싼 떡을 꺼내시는 거에요

아마 냉동실에서 가져오신것 같은데 아직 살짝 덜 녹았어요

이때 애 아빠 표정이 좀 안 좋아져요

애 아빠가 좀 까칠하고 차가워요, 규범이나 규칙이런거에 되게 민감하고 남들앞에 나서는 거 싫어하고요

그런데 한가운데 오픈테이블에 손큰 어머니가 계란이랑 떡을 한 보따리 풀어놓으니 사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거에요

애아빠랑 애는 안 먹겠다고 그러는데 어머님 무안하실것 같아서 저만 어머님하고 떡 물고 있었죠

그런데 어머님은 또 아들이 안 먹겠다니까 안타까우셨는지 배낭에서 또 꺼내시는데 보온병이랑 커피믹스를 꺼내시는 거에요

제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애아빠가 커피믹스를 안 먹어요, 싫어해요. 커피도 꼭 블랙으로 마시는 사람이에요

어머님은 또 아들이 목이 메여 떡을 안 먹는가 싶어서 보온병에서 커피믹스를 타서 주시는데 _ _;; (물도 미지근했어요) 남편은 안 먹는다고 하고, 어머님은 애가 달아서 이거 한번 마시고 떡좀 먹어보라고 막 그러시는 거에요

제가 옆에서 보고있으니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남편이 몇년전부터 믹스커피를 안 먹거든요, 맨날 말씀드리는데 어머님은 또 맨날 이 달달한걸 왜 안먹냐고 그러셔요

지금 이 상황이 또 벌어진 거에요

그렇게 실랑이하는데 이제 남편은 확~질린다는 표정이고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섭섭한 표정 ㅠㅠ

남편이 안 먹는 커피, 제가 마시고요, 저 그래서 달다구리  커피 2잔 마셨어요

좀 가다가 어머님이 물 마실래? 그래서 어머님, 생수 살께요 그랬는데 배낭에서 물을 꺼내시는 거에요

집에 정수기물을 빈 음료수병에 받아오셨어요

그런데 마실려고 보니 병에 무슨 부유물질이 떠 다니는데 남편이랑 애는 또 안먹고요 저만 한사발 마셨네요

그렇게 어머님이랑 저랑 먹고 마시고 하고 갔는데요 온갖 생각이 다 들었어요

어머님은 오랜만에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옛날처럼 다 싸가지고 오신거고

남편은 기차안에서 블랙커피 한잔 사먹는거만 바랄뿐이고

애는 기차에서 지나가는 간식차의  과자 사먹는걸 제일 좋아하는데

누구편을 들수도 없더라고요

부연하자면 어머님이 사실은 되게 고압적이셨고 남편은 불만이 많았대요

매사가 좀 이렇게,,원하지도 않은 걸 해주고 너는 왜 고마워하지 않느냐 뭐 이런식으로

예를 들면 학생때 애들이 전혀 안입는 이상한 취향의 옷 사주고 입으라고 들들 볶고

애아빠가 공부를 잘해서 어머니가 학교에 자주 오셨는데

애아빠는 자긴 너무 싫었다고, 제발 오시지 말라고 해도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데 왜 그러냐고 막 다다다

한번은 학교갔다 집에오니 애아빠가 좋아하는 책이랑 음악테이프를 다 갖다버리고 영어테이프하고 참고서를 좌악

하여튼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여행이었어요

IP : 220.72.xxx.248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초록공주
    '14.11.13 12:22 AM (122.162.xxx.6)

    아이고, 중간에서 힘드셨겠어요..... 저는 어머님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남편분도 평소 힘드셨을 듯..... 우리도 나이들면 어머님처럼 될까요??? 헉!

  • 2. 0_0
    '14.11.13 12:38 AM (220.72.xxx.248)

    공주님, 저 정말 힘들었네요, 그때...다 자기 입장이 있는데 나만 가운데 붕떠서 떡 먹으랴, 커피마시랴, 물 마시랴 ,,,,힘들었어요

  • 3. 카미
    '14.11.13 12:40 AM (110.35.xxx.178)

    이분 저분 챙기시는 원글님이 참 착하신거 같애요.. 많이 배우네요..

  • 4. 은현이
    '14.11.13 12:55 AM (112.109.xxx.95)

    우리 어머니는 고압 적이시는 않는데 아들들에게 술을 못 먹여서 안달이세요.
    아주버님은 음주운전 전력도 두번이나 되고 그 중에 한번은 인사사고여서 재판 까지 했어요.
    그런데도 밥 때마다 술을 내놓으세요.
    권하지 않아도 술 좋아하는 아들들 판을 벌려 주시는 거죠.
    형님 계실때 얼마 나 속끓였는지 몰라요.
    그날 점심 무렵에 올라간다고 몇번을 말씀 드렸는데 아침에 또 멕이려고 하셔서 안된다고 했더니
    그럼 늦게 가면 된다고 더 성화 셔요.
    우리 어머니 인식은 밥 먹을땐 당연히 한잔 해야 한다는 것이 공식인가 봐요.
    근데 어머니는 술 못드시고 아버님이 지금도 소주 댓병을 이틀에 비우시기도 하시니
    그런 생각이 머리속에 박힐만 한것 같지만요.

  • 5. ...
    '14.11.13 1:19 AM (183.98.xxx.6) - 삭제된댓글

    저희 시어머님 보는듯해요
    단편적인 사례로 어느정도 인지는 가늠이 안되지만저희 남편 시누이 모두 어머님이 뭐하라고하면 학을띱니다 되게 유순한 사람인데 언성도 많이 높이구요

    아주 고압적이고 강요하는 스타일이겼다고해요
    챙기고는 하시는데 좋아하는게 아니고 싫러하는방식으로 챙기고나서 생색내는 그런 스타일?
    저도 어머님 보기가 짠해서 뭐주시면 들고오고 왠만하면 맞춰드리는데 남편은 기겁해요ㅠㅠ
    제가 뭐라하면 지금은 양반이다 예전에는 말도 못하게 강요했다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보면 사회생활은 나름하시는데 아는 사람들도 많구요 근데 친구는 없어요 형제자매들도 다들 싫어하시더라구요
    저도 처음엔 잘해드려라 하다가 그냥 내버려둬요
    제가 잘하니까 저한테 집착?하셔서 ㅠㅠ
    님 심정 백번 이해가요 그런데 저도 별 수가 없더라구요 아들뿐 아니라 딸인 시누이도 그러니까요

  • 6. ...
    '14.11.13 1:21 AM (183.98.xxx.6) - 삭제된댓글

    자기전에 폰으로 쓰느라 오타가 많네요
    다시쓰기도 뭐해서 그냥 남길께요^^;

  • 7. ,,,
    '14.11.13 7:32 AM (203.229.xxx.62)

    보통 서민적인 어머니 모습 같은데요.
    경제적으로 여유 있으시면 먹을것 싸들고 오시지 않았을텐데요.
    원글님은 마음씨 고운 분이신것 같아요.
    남편의 행동이 좀 씁쓸 하네요.
    그런 어머니가 낳고 키우고 했을텐데 평소 어머니께
    자상한 아들은 아닌가 봐요.

  • 8. 힘드셨을듯
    '14.11.13 8:18 AM (211.59.xxx.111)

    귤도 아니고 이날씨에 덜 녹은 떡ㅠ
    근데 거기서 남편이 좋다고 맛있다며 재롱부리는게 더 싫긴하죠..

  • 9. 남편이 참
    '14.11.13 6:25 PM (125.178.xxx.133)

    읽으면서 바로 윗 오빠랑 ㅇ비교했네요.
    제가 원글니 남편이랑 비슷한 성격이구요.
    바로 위에 오빠는 원글님 같은 성격이네요.
    노인네들 그저 아들 한모금 먹일려고 노력하시는구만 한번쯤 받아 줄만도 하지 않나요.
    저도 예전엔 그랬는데 이젠 웬만하면 넘어가거든요.
    노인들은 안변해요.
    한번 저장되면 바꿀줄도 모르고..
    원글님 착하셔서 복받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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