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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모처럼 시어머님께 전화드렸더니..

며느리 조회수 : 3,553
작성일 : 2014-11-12 19:06:37

 날씨가 너무 추워서 지난 여름 폐가 안좋아 입원하셨던 어머님이 걱정돼

 감기 걸릴까봐 모처럼 전화를 드렸어요.

 점심때....

시누이네 애봐주시느라 합가하신지 10여년이 되었지만  80 이 낼모레라 점점 쇄약해지셔서

은근히 신경 쓰이는 중입니다.

 양가 이제 다 돌아가시고 한분 남아계셔서 그동안 가난한 시댁때문에 맘고생 좀 하고 살았다고 은근히

 불만이었는데,이젠 어른 한분 남아 계시니 점점 짠해지는것이 저도 나이 먹은걸 느낍니다.

전화 목소리가 톤이 낮아 또 뭔일 있나 싶어 순간 긴장했었는데,

 손뜨게질 하고 계신중이었다고 ..절에 좀 열심히 다니셨는데 지금은 기운이 딸려서 시누이가 차로 모시고

 가느라 몇번 못가시는데, 얼마전 절에 갔더니 스님이 목도리를  허연 광목으로

싸늘하게 감고 계셔서 아주 좋은 스님인데 춥겠다 싶어 실을 사다가 목도리를 뜨고 계시고 있었다네요.

 울어머님, 지금 제나이때인 48세에 대학 2학년인 남편과  그위 병치레중인 장남인 아주버님과  그 아래 한참 어린 

  시누이를 남겨두고 갑자기 시아버님이

   돌아가셔서 혼자 되신분이라 맘이 힘들때마다 절에 다니시며 의지를 하셨답니다.

 제가 아는 몇년전 까지만해도 절벽같은 꼭대기 암자까지 새벽에 기어 올라가셔서 기도하시고

 자손들을 위해 정성을 들인분이고 덕분에 지금은 자녀들 원만하게 다 잘 풀려서

 옛날 얘기하며 사십니다.

  어머님 친정도 잘 살았는데 남은 다른 형제들끼리 재산 나눠갖고 어머님은 무시를 당하고 도움한푼 못받고

 고생하셨대요.그럼에도 그중에 제남편처럼 잘난 아들덕에 어디가서 돈은 없을지언정 자존심은  성성했고 

   나쁜 짓 안하고 식당,공장,남의일 별별일 다하시며 열심히 사셨어요.  

 대신 없는 이들한테는 어머님께서 하실수 있는 모든걸 다 해주시기도 하고....

  

 어머님 재능으로 어려운 이들 반찬 담가주시고 객지에 와서 학교 다니는 시집조카애들 밥해주시기도 하고...

  덕분에 어머님 주변에 사람들이 좀 많고 지금도 어머님 밥 얻어 먹은 사촌형제 들한테는 대접을 

잘받고 계시고,그런분이 저 결혼할 즈음엔 잘난 아들 며느리가 빼앗아가는 줄 감정조절이 안되는지

   시집살이는 좀 시키셨더랬지요.

  중간에 저랑 트러블도 더러 있었지만 대체로  이정도면 서로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형님네나 시누이네나 아쉬운게 없으니 너무 감사하고 꿈만 같아 늘 여기저기 베풀고 다니십니다.

   뜨게실이 너무 좋아 다 완성된것 보니 너무 행복하다고 이거 두르고 다닐 사람 생각하면 기분 좋다고

하시며 저한테도 감기 조심하라고 이런저런 칭찬을 해주시네요.

  날 추우니 경로당 가시지 말고 집에서 노시라고 했더니 그럴거라고...

 전화줘서 고마워 하시네요.

  갈수록 시어머님의 긍정의 힘,남을 배려하는 마음,화를 낼때 내더라도 젊은 우리랑

소통할려고 애쓰시는 모습을 보며 남편의 푸근하고 넉넉한 품성이 시어머님으로부터 나왔나 싶게

 전화를 끊고 나니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고 오랫만에 돌아가신 친정어머님 같은 정을 느끼게 되네요.

     형님과 저한테도 이젠 알뜰해라 ,뭐해라 가르침보다는  어느새 뭔 얘기하면

늬들이 잘알아서 하고 있는데..뭘..늬들같이 알뜰한 애들 없지...내가 복이 많아 며느리들한테

  대접 잘받고  늦복이 터졌다라고 칭찬만 해주십니다.

  원래 상대방입장에서 좋은 말씀만 하실려고 하는편이라 저도 어느새 어머님 화법을 닮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늘 말에 독과 칼이 배어 있으면 안된다. 라고 하셨는데 아이들이 자랄수록 점점 더 어른다운 기품이

 느껴져서 저 또한 감사하고 남편한테도 고마움이 느껴집니다.

 스님 드릴려고 뜨게질하시는 80의 할머니. 그 정성이 겸허함이 새삼 따뜻하고

그 기운으로 우리들이 무탈하게 잘 지낸다고 생각하니 참 감사합니다.

IP : 124.50.xxx.13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1.12 7:17 PM (222.107.xxx.147)

    읽으면서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네요.
    배울 게 많으신 분이구요.
    저희 시어머니는 제게 나이 들면 어때야 하는가 보여주시는
    반면 교사십니다.
    잘 배우고 곱게 늙고 싶어요.

  • 2. ㅁㅁ
    '14.11.12 7:27 PM (121.200.xxx.14)

    좋은 글 입니다.
    원글님도 시어머님의 화법을 닮아 가신다니 부럽네요.

  • 3. 따뜻한 글
    '14.11.12 7:48 PM (61.253.xxx.25)

    감사해요 82에서 가끔 이런 따뜻한 글로 위로받아요
    날도 춥고 그런데
    ^^

  • 4. 찬바람
    '14.11.12 8:09 PM (14.39.xxx.240)

    쌩쌩 부는데
    원글님 어머님 이야기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주변에 그런 어른이 계시면
    온화한 기운이 돌지요.

  • 5. ...
    '14.11.12 8:14 PM (121.144.xxx.56)

    저도 모르게 눈도 마음도 촉촉해지네요.

  • 6. 지금도
    '14.11.12 8:19 PM (124.50.xxx.131)

    크고 작은 소한 돈이 들기도 하지만,그 이상으로 어머님이 우리한테 직,간접적으로 해주신게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언제나 말만이라도 아이들 칭찬해주시고 자식들 위해 기도하시고
    유난스럽지않게 생색도 없이 묵묵히 실천하고 계신다는걸 이제사 깨닫게 됩니다.
    전엔..솔직히 아주 싫었어요.
    자게에 자주 등장하는....개룡남이 (그다지 잘난건 아니지만,시집형제중엔) 짊어진 무게가
    얼마나 큰지 20년 내내 느끼고 살아와서 가족이란 개념이 그다지 없었는데,이젠
    이세상 누구보다 우리를 위해 아낌없이 살아오셨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내가,내남편이,내아이들이 잘나서 이런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도와 정성으로 이자리에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 7. 잔잔한 글
    '14.11.12 8:37 PM (211.207.xxx.203)

    이젠 가르침보다 니들이 잘 알아서 할텐데, 칭찬만.......저희도 배워야 할 덕목이네요.

  • 8. 저도
    '14.11.12 9:37 PM (211.210.xxx.26)

    이런글 참 좋아요.
    원글님도 좋은 분이세요.
    좋은사람이 좋은것을 볼수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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