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수능이네요.
날씨도 그렇고 요즘 아이 학교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아이를 사립초에 보내고 있습니다.
워낙 독특한 아이라 어린이집이나 학원에서 종종 놀림감이 되곤 했어요.
사립은 선생님이 더 신경을 많이 써준다 하니 영어유치원을 다닌 적은 없지만 사립을 선택했어요.
원래 영어몰입교육을 하던 학교였는데 교육부 방침에 따라 이머젼 포기하고 내년부터 영어수업시간이 세 시간 줄어들어요.
요즘 이것때문에 엄마들 난리났어요.
다른 사립초를 알아본다 학군 좋은 공립을 보내 학원을 뺑뺑이 돌리는겠다는 둥 요란하더니 영훈초하고 운현초에서 낸 소송이 각하됐다니까 그래도 조금 잠잠해졌네요.
제 아이는 영어는 썩 잘하지 않아요.
그래도 받아쓰기나 다른 과목들 단원평가 보면 거의 백점 받아오고 해서 안심하고 영어는 천천히 시켜야지 생각하는데
오히려 다른 엄마들이 제 아이가 영어 떨어지니까 이것저것 시켜보라고 얘기해줍니다.
솔직히 영어에 목숨거는 다른 학부모들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반 아이들 보니 영유출신 일반유치원 출신 반반인데 저학년이다 보니 영유아이들이 확실히 영어는 잘하지만 받아쓰기는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아요.
집에서 책도 많이 읽고 엄마가 신경써준 아이는 영유나왔어도 전반적으로 잘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한글이나 독해능력이 일반 유치원 아이들보다 쳐지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아이가 영어 하나 잘하는 것에 만족하는 엄마들 보면 좀 우려되는 부분도 있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어 유치원이 나쁘다기 보다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영어가 우선인지 국어가 우선인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영어에 느긋한 이유가 주변 환경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자란 동네가 연구단지 근처였는데 친구들 부모가 해외유학파 출신 교수, 박사들이 많았어요.
어릴 때 미국에서 살아온 아이들이라 영어는 모국어처럼 말하고 영어공부도 거의 하지 않고 시험점수 잘 나오니 참 부러웠어요.
이제 세월이 많이 지나서 보니 영어가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친구 하나, 동생이랑 중학교 때 미국 친척집에 보내졌어요.
원래 미국 시민권이 있었고 교수이신 아버지가 한국교육을 불신하셔서 일찍 보냈는데 둘만 친척집에 살다보니 서러움을 많이 겪었다네요.
한국에서도 공부 잘했고 미국가서도 좋은 대학 나왔는데 한국 유학생이랑 결혼해서 부부가 조그만 한국 회사에서 일해요.
그냥저냥 미국에서 근근히 살아간다고 그래요.
동생은 이년제 칼리지 나온 날라리 교포 남자애랑 결혼해서 부모님 노발대발 난리나셨어요.
그 부모님 저희 부모님이랑 친한데 자식들 안풀렸다고 많이 속상해하신다고 그래요.
친구 둘, 아버지가 영문과 교수라 집에서는 영어만 쓰고 미국 시민권 있고요.
집에서 영어를 써서 그런지 우리말 발음이 좀 어눌해요.
한국에서 지방대 졸업하고 교수하겠다고 미국 유학 갔는데 그냥 교포 아가씨랑 결혼해서 눌러앉아 한국계 회사 다녀요.
강남 사는 사촌 동생 둘,
숙부가 경제력이 있으신지라 어릴 때부터 숙모가 영어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80년대에 미국인한테 꾸준히 영어과외를 받았으니까요.
덕분에 말하는 것은 거의 네이티브 수준이고요.
사촌 남동생은 영어뿐 아니라 다른 공부도 잘해서 스카이 나와서 대기업 들어갔어요.
둘째인 여동생은 영어만 잘하고 공부를 못했어요.
숙모가 보내고 싶어했던 대학의 영문과는 제 친 여동생이 들어갔어요. --;;
많이 부러워하시더라고요.
사촌 동생은 대학 떨어지자마자 외국 나가서 대학 공부 마치고 한국와서 외국계 기업에 취직했고요.
우연히 한국에 출장 나왔던 외국인이 첫눈에 반해 쫒아다녀서 결혼했어요.
동생이 인형처럼 참 예쁘게 생겼거든요.
금융계에 일하는 외국인 남편은 연봉이 수십억.
살림해주는 도우미랑 베이비시터 따로 써가며 정말 손에 물 한 번 안묻히고 산다네요.
애키우고 사십 넘어서 세월이 지나고 친구들 보니까
미국에서 사는 것도 쉽지 않고,
영어잘하고 좋은 대학 나온다고 꼭 잘사는 것도 아니고,
저도 지금도 잘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아이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인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