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남독녀예요. 어렸을 때부터 집안이 어려웠지만 형제가 많지 않아서 아주 크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여기보면 동생들, 오빠 때문에 희생하신 분들도 많지만 저는 그런 것은 없었죠.
(덕분에 친구들은 제가 부잣집 딸인 줄 알았다는;;-.-)
학교 졸업하고는 계속 돈 벌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막 보태주거나 그렇지는 않았죠.
하지만 형제가 없다보니 막연히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 노후에 관해 걱정이 들었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듬해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어요...
그 때가 imf 후라 아버지도 휘청하셨죠. 이미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지 다시 일어나지 못하시더군요.
엄마는 전업주부...그런데 성격도 그렇고 몸이 아프셔서 아이를 돌봐 줄 형편이 되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으로는 우울증이 심하셨어요).
시댁에 아이를 맡기고 직장을 다니다가 너무 힘들어서 초등 고학년 때 그만두고 이후론 프리랜서로
여전히 일은 해요. 엄마도 중간에 아이 돌봐주시기도 했는데 몇 년 전부터 많이 아프셔서
이제는 자리보전하십니다. 아버지도 중간에 심근경색으로 응급실 가시고 수술하시고...
문제는 아버지가 벌어놓은 게 없으셔서 제가 생활비를 보조해드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시댁은 부자는 아니지만 연금이 있으셔서 걱정이 없으시거든요.
가령 명절만 해도 아버지 얼마, 엄마 얼마 따로 드려야 하고 두 집 가야 하고..
늘 자기가 먼저인 아버지도 밉고, 건강 챙겨서 아이라도 돌보며 용돈 받았으면 떳떳할텐데
늘 불평불만(여전히 아버지 욕하심)하는 엄마도 좀 한심하고..
나만 맨날 동동거리고 사는 게 억울했어요. 제가 누굴 부러워하는 사람이 아닌데
강남신세계에서 손자 주려고 패딩 50만원짜리 두 개를 결재하는 노부부가 제일 부럽더라고요.
에르메스 백 메고 다니는 친구보다도요^^
그런데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어쨋든 학교 다닌 것도 다 부모 덕분이고
이렇게 자립심 강한 것(?)도 부모 유전자 덕분이 아니겠느냐,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없이 초라하고 형편없어 보이는 부모지만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장점을 만들어 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훨씬 낫더군요. 무엇보다 내가 벌어서 용돈 드릴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하고요.
또 시댁에도 미안한 마음에 더 잘하게 됩니다. 그러니 부모님을 바꿀 수 없다면 내 마음을 조금 바꾸는 것도
갑갑한 현실에서 조금 숨통이 트이는 일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