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일요일 낮의 즐거운 안식처는 출발 비디오여행인데요.
그 중에서도 영화 두편을 비교하면서 황당한 유머의 끝판을 보여주는 영화 대 영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 코너가 원래도 살짝살짝 시사비판적인 면은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묘하게 잘 비꼬기 때문에
뉴스를 잘 안 보거나 쟁점이 되는 키워드가 뭔지 모르는 이들은 그냥 웃기자고 하는 표현으로만 받아들이게 하는
재주가 있죠.
오늘은 폼페이 최후의 날과 브릭맨션을 비교했는데 정확한 워딩은 아니겠지만 대충 이런 뉘앙스의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폼페이에서 화산 폭발하는 전조로 땅이 꿀렁꿀렁하니까
'고층건물 하나 짓고 고무오리 하나 띄우면 되는 줄 알았더니'
라고 하는데 그 담에 땅이 푹푹 꺼지자
'이게 웬 싱크홀!' 이런 표현이 등장해요.
그리고 콜로세움에서 쌈질하던 검투사들이 서로 살아나려고 아비규환을 연출하자
'국민들은 어떻게 되든 저만 살아남겠다고 때리고 쌈질하고(정확한 표현 아닙니다만... 암튼 이런 느낌)....'
이보다 훨씬 더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문장이었는데 이거 뭐 물 흐르듯 지나간 기억이라...ㅜㅜ
브릭맨션인가 혹은 다른 영화에서도 파괴되면서 금 가기 시작하는 벽을 보고
'인테리어 효과를 위해서 그랬다지만...'
어쩌고 하며 열심히 씹어대요.^^
그전에도 그런 표현 엄청 많았는데 항상 듣고 웃어넘기는 바람에 기억이 안 나네요.
헐크보고는 '친환경 녹색괴물' 뭐 이랬던 것 같고, 가끔 녹차라테도 나오고 했구요.
정치 관련해서는 시의적절하게 항상 제대로 비꼬았는데 그게 유치하지 않고, 아주 고수의 느낌입니다.
이를 잘 살려내면서 깐죽대는 김경식의 내레이션이 한 몫하구요.
아쉽게도 이게 아마 외주 프로그램이라 아이피 티비 같은데서는 다시 보기가 안 되는 걸로 알아요.
웬만한 코미디 프로보다 더 재밌어서 즐겨보는데 다시 보기가 안 되니 설명해 드릴 길이 없네요.
이 프로 초기에 딴지에서 영화 평론 쓰던 한동원인가 하는 분이 이 코너 작가였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로 굳어진 것 같구요,
그것은 곧 이 코너가 딴지의 영향을 그대로 계승한 고품격 시사유머를 살린 프로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암튼 늘 재밌게 보는 프로인데 다른 날은 한번 정도 거론되던 정치 사회 비꼬기가 오늘은 좀 집중적으로 등장한 듯해서
알려 드리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