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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흐드러진 골짜기를 오르다가
무너져 벽만 남은 수용소를 보았다
이끼마저 비켜선 벽 군데군데
손톱으로 긁어 쓴 글자들
그대와 내가 어느 쪽 사람이었든 한 데 섞여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을까
18세 소년이 남기고자 했던 것은 이름 석 자 였을까?
이루지 못한 꿈꾸던 나라였을까
한 때는 푸르름으로 싱그럽던 산은
잎 하나 지키지 못해 알몸으로 울음 운다
쫓고 쫓기는 발자국으로 무수히
넘나들던 노고단에서
억새풀로 흩어지는 옛 토굴의 전사여
멈추어 서기엔 얼어터진 발가락이 떨어지고
오르기엔 발목까지 차오르는 피고름
별빛마저 숨어버린 적막인데
발길 붙잡던 눈보라 헤치고 마침내
노고단 정상에 서니 하늘 가득 덮어오는
눈바람 소리
명치끝이 아리도록 그리운 이여
삭정이가 되어버린 언 손으로 돌탑을 쌓는다
목숨보다 소중했던 깃발을 묻고 재배를 올린다
저 멀리 산 아래 엎드려 있는 11월의 산은
형형색색 곱기만 한데
화엄사 범종소리 산허리를 휘어 감고
천황봉을 울린다
둥 둥 둥
- 박지선, ≪노고단에서≫ -
* 광주매일 2003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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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4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11월 4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11월 4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62806.html
자신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당찬 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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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한 개로 다른 많은 양초에 불을 붙여도 그 촛불의 빛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 탈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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