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람이 까치만도 못 하구나!

꺾은붓 조회수 : 804
작성일 : 2014-11-04 05:37:40
                                        [ 사람이 까치만도 못 하구나!]


  1. 올 봄

  아침마다 봉제산(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에 있는 야트막한 야산(해발 170여m)으로 약수-ㅅ물(강서구청에서 지하 200m깊이로 관정을 파고 천연지하수를 끌어 올려 주변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음)도 길어다 먹을 겸, 운동 삼아 거의 매일아침 봉제산으로 산보를 간다.

  약수-ㅅ물터 바로 옆에는 용문사라는 절이 있고 왕복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저 남해바닷가에 왜구가 침략을 하면 봉화-ㅅ불이 서해안 봉우리들을 타고 북으로 올라오다 서울인근 계양산(인천시 계양구소재 396m)에서 올린 봉화가 논밭만 있는 김포평야를 훌쩍 건너뛰어 봉제산으로 전달이 되고, 봉제산에서 다시 봉화를 올려 마지막으로 한강을 건너뛰어 서울남산봉수대에 왜구의 침략을 알리는 오늘날의 전화나 인터넷과 같은 통신수단이었다.

  산 정상에는 간단한 봉화대를 재현해 놓았다.


  올봄 어느 날인가 해 뜰 무렵 역시 봉제산을 가고 있는데 골목길에서 까치들이  평소와 달리 극성스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전봇대와 건물 옥상에 20여 마리의 까치가 삼삼오오 떼로 몰려 앉아 도로를 내려다보며 평상시와 같이 “깍 깍!”하는 소리가 아닌 아주 절박하고 숨넘어가는 소리로 몸을 떨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냥 우는 것이 아니라 통곡을 하고 있었다.

  땅을 살펴보니 도로상에 납작 깔려있는 까치를 두 마리의 까치가 번갈아 가며 입으로 깔려있는 가치의 몸을 물고 어떻게든 일으켜서 같이 가려고 바둥대고 있었다.

  가까이 접근하여도 두 마리의 까치는 도망갈 생각도 안 하고 동료를 구원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웬만큼 살아 숨을 쉬고 있으면 비닐봉지에 싸 갖고 가서 봉제산숲에 놓아주어 동료까치들이 살려보게 하려고 자세히 살펴보니 차바퀴에 완전히 깔려서 이미 전신이 으깨져 피범벅의 까치포가 되어 있었다.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0%였다.

  할 수 없이 발로 도로 가장자리로 밀어 놓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겼다.

  내가 떠나자 다시 두 마리의 까지가 달라붙어 조금 전과 같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참으로 안 됐고 안타까웠다.

  소위 말하는 “로드-킬” 교통사고였다.

  갖고 다니는 핸드폰도 구형(019)이고, 신형핸드폰이라 해도 사진을 찍고 올리고 하는 것을 할 줄을 모르는 것이 아주 안타까웠다.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을 해서 인터넷에 올렸으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을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는 세월호에 어린학생 300여명이 갇혀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을 때 어찌했나?

  팔짱끼고 구경하다 다 죽고 나서 시신 건져내는 게 전부였다.

  그러고 나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고, 최종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눈물 흘리며 말한 사람은 유가족들이 진실이라도 알게 얘기라도 해보자고 애걸하는 국회의사당 정문옆을 입술과 눈가에 살기서린 잔인한 냉소를 지으며 못 본체 지나친 게 전부였다.

  유가족들이 밥을 굶어가며 진실이라도 알자고 울부짖는 광화문광장 옆에서는 인간말종들이 피자를 산더미처럼 싸놓고 배가 터지게 먹고 마셔가며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있다.

  생떼 같은 자식을 죽인 것으로도 부족하여 그 부모들의 가슴에 난도질을 하며 고춧가루를 뿌려대는 만행에 다름 아니다.

  인간이 어찌 이다지도 잔인하고 모질 수가 있나?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더도 덜도 말고 까치만만 하여라!


  2. 그 불쌍한 너구리는 어찌되었을까?

  어제(11월 1일 ; 일요일)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과 부천시 작전동과 경계를 이루는 야트막한 봉우리들(산 이름은 모름)이 줄지어 늘어선 산엘 갔었다.

  봉우리 몇 개를 오르며 단풍구경을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양천구청에서 주말농장으로 운영하는 밭 옆 도랑에 웬 회색 개 한 마리가 엎드려 무엇인가를 핥고 있었다.

  주말농사를 짓는 주인을 따라온 개가 개울에서 노는 줄로 알았다.

  뭔가 조금은 이상해서 가까이 가서 보니 개 같기는 한데 개와는 좀 다르게 보였다.

  개와 형상이 거의 같은데 턱과 입이 개보다 좀 가늘고 뾰족하고, 발도 무릎 아래가 아주 가늘었다.

  너구리같았다.

  옆 밭에서 무를 다듬고 있는 부부에게 “너구리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너구리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 너구리가 주변 밭에 있는 농약을 먹었는지 일어나지를 못 하고 도량의 흙탕물에서 비틀대며 죽어가고 있었다.

  일어나서 비틀대며 몇 걸음 걷다 다시 쓰러지고 하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옆 밭 부부의 말이 그러고 있는지가 벌써 몇 시간째란다.


  tv에서 죽어가는 야생동물을 구조해서 살려주는 것을 몇 번 본 기억이 떠올라 우선 119에 전화를 해 봤더니 120(서울시 다산 콜 센터?)전화번호를 알려주며 거기로 전화를 해 보란다.

  다시 112에 전화를 해 봤더니 역시 120으로 신고를 하란다.

  그래서 120으로 전화를 했더니 통화연결이 영 안 되다 5분여가 지나 간신히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다.

  내용을 말 했더니 120에서도 알 수가 없다고 해서, 그러면 야상동물 구호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 전화번호라도 알려 달라고 했더니 다시 5분여가 지나 <031-867-9119>라는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인터넷이 늦게 떠서 검색에 시간이 걸려서 죄송하다는 말을 해 왔다.

  031-867-9119로 전화를 했더니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두 번 전화를 해서 전화벨이 20번이 울리도록 기다려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밭의 부부에게 소금물이라도 풀어서 강제로 먹이면 먹은 것을 다 토해서 살릴 수도 있을지 모르니 그렇게 해 보자고 했더니 잘못하면 너구리에게 물릴 수도 있고 소금을 갖고 있지 않단다.

  나 역시 아무 장비도 없고 야생동물에 대하여는 백치나 다름없어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도랑양편으로 쌓은 축대 높이가 1m쯤 되어 숲으로 올려나 놓으려고 붙잡으려고 했더니 당장 물어뜯을 태세를 갖추고 저항을 해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만 보다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간혹 봉제산에서 족제비, 청설모, 다람쥐는 보았어도 도심 한 복판에 있는 야트막한 야산에 너구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 의외였다.

  어쩌면 그 너구리가 그 산의 마지막 너구리였는지도 모르겠다.

  까치와 같이 동료를 구하러 오는 너구리도 없었다.

  집에 돌아 왔어도 죽어가는 너구리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아마 그 너구리 지금쯤은 죽어서 썩어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하긴 사람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떼죽음을 당하는 판에 너구리쯤이랴!

  까치 죽고, 너구리 죽고, 그 다음 차례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아-!

  이 대한민국 이거 어찌해야 하나?

IP : 119.149.xxx.5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6223 여자가 일을 한다는건 슬픈거같아요 24 ........ 2014/12/17 5,321
    446222 핏플랍 부츠 고민중인데요~~ 조언 부탁드립니다.꾸벅 8 ... 2014/12/17 1,748
    446221 학습지교사 궁금합니다 2 ㄱㄹㅅ 2014/12/17 1,228
    446220 jtbc보니 대한항공 대응방식이 문제였던 이유가있었네요. 9 아까전 2014/12/17 3,498
    446219 전동드릴 추천 좀 해주세요. 5 목수되고파 2014/12/17 898
    446218 학벌하나땜에 좋은신랑감 놓친거 엄청 후회했던 친척누나.. 16 후회 2014/12/17 8,257
    446217 조종사 할 만 하네요. 8 우와 2014/12/17 4,584
    446216 비행기티켓 어디에서 사세요? 3 ... 2014/12/17 939
    446215 메리츠화재 수술시 붕대비용 보험금 불가 2 표독이네 2014/12/17 819
    446214 프락셀?플로라셀? 1 enddd 2014/12/17 3,878
    446213 영삼씨 아들 김현철씨..어쨌든 속은 시원해요 ㅋㅋ 2 트윗 2014/12/17 2,557
    446212 예비고3이면 뭘 준비해야 할까요? 1 조언부탁 2014/12/17 759
    446211 수도계량기가 얼었어요 어디로 연락하나요 2 도와주세요 2014/12/17 702
    446210 시로미소 제가 잘못 산 건가요? 3 이런 2014/12/17 1,551
    446209 해운대 이사 문의 합니다. 문의 2014/12/17 550
    446208 앵클 부츠좀 봐주세요~ 6 홍홍 2014/12/17 1,738
    446207 김치 안 익히고 김치냉장고에 넣어도 될까요? 9 발효 과학 2014/12/17 2,811
    446206 예전에 딸낳으면 꼭 가르치고 싶은 것에 대해서 글좀 찾아주세요 2 궁금궁듬 2014/12/17 1,177
    446205 귀뚜라미회장, 최진민회장 귀뚜라미 그룹 들어가고 싶어요!!!! 3 악의히어로 2014/12/17 2,276
    446204 오리털패딩 손빨래해도 되나요? 12 아미가 2014/12/17 2,466
    446203 힐링되는 강의 동영상 추천좀 해주세요 2 방울어뭉 2014/12/17 848
    446202 고정관념, 선입견, 스테레오타입 이런거에 맹목적인 사람들 3 .. 2014/12/17 731
    446201 교민이 말하는 캐나다의료체계에서 의사들의 선택 .. 2014/12/17 1,133
    446200 시댁에 가실때 뭐 사가세요?? 25 궁금해요 2014/12/17 5,076
    446199 c형간염 양성이라는데옷 4 00 2014/12/17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