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과 점심 먹고, 남편에게 아이를 맡긴 후 반나절 휴가를 얻었습니다.
어떻게 생일을 자축할까 하다가, 저절로 조계사로 발길이 향했어요.
가을 빛 받은 은행나무와 국화 사이로
쿠폰을 3만원어치 사서,
태어나서 40여년간 잘 살아주었다고, 앞으로도 잘 살라고, 나를 위해 선물했어요.
오뎅 꼬치, 사파이어 커피 한잔과 쿠키를 먹고,
일할 때 달고 다닐, 세월호 뱃지 하나와 귀걸이 한 쌍
더치 커피를 사서 왔지요.
나머지 쿠폰은 기증하고요.
맞벌이 엄마가 되어, 육아와 살림과 일을 하다보니,
뛰어다니신 분들, 앞서 조직하고 일하시는 분들, 음식 준비하시는 분들, 쓰레기 치우시는 분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하기 위해 그 전에 애썼을 숨은 노동들이 눈에 팍팍 들어오더라구요.
몰려드는 사람들때문에, 정말 다행이다, 기분이 좋았지만,
식사도 못하시고, 허리도 쭉 못 편 82쿡 자봉단분들이 마음에 쓰이더라구요.
광화문에서 흘린 분노와 바자회의 감동으로 자꾸 눈가가 시큰해지더군요.
그러나 '우리네 인생'과는 다른 눈물이었어요.
포기와 연민의 눈물이 아닌, 희망과 감동의 눈물이었어요.
이 사람들 진짜 꽃보다 아름답다. 중얼거리면서.
어제 저녁 누워 하루를 돌이키는데,
이처럼 감동적으로 보낸 생일이 없구나 했어요.
잊지 않고, 또렷이 기억하며, 또 한 해 살께요.
고개 숙여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