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죽음이라니, 믿기지 않는 뉴스 자막에 눈물도 나지 않더군요
근데, 30분이 지나고..하루가 지나고..시간이 갈수록 슬퍼집니다
어릴적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는지도 새삼스레 기억이 나고..
나중에 신씨성을 가진 남자를 만나서, 아이들 이름 이쁘게 지어야지 했던 기억도..
원래 어제 마침 휴무라 친구와 함께 빈소에 다녀 오려 했어요...
근데, 자꾸 주저하게 되더군요.
내가 갈 자격이 있나...앨범도 사지 않고, 음악도 잘 듣지 않던 내가 팬 자격으로...
가족들도 잠깐 쉬지도 못하고 넘 힘들지 않을까...
뭣보다...신해철 조문을 간다는게 너무 낯설고 , 그냥 그 자리가 두렵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냥 마음으로 조문하고, 언젠가 있을 추모 콘서트나 가자고 했죠...
그랬는데, 오늘 시간 제한 없이 조문을 받는다고 하길래...
아, 가족들께서도 많이 와주길 바라는 구나 싶어서...
안가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아, 오후 출근 시간 전에 다녀오려고
검은 치마, 검은 셔츠 찾아놨죠..
올 해 아버지 돌아가셨을 적에 급하게 사서 신었던 구두까지...
근데 염색을 하느라, 시간이 늦어져서...못가겠더라구요
어제처럼 주저하던 마음도 좀 있긴 했는데
딱 반개 남은 연차..쓰기로 했죠
퇴근하면 새벽1시라, 반차 내야 밤 9시 반에 나설 수 있거든요..
급하게 편의점에서 봉투 사서..정류장 벤치에 앉아 봉투에 한마디 썼네요
우리는 하이틴 듣던 여고생이, 이제는 만으로도 마흔을 넘긴 나이가 되어
급히 염색으로 새치 숨기고 찾아왔어요..앨범도 꾸준히 사지 않던, 팬이라 할 수도 없는 팬이지만
언젠가 하늘에서 들을 수 있는 앨범 선주문합니다..라고 썼네요
도착해서는,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나, 너무 기가 막혀서 눈물이 났네요
한눈에 바로 알아보겠는, 아버지와 그리고...영정사진을 보니...
터져 나오겠는 울음을 참느라, 일그러진 얼굴로 조문보 받아 들고 나왔어요
허합니다. 빈소에 다녀오면, 실감이 날까 싶었는데...
실감이 나지도 않고..그냥 무기력..마음이 허하기만 하네요
내일은 비 많이 내렸음 좋겠군요
때로는 썰렁한 농담에 나를 민망하게 만들고,
어느새 살찐 아저씨가 되어, 짠한 마음도 들게 했던
그렇지만 늘 든든한 우리 편 같았던..신해철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