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슬픈 것..."
이 대목
그저 눈으로 흘깃 흘러갔던 저 구절이 오늘은 사무친다
평범하고 단순하고 어디서 한 번 ..아니 수 십 번은 봤을 저 문구가
이젠 찰싹 붙어 내 진을 다 빼간다
꼬맹이적부터 봤다
엄마 화장대 초라한 거울 밑에 스카치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그 문구를 되새겨야 할 만큼 엄마도 가시를 껴안고 살아야 했던 거다
나중에 보니 푸시킨의 인생 최극단의 정점에서 이 시를 썼다
고통의 맞은 편에서 바라본 삶은 그렇게 회의하고 추억할 만큼 그래도 가치가 있었나 보다
아님 최악의 상황에서 승화시킨 자기최면인지...
히긴 우리가 향유하고 찬사를 보내는 예술가들의 빛나는 보석들은
처참한 고통이 빚어낸 피와 살점들이다
가끔 고흐가 귀를 자르지 않았다면...
그의 그림은 어떻게 보일까 의문이 든 때가 있었다
과도한 신경증과 기벽들이 무슨 에피소드처럼 현재의 우리에겐 회자되지만
치통의 고통은 당해봐야 알 듯이
단순히 그 예술가의 불면증이 불멸의 작품을 남겼다 라고 그치기엔 어딘가 부족한 감상이 있다
그들의 배경이 처참할수록
윤리와 도덕에서 벗어난 인간 말종이 평생 에델바이스를 그리며 살았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이상한 감동을 준다
어쨌든 그들은 괴로운 현실을 마주했다
현실이 슬프니 미래에 살밖에...
그렇다고 뾰족히 무슨 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스칼렛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그리 읊어댔는지
그땐 몰랐다
아무튼 내일은 마지막 보루 같은 거다
푸시킨이 마지막 구절에서 쐐기를 박는다
지나간 모든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된다고...
징글징글하게 살았던 그때가 정말이지 그리운 추억이 된다
끓는 솥단지 이고 사는 듯한 지금이 정말 소중한 기억이 될까...
왠지 그럴 확률이 높다
어서 그리 되기를 바란다
누구 랄 것 없이 인연을 맺은 모든 것들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