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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보내는 어산지의 경고
스노든의 ‘미국 NSA 불법 개인정보 수집 활동’ 폭로를 도왔던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사진). <시사IN>이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그와 인터뷰했다. 인터넷 검열이 주제였다. 그는 한국 내 텔레그램 열풍도 알고 있었다.
한국에 보내는 어산지의 경고
“대통령에 대한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불과 이틀 뒤 검찰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수사를 담당할 검사 5명을 배치해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수사팀’도 발족시켰다. 경찰은 정부를 비방한 낙서범 1명을 잡기 위해 약 3000명의 개인정보를 공공기관으로부터 넘겨받았다. 검찰과 경찰이 대통령의 명예만을 위해 주요 포털 사이트와 카카오톡 등에 대한 ‘사이버 사찰’을 일삼아온 사실도 드러났다. 시민들은 ‘사이버 망명’에 나서고 있다. 그야말로 ‘IT 유신 시대’ ‘사이버 공안 시대’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울린 사람이 있다. “우리는 감시 사회에 살고 있다” “정부가 마음대로 국민의 정보를 수집, 감시하고 있다”. 그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42)다. 어산지는 브래들리 매닝 이라크 정보분석관이 빼낸 미국 국무부의 외교 전문 25만여 건 등 1급 기밀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직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도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울린 사람이 있다. “우리는 감시 사회에 살고 있다” “정부가 마음대로 국민의 정보를 수집, 감시하고 있다”. 그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42)다. 어산지는 브래들리 매닝 이라크 정보분석관이 빼낸 미국 국무부의 외교 전문 25만여 건 등 1급 기밀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직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도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어산지는 2010년 영국에 체류하던 중 스웨덴에서의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영국 법원은 그를 스웨덴으로 송환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어산지는 자신을 미국으로 빼돌려 간첩죄로 처벌하기 위한 음모라며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망명했다. 2년4개월 전인 2012년 6월19일의 일이다. 이후 어산지는 지금까지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10월14일 오후(영국 시각),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줄리언 어산지를 만났다.
대사관에 들어온 지 2년이 넘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래서 지루한 질문이기도 하다. 일단 바깥세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정학적 변화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답변을 드리겠다. 다만 그동안 직업적·개인적으로 이어졌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낀다. 여러 부분에 대해서는 보안상 말할 수 없다.
지금 우리 대화도 도청되고 있나?
그렇다. 도청되고 있을 거다. 이 대사관에 있는 나는 물론이고 (당신 같은) 방문자들도 감시당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세 개 정도의 초대형 전자 감청 기구가 있다. 극소수의 이익에 사적으로 악용되는 기구다. 이들은 세계 어디의 누구든 전자기기로 소통한다면 간섭할 수 있다.
위키리크스는 ‘아랍의 봄’에서 기폭제 구실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중동 지역의 정치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슬람 세계의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아랍의 봄’은 해당 국가들에서 중요한 민주적 쟁취를 실현했다. 그러나 서방국가의 권력들은 ‘아랍의 봄’으로 도래한 ‘민주적 혼란’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욕심을 채웠다. 이로 인해 실패한 혁명의 사례로는 리비아가 있다. 이 대사관 위층에 리비아의 전 총리가 살고 있다. 카다피가 쫓아낸 사람이다. 2년쯤 전에 그의 아들과 손녀가 나를 만나러 와서, ‘아랍의 봄’을 도와줘 고맙다고 했다. 선거에 참여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리비아의 희망적 순간들도 지나가버렸다.
그간의 활동과 정치의 연대가 필수적인 것 같다. 당신은 위크리크스당을 설립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상원의원에도 출마했는데.
수감자나 억류된 사람이 공직에 도전했던 흥미로운 사례는 역사적으로 흔하지 않나. 가깝게는 아일랜드에서 IRA(Irish Republican Army:아일랜드 공화국군) 동조자들이 옥중 당선되기도 했다. 저널리스트로 의회에 진출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 의원이 되면 고위 관료들에게 ‘자료 공개’를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의 출마는 성공하진 못했지만 좋은 도박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세월호 참사에 대해 들어봤나? 300여 명의 희생자 중 대다수가 학생이었다. 한국에서는 사고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빨갱이’ 소리를 듣고 있다.
잘 알고 있다. 사실 나도 희한한 이야기 많이 듣는다. 무슬림이나 헤즈볼라의 대리인, 혹은 MI5의 꼭두각시, 심지어 컬트 종교의 지도자라고도 하더라. 그러나 (나를 모욕하는 자들 역시) 내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내가 공문서라는 증거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이란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기 위해 진실의 전파자들을 공격하기 마련이다.
세월호 사건의 경우, 처음 7시간 동안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어디서 어떻게 받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언론이 기소당하기도 했다. 국민의 알 권리보다 대통령의 명예가 훨씬 더 소중하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어떤 정부든 나름의 권위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자신감 있게 국정을 운영하면 된다. 물론 정부를 이런저런 이유로 공격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건강한 정부가 있는 건강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봐야 한다. 때로 (박근혜 정부처럼) 정부가 권위를 지키겠다며 앙앙불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 혹시 박근혜 정부는 인터넷이나 북한과 갈등을 빚어야 자신들의 권위가 강화된다고 믿는 것일까? 여하튼 많은 기자들과 NGO 관계자들이 현재 한국 상황이 상당히 비민주적이라고 일러주어서 알고 있다.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래서 지루한 질문이기도 하다. 일단 바깥세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정학적 변화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답변을 드리겠다. 다만 그동안 직업적·개인적으로 이어졌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낀다. 여러 부분에 대해서는 보안상 말할 수 없다.
지금 우리 대화도 도청되고 있나?
그렇다. 도청되고 있을 거다. 이 대사관에 있는 나는 물론이고 (당신 같은) 방문자들도 감시당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세 개 정도의 초대형 전자 감청 기구가 있다. 극소수의 이익에 사적으로 악용되는 기구다. 이들은 세계 어디의 누구든 전자기기로 소통한다면 간섭할 수 있다.
위키리크스는 ‘아랍의 봄’에서 기폭제 구실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중동 지역의 정치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슬람 세계의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아랍의 봄’은 해당 국가들에서 중요한 민주적 쟁취를 실현했다. 그러나 서방국가의 권력들은 ‘아랍의 봄’으로 도래한 ‘민주적 혼란’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욕심을 채웠다. 이로 인해 실패한 혁명의 사례로는 리비아가 있다. 이 대사관 위층에 리비아의 전 총리가 살고 있다. 카다피가 쫓아낸 사람이다. 2년쯤 전에 그의 아들과 손녀가 나를 만나러 와서, ‘아랍의 봄’을 도와줘 고맙다고 했다. 선거에 참여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리비아의 희망적 순간들도 지나가버렸다.
그간의 활동과 정치의 연대가 필수적인 것 같다. 당신은 위크리크스당을 설립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상원의원에도 출마했는데.
수감자나 억류된 사람이 공직에 도전했던 흥미로운 사례는 역사적으로 흔하지 않나. 가깝게는 아일랜드에서 IRA(Irish Republican Army:아일랜드 공화국군) 동조자들이 옥중 당선되기도 했다. 저널리스트로 의회에 진출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 의원이 되면 고위 관료들에게 ‘자료 공개’를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의 출마는 성공하진 못했지만 좋은 도박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세월호 참사에 대해 들어봤나? 300여 명의 희생자 중 대다수가 학생이었다. 한국에서는 사고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빨갱이’ 소리를 듣고 있다.
잘 알고 있다. 사실 나도 희한한 이야기 많이 듣는다. 무슬림이나 헤즈볼라의 대리인, 혹은 MI5의 꼭두각시, 심지어 컬트 종교의 지도자라고도 하더라. 그러나 (나를 모욕하는 자들 역시) 내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내가 공문서라는 증거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이란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기 위해 진실의 전파자들을 공격하기 마련이다.
세월호 사건의 경우, 처음 7시간 동안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어디서 어떻게 받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언론이 기소당하기도 했다. 국민의 알 권리보다 대통령의 명예가 훨씬 더 소중하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어떤 정부든 나름의 권위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자신감 있게 국정을 운영하면 된다. 물론 정부를 이런저런 이유로 공격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건강한 정부가 있는 건강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봐야 한다. 때로 (박근혜 정부처럼) 정부가 권위를 지키겠다며 앙앙불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 혹시 박근혜 정부는 인터넷이나 북한과 갈등을 빚어야 자신들의 권위가 강화된다고 믿는 것일까? 여하튼 많은 기자들과 NGO 관계자들이 현재 한국 상황이 상당히 비민주적이라고 일러주어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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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산지랑 셀카 사진도 있어요.
한국에 대해 관심이 있나?
한국은 어느 부분에서는 중국 같고, 어느 부분은 일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 나라의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시민들이 모든 분야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건강한 것이다. 우리가 한국 관련 정보를 공개했을 때, 한국인들이 아주 빨리 그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퍼트리는 것을 보았다. 다른 나라들보다 잘 이해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한국은 네트워크로 강하게 엮인 나라이고, 단일 민족이고 단일 언어를 사용한다. 한국 같은 경우 온 나라가 하나의 분위기에 빠지면 확 빠져드는데, 그게 옳은 일이라면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나쁜 방향으로 이끄는 것 같은데 더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인터뷰는 끝이 났다. 그런데 어산지가 대화를 끝내지 않았다. 기자의 소송과 관련해 묻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배우 조지 클루니의 부인에 대해서 물었더니 그는 “매우 좋은 여자다. 내 변호사 일도 잘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대사관에 남아야 하는 그의 뒷모습이 런던의 뒷골목에 서 있는 것처럼 쓸쓸했다. “몸 건강하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그는 “대통령 남매와의 소송에서 꼭 이기라”고 말했다. 그와 긴 악수를 나눴다.